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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인아고라] 천도(天道)는 옳은가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가. 세상은 정의로운가. 진실로 인간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인가.

[경인아고라] 천도(天道)는 옳은가

군사반란과 5·18 신군부 5인방

광주 영령에 용서 구하지 않아

‘성공하면 호강, 실패해도 사면’

역사·후대에 어떤 교훈 남을까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선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가. 세상은 정의로운가. 진실로 인간사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인가.

사마천은 사기(史記) 첫머리에 이 문제를 다룬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개를 지킨 충의(忠義)의 백이와 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는다. 인덕(仁德)을 쌓고 고결한 삶을 살았는데도 말이다. 반면 죄 없는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간을 먹으며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은 도적의 우두머리 도척은 천수를 누린다. 불의를 행하며 탈법을 일삼는 악한들이 한평생 호강하는 거다. 더욱이 이들이 쌓은 부를 대물림하면서.

그래서 사마천은 묻는다. 노자는 하늘의 이치가 사사롭지 않고 늘 착한 이와 함께 한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러한가. 그렇다면 바르게 사는 사람들이 재앙을 만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진정 하늘의 도(道)는 옳은가 아닌가.

열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끝이 아름답지 못하다. 권력의 정점에 섰던 시대의 영웅이지만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진시황을 도와 중국을 통일한 이사는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조고에게 죽는다. 누렁이와 토끼를 사냥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진나라 법치의 기초를 닦았던 상앙은 자신의 법에 따라 거열형에 처해진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주역인 오나라 부차에게 승리를 안겼던 오자서는 말 가죽에 싸여 물고기 밥이 된다. 사마천은 세상 권력의 헛됨을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권력의 정점에선 내려올 일밖에 없다. 항룡유회(亢龍有悔)이다. 존귀한 지위에 오르고도 겸손하지 못하면 반드시 낭패를 당한다는 거다. 히말라야 등반가들의 조난도 등정이 아니라 하산 중에 일어난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박정희가 그랬고 윤석열도 그렇다. 꼭짓점에 올랐지만 고집스럽게 하산을 거부하거나 정상에서 발을 헛디딘 거다. 물론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자의반 타의반’ 권력의 이인자를 지낸 김종필을 보자. 그는 박정희와 함께 군사쿠데타의 주역으로 한국 근대사를 얼룩지게 했지만 92세를 살았다. 그것도 부정축재로 모은 부유함을 누리면서 말이다. 그는 생전에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다. 이는 권력의 속성에 대한 깨달음이었을까. 꼭짓점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었을까.

그러고 보면 5·18 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짓밟은 무리의 일생도 도척과 일맥상통한다. 이른바 신군부 5인방이 대표적이다. 12·12 군사반란과 5·18 학살 주범 격인 전두환은 90세까지 살았다. “29만원 밖에 없다”고 했지만 무리들과 골프를 즐기며 유유자적 즐겼다.

노태우는 전두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2021년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5천억원대 비자금을 갈취했고, 그 일부가 SK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쓰인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의 딸 노소영이 이혼하면서 불거진 1조원대 재산분할 소송도 따지고 보면 그 비자금에 연결고리가 닿아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인 이희성과 육군참모차장인 황영시는 똑같이 2022년 세상을 떠난다. 각각 88세와 86세였다. 이들 가운데 특전사령관으로 유혈진압에 관여한 정호용이 지난 13일 사망했다. 군사반란 이후 육군참모총장과 내무부장관, 국방부장관을 지내면서 94세까지 장수했다.

그는 내란모의참여죄와 내란목적살인죄 등으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김대중 대통령의 광복절 특사로 1998년 석방된다. 앞서 전두환과 노태우는 김영삼 대통령이 1997년 12월21일 사면한다. 양김(兩金)이 협의한 형식인데 바람직하지 못한 ‘시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화합의 명분이었지만, 역사에 부정적인 선례를 남겼다는 거다. 특히 최대 피해자의 결단 차원으로 정리됐다는 점이 문제이다. 억울하게 떠난 606명 광주 영령들에게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혹여 윤석열의 전두환 찬양 취지 발언에 이은 12·3내란도 부적절한 사면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이제 5·18 학살 관련 신군부 5인방이 모두 떠났다. 이들은 역사와 후대에 어떤 교훈으로 남을까. 자칫 ‘성공하면 호강, 실패해도 사면’으로 인식될까 두렵다. 역사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

/박종권 칼럼니스트·(사)다산연구소 기획이사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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