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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상시론]손끝의 대한민국-기능경기대회가 우리에게 묻는 것

기계, 전기, 건축, IT, 디자인 등 51개의 직종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능인을 가리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1970·80년대,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은 개선장군처럼 귀국했다.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에서 금메달을 따고...

[경상시론]손끝의 대한민국-기능경기대회가 우리에게 묻는 것

디지털 시대 더 중요해진 숙련

기능인 무너지면 산업 흔들려

그들의 노력 더 많이 조명돼야

▲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2026 지방기능경기대회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었다. 기계, 전기, 건축, IT, 디자인 등 51개의 직종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기능인을 가리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1970·80년대, 기능경기대회 입상자들은 개선장군처럼 귀국했다. 국제기능올림픽(WorldSkills)에서 금메달을 따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거리 퍼레이드가 열렸고, 신문 1면을 장식했다. 기능인은 산업역군이었고 국가의 자랑이었다. 그 손끝에서 ‘한강의 기적’이 빚어졌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기능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예전 같지 않다. 대회 결과는 포털 뉴스의 구석에 짤막하게 실리거나, 아예 실리지 않기도 한다. 학교 현장에서 특성화고와 직업교육은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편견과 싸워야 한다. 기능인의 처우는 여전히 학력위주 사회의 서열 아래에 놓여 있다. 손으로 익힌 기술과 숙련된 반복을 통해 완성되는 전문성의 가치를 말로는 인정하면서도 실제 평가는 인색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시대는 첨단을 말하지만, 정작 첨단산업을 떠받치는 기초 숙련에는 충분한 존중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들 한다. 맞다. 그러나 AI가 현장의 배관을 고치지는 않는다. 로봇이 반도체 장비를 정밀하게 교정하려면, 그 로봇을 세팅하고 유지하는 사람의 손이 필요하다.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하려면 그 공장의 물리적 설비를 이해하는 기능인이 먼저 있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중요할수록 오히려 현실의 장비와 설비를 다루는 숙련은 더 중요해진다. 기술의 미래는 손의 가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높은 수준으로 재정의한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제조업 강국이다. 반도체, 조선, 자동차, 이차전지 등 우리 경제의 핵심 산업들은 모두 현장 기술력 위에 서 있다. 그 현장을 떠받치는 것은 화려한 학벌이 아니라, 수천 시간의 반복 훈련 끝에 몸에 새겨진 기술이다. 기능인이 무너지면 산업이 흔들린다. 이것은 이념이나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냉정한 현실이다.

울산과 경남은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이다. 울산의 자동차와 조선, 창원의 기계, 거제의 해양플랜트는 정교한 손기술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이 지역 산업의 뿌리와 힘은 결국 사람의 기술로 버텨왔다. 그런 점에서 기능경기대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미래와 연결된 중요한 신호다. 지역이 기능인을 어떻게 대우하느냐는 곧 지역 산업의 다음 세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능경기대회는 기술을 겨루는 자리인 동시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드러내는 무대이기도 하다. 입상자에게 어떤 박수를 보내는지, 기업이 그 재능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언론과 지역사회가 이들의 노력을 얼마나 비중 있게 조명하는지가 모두 다음 세대에게 메시지가 된다. ‘기술을 갈고닦아도 미래가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현장을 꿈꾸는 청년도 늘어난다. 반대로 그 신호가 약해지면, 산업은 필요한 인재를 현장에서 길러낼 기반을 잃게 된다.

독일과 스위스가 직업교육과 숙련기술을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조업 경쟁력은 기능인을 대우하는 문화와 제도 위에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미 그런 경험을 가진 나라다. 필요한 것은 전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한때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다.

언론은 기능인을 더 자주 조명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특성화고와 직업교육 현장에 더 많은 관심을 보내야 한다. 기업은 기능인을 단순한 생산인력이 아니라 산업혁신의 핵심 자산으로 대해야 한다. 기능경기대회 입상자 한 사람의 이름을 더 기억하는 일, 학교 현장의 분투를 한 번 더 소개하는 일, 숙련의 가치를 공적인 언어로 다시 세우는 일이 모두 중요하다. 지방 기능경기대회는 바로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작업복을 입고 도면을 읽고, 용접 마스크를 쓰고, 회로와 코드 사이에서 정확성을 겨루는 청년들이 있다. 그들의 노력은 단순한 점수 경쟁이 아니다. 반복과 훈련, 인내와 집중으로 자기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업대와 공장, 실습실과 현장의 손끝에서도 만들어진다. 2026 지방 기능경기대회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그 손끝에 충분한 존중과 박수를 보내고 있는가.

김지수 울산과학대학교 영상콘텐츠디자인과 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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