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위험 관리, 감각에 의존
산업현장 보이지 않는 유해인자
측정·데이터화로 작업환경 개선
▲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
완연한 봄이다. 따뜻한 햇살과 꽃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지만, 하늘은 예전 같지 않다. 어린 시절 당연하게 누리던 맑고 투명한 봄 하늘은 이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을 느끼던 기억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외출 전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오늘은 공기가 괜찮은 날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마스크 착용 여부를 판단한다. 계절의 변화가 설렘이 아닌 걱정으로 다가오는 현실은 결코 자연스럽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자연의 문제가 아니다. 산업의 발전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환경에 대한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고, 그 영향이 지금의 대기질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방식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산업현장에서는 ‘모르고 지나치는 위험’을 허용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작업환경측정이다. 작업환경측정이란 보이지 않는 유해인자를 수치로 확인해, 근로자가 어떤 환경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평가하는 법적 의무사항이다. 감각이나 경험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해 위험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라 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분진, 화학물질, 소음 등 다양한 유해인자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작업환경을 개선한다. 필요할 경우 공정을 변경하거나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에게는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해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또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위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분명하다. 위험은 ‘느낌’이 아니라 ‘측정’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작업환경측정 결과는 단순한 수치를 넘어 한 작업장의 ‘노출 이력’을 의미한다. 근로자가 질병에 걸렸을 때 업무와의 관련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며, 장기간 누적된 노출 수준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가 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근로자의 노출을 완벽하게 측정하는 것은 어렵다. 이때 활용되는 개념이 유사노출군이다. 동일한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노출 수준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제한된 데이터를 활용해 과거 노출을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한 단순 평균값만으로 안전을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작업환경측정값은 대체로 대수정규분포의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평균뿐 아니라 최대값, 변동성, 고농도 노출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제 질병은 이러한 누적 노출과 순간적인 고농도 노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작업환경측정 데이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위험의 역사’이며, 미래의 안전을 설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반면 우리의 일상은 여전히 감각에 의존하고 있다. 실내 공기질, 화학세제 사용, 환기 상태 등은 대부분 경험이나 추측에 따라 관리된다. 환기가 부족한 공간에서 강한 세제를 사용하면서도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작은 방심이 반복되면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우리는 이를 쉽게 간과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 역시 같은 맥락이다. 마스크 착용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발생 원인을 줄이고 산업 구조와 에너지 사용 방식을 개선하며, 생활 속 습관까지 변화시켜야 한다. 위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 누렸던 맑은 봄 하늘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야 할 환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당연함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인지, 아니면 현재의 상황을 익숙함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측정되지 않은 위험은 관리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위험은 사라지지 않지만, 측정하고 기록하는 순간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과거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있다.
맑은 봄 하늘은 기다림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선택과 실천으로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이정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AI산업안전시스템과 교수
경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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