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경상시론]AI시대, 수학교육의 전환이 필요하다

동남권이 산업수학과 AI 수학 교육 혁신을 먼저 시작한다면 이는 단순한 교육 개혁을 넘어 지역이 인공지능 산업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수학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미래 산업 지도를 바꾸는...

[경상시론]AI시대, 수학교육의 전환이 필요하다

계산훈련·문제풀이 중심 벗어나

복잡한 현상을 모델로 표현하고

구조 이해하는 능력 초점 맞춰야

▲ 김현민 부산대학교 교수 산업수학센터장

인공지능 산업의 뿌리는 수학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수학교육은 여전히 시험을 위한 계산 훈련과 문제풀이 중심의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정답을 찾아내는 기술을 익히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오랫동안 입시 경쟁 속에서 효율적인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관점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의 핵심에는 확률론과 통계학, 최적화 이론, 미분방정식, 그래프 이론과 같은 수학적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딥러닝 모델의 학습 과정은 수많은 변수를 가진 고차원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며,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과정 역시 통계적 추론과 수학적 모델링에 기반한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와 계산 과학이 결합된 새로운 지식 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학교육은 이러한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여전히 공식과 풀이 절차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실제 산업과 사회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학생들에게 수학은 창의적 문제 해결의 도구라기보다 어려운 시험 과목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수학을 더 많이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수학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이다. 미래 산업에서 필요한 수학은 공식 계산 능력보다 복잡한 현상을 모델로 표현하고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과 더 깊이 연결되어 있다.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고, 복잡한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며, 다양한 제약 속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찾는 과정은 모두 수학적 모델링과 알고리즘적 사고를 요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업수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업수학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수학적 모델로 구조화하고 이를 계산 가능한 알고리즘으로 구현하여 실제 시스템에 적용하는 학문이다. 물류 네트워크 최적화, 제조 공정 제어, 금융 위험 관리, 에너지 운영 전략, 교통 흐름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이러한 수학적 모델링과 결합할 때 데이터 분석을 넘어 실제 산업 문제를 해결하는 지능형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동남권은 이러한 변화를 실험하고 구현하기에 중요한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에는 항만과 물류, 조선과 제조, 화학과 에너지 산업이 밀집해 있으며 이들 산업은 복잡한 시스템 구조와 대규모 데이터를 특징으로 한다. 선박 운항과 항만 운영, 생산 공정 관리, 에너지 네트워크 운영과 같은 문제들은 모두 수학적 모델링과 최적화 알고리즘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영역이다.

이 지역에서 산업수학과 인공지능 교육을 산업 현장과 연결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 구축된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교육 혁신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대학과 연구기관, 산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와 교육 생태계가 형성된다면 동남권은 인공지능 기반 산업 혁신의 중요한 실험 공간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교과서 속 문제가 아니라 실제 산업 문제를 통해 수학과 인공지능을 배우게 되고, 기업은 새로운 기술과 인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서 결정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는 수학적 사고력이 그 기반이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문제집이 아니라 수학을 통해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는 새로운 교육 방식이다.

동남권이 산업수학과 AI 수학 교육 혁신을 먼저 시작한다면 이는 단순한 교육 개혁을 넘어 지역이 인공지능 산업 성장을 이끄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수학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미래 산업 지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른다.

김현민 부산대학교 교수 산업수학센터장

경상일보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경상일보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