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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남 청년 탈출 막으려면 의사결정 참여 보장"

엑소더스(Exodus). ‘대규모 탈출’ 또는 ‘집단적인 이탈·이주’를 뜻한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에서 유래한 말로, 현대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특정 지역이나 조직을 떠나는 현상을 표현할 때 쓰인다.

"경남 청년 탈출 막으려면 의사결정 참여 보장"

<경남 청년 엑소더스> 저자 인터뷰

지난해 기준 10년 새 17만 명 줄어

“일자리 늘린다고 유입 안 돼”

정치·행정 분야 재분배 제언

“청년이 선택하는 지역 만들어야”

김유현 씨가 쓴 <경남 청년 엑소더스> 표지.

엑소더스(Exodus). ‘대규모 탈출’ 또는 ‘집단적인 이탈·이주’를 뜻한다.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한 사건에서 유래한 말로, 현대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특정 지역이나 조직을 떠나는 현상을 표현할 때 쓰인다.

경남에서 벌어지는 청년들의 이탈을 ‘엑소더스’라는 말로 표현한 책이 있다. 김유현(47) 전 경남연구원이 쓴 <경남 청년 엑소더스>다. 책은 23일에 출간된다.

2015년 67만 명이던 경남의 청년 인구는 10년 뒤인 2025년 49만 7000명으로 줄었다. 50만 명 선이 무너지며 10년 사이 17만 명 넘는 청년이 감소한 것이다. 특히 같은 기간 청년 인구의 누적 순유출 규모는 13만 7000명에 달했다. 2015년 청년 인구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20%가 넘는 규모다.

김 전 연구원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민간과 공공부문을 두루 거친 뒤 2019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경남연구원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국회의원 보좌관이자 한양대학교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처음 느낀 것은 공포

김 전 연구원이 처음 경남의 청년 인구 유출 문제를 들여다봤을 때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공포’였다. 해마다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의 숫자를 보면서 이대로라면 경남의 미래를 이어갈 사람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청년이 이렇게 많이 떠나면 경남은 미래가 없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청년이 희박해진다면 경남의 미래를 누가 이끌어갈까 하는 공포심이 있었죠.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든 청년 인구 유출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생각만 했습니다.”

당시 그의 눈에 청년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라기보다 ‘인구 이동 통계’에 가까웠다. 왜 떠나는지를 삶의 맥락에서 살피기보다 전입·전출 신고서에 나타난 이동 사유를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전입신고서에 인구 이동 사유가 나오거든요. 그 통계를 보니까 직업 때문에 경남을 떠나는 청년이 굉장히 많이 늘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결국 일자리구나’라고 생각했죠. 일자리 때문에 떠난다면 청년을 붙잡으려면 일자리를 늘리면 된다는 일반적인 공식이 성립한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 공식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2023년과 2024년을 지나면서 경남이 강점을 가진 조선·항공·방위산업 등 주력 산업은 좋은 실적을 냈다. 수출이 늘고 관련 일자리도 증가했다. 그런데도 청년 인구 유출은 계속됐다.

“사후적으로 생각해보니 반성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 당시에 청년 정책을 연구한답시고 지나치게 경제학자적인 사고를 따라갔던 거죠.”

<경남 청년 엑소더스> 저자 김유현 전 경남연구원. /김유현

핵심은 재분배

김 전 연구원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은 크게 두 방향이다. 하나는 지역 내부의 사회문화와 정치·행정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청년을 정책의 수혜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지역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경남에는 권위주의적인 성향이 비교적 강하게 남아 있다고 봤어요. 과거 중공업 중심의 산업 생산기지로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지역이다 보니 당시 중공업 성장에 대한 향수도 짙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균형발전’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자원과 시설을 이전하는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 시설, 재원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자원이 지역으로 내려왔을 때 그 재원을 정말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을 만드는 변화의 과정에 투입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예요.”

공공의 일로

책을 처음부터 내려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김 전 연구원은 2024년 <민주 정치와 공공경제>라는 책을 냈다. 이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고등학교 동창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는 그에게 “책을 제대로 기획해서 한 번 써볼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했다.

“친구와 제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경남에서 4년 동안 지내면서 어떤 일을 했는지도 이야기했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제 입에서 청년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그는 중학생 때부터 사회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과 그 일을 통해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찍부터 자리 잡았다. 작은아버지가 선거에 출마하는 모습을 본 경험도 영향을 줬다.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주체가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걸 조금 일찍 느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치기 어린 꿈이었을 수도 있어요. 그런 모습이 멋있어 보였고, 나도 멋진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죠. 막상 살아보니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그의 목표는 어릴 때부터 품었던 ‘사회 변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 사회가 경쟁에 많이 찌들어 있잖아요. 경쟁 때문에 우리가 잃어버리는 가치들이 있는데, 그것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공공의 관점에서 다시 살려내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최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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