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상품을 검색을 통해 구매하는 ‘목적형 쇼핑’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대화를 통해 상품을 추천받아 결제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발견형 쇼핑’이 부상하면서다.
이에 최근 신세계와 롯데 등 주요 유통 기업들은 잇따라 인공지능(AI) 쇼핑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는 추세다. 다만, 이 같은 기술은 소비자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대형마트부터 이커머스까지…‘AI 커머스’ 앞다퉈 도입
4월 6일 진행된 신세계그룹과 오픈AI의 ‘AI 커머스 사업협력’ 업무 협약식에서 (오른쪽부터) 임영록 신세계그룹 경영전략실장(사장), 김경훈 오픈AI 코리아 총괄대표가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신세계그룹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국내 유통사 중 처음으로 오픈AI와 ‘AI 커머스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AI 퍼스트’가 미래 유통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란 판단 아래 국내 AI 커머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AI 커머스 본격 도입 ▲AI 쇼핑 에이전트 개발 ▲AX(AI Transformation) 협력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의 모든 상품에 대해 검색부터 결제, 배송 등 쇼핑 전 과정을 아우르는 챗GPT 기반의 ‘완결형 AI 커머스’ 모델 구축에 나선다. 예컨대 챗GPT 대화창에서 “내일 저녁 가족 식사 메뉴를 준비해 줘”라고 요청하면 필요한 쇼핑 목록을 생성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 예약 배송까지 처리하는 방식이다. 해당 서비스는 2027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세계그룹은 연내 이마트 앱에 ‘AI 쇼핑 에이전트’를 탑재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매장 방문 시 자동 주차 등록, 고객의 구매 패턴을 반영한 쇼핑 목록 제안 등을 수행하며 ‘퍼스널 쇼퍼’로서의 기능을 하게 된다.
롯데그룹의 계열사들도 AI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최근 신규 서비스인 ‘패션 AI’를 공개했다. 패션 AI는 패션 카테고리에 특화된 대화형 검색 서비스로 고객이 ‘하늘하늘한 티셔츠’, ‘출근용 블라우스’ 등 원하는 스타일과 활용 상황을 입력하면 맞춤 상품을 추천해 준다.
롯데하이마트도 최근 AI 쇼핑 에이전트인 ‘하비(HAVI)’를 도입했다. ‘하비’는 고객이 검색어를 입력하는 대신 원하는 가전제품에 대해 사람에게 대화하듯 질문하면 상품을 찾아주고 비교, 추천까지 지원하는 AI 기반 쇼핑 서비스다. 고객이 여러 조건을 나눠 입력하지 않아도 질문의 맥락을 이해해 정보를 정리해 준다는 특징을 가진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톡과의 협업으로 AI 쇼핑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현대백화점의 프리미엄 큐레이션 전문몰 ‘더현대 하이’가 ‘카카오툴즈(Kakao Tools)’의 이커머스 협력사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카카오툴즈는 카카오톡 채팅 환경 안에서 뷰티·패션·여행·취업 등 다양한 생활 영역의 외부 서비스를 연동해 인공지능(AI)이 맞춤형 정보를 제안하는 서비스다. 이에 따라 해당 AI 사용자는 향후 더현대 하이가 제공하는 브랜드 상품, 팝업스토어 등의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카카오툴즈(Kakao Tools)에서 현대백화점 ‘더현대 하이(Hi)’의 쇼핑 정보가 제공되는 구동 화면 예시. 사진=현대백화점
소비자 만족도 제고 vs 선택권 침해 의견 엇갈려…대안은?
사진=셔터스톡
이렇듯 ‘AI 쇼핑’이 유통업계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변화는 소비자로 하여금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도록 해 쇼핑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원하는 상품을 찾기까지의 시간을 단축해 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글로벌 유통 기업들을 중심으로 AI 도입이 상용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마존은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를 통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고 있으며 월마트도 AI 쇼핑 챗봇 ‘스파키’를 활용해 제품 추천, 상품 리뷰 요약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 모두 대화를 통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며 플랫폼에 체류하는 시간을 늘릴 뿐더러 구매 전환율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기에 한국 기업들 역시 변화하는 흐름에 선제적으로 올라타 이 같은 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다. 임영록 신세계그룹 사장은 “AI 커머스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의 이분법을 넘어 미래 유통시장의 뉴노멀을 새롭게 정의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 맞춤형 초개인화 AI 커머스를 선도하고 그룹의 체질 자체를 ‘AI 퍼스트’로 내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AI 쇼핑의 본격적인 상용화에 앞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관련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충동구매, 과소비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AI 커머스의 등장으로 정보 과부하 문제 해소나 소비자의 쇼핑 시간이 줄어드는 이점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이에 따라 소비자가 무분별하게 광고에 노출되거나 사업자가 필터링한 정보에만 접근하게 되는 ‘필터버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추천 시 그에 따른 이유를 함께 알리거나 3~5개의 대안을 의무적으로 노출하는 것 등이 소비자의 맹목적인 수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AI 커머스 상용화에 앞서 소비자 보호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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