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리센느. 사진 제공=더뮤즈엔터테인먼트
걸그룹 ‘리센느’ 멤버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이 느닷없는 ‘사투리 공방’을 벌였다. 해당 멤버의 “~노” 어미가 들어간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극우 커뮤니티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식 말투라고 주장하면서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사투리와 일베식 표현을 구분해야 한다”며 참전하면서 정치권까지 가세한 진실공방 양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보수 진영은 “사투리를 두고 죽창가를 부른다”고 조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조 전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많은 10~20대들이 일베가 아님에도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고 있는 바,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10~20대를 훈계하는 꼰대짓이라는 비겁한 주장이 있나 보다”라며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의문문에 ‘노’를 붙여 사용하는 건 경상도 말 용법에 맞나, 맞지 않나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고 폄훼하는 잘못된 행위임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전 대표는 전날엔 ‘서울 사람과 일베와 부산 사람의 차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영남말 질문 문장에서 ‘나’와 ‘노’는 구별돼 사용된다. ‘나’는 예, 아니오를 확인할 때 사용하고 ‘노’는 구체적 상황 설명을 요청할 때 사용한다”고 영남 사투리의 용례를 상세히 설명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올린 페이스북 글 캡처.
느닷없는 ‘사투리 강의’는 경남 거제 출신인 리센느 멤버 원이의 유튜브 영상에서 촉발됐다. 지난달 28일 유튜브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에 공개된 영상에서 원이는 “와이라노”, “무섭노” 등 ‘노’ 어미가 붙은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다큐멘터리 연출가인 김현지 PD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베식 혐오 표현”이라고 지적했고, 이 글이 공론화되면서 온라인 상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리센느 팬들이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발했지만 김 PD는 “어법에 맞지 않는 사용”이라며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비문의 ‘노’를 사용한다. 위기감을 느낀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조 전 대표가 여기에 글을 보태며 참전하자 해당 논란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으로 옮겨 갔다. 보수 진영에서는 평범한 사투리를 ‘진영 논리’로 몰아간다며 조 전 대표를 맹비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뜬금없이 경상도 사투리를 향해 죽창가를 부르기 시작했다”며 “그냥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를 쓴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고향의 지역색을 드러내며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성장한 연예인이 조 전 대표의 몰상식한 타박으로 고유의 색채를 잃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우재준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정치권이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조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나서서 사투리 설명을 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대구 출신인 우 최고위원은 “사투리도 ‘고’, ‘노’, ‘나’ 이런 어미들이 다양하게 쓰인다. 특히 ‘무섭노’ 이런 발언은 젊은 층에서 감탄사의 의미로 간단하게 쓰이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을 이용하는 정치가 오히려 젊은 세대에 반감을 일으킨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사상과 사투리까지 재단, 스타벅스도 못가고 사투리도 마음대로 못 쓰는 검열사회”라며 “무섭노”라고 비꼬았다.
여권과 진보 진영에서도 과도한 논란 확대를 경계하는 반응이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정치인들이 참전해서 (논란을) 자꾸 키운다”며 “정치인들이 해야할 것은 혐오와 조롱 문화를 어떻게 없앨지 얘기하는 것이지, 이렇게 낙인찍어서 사투리와 연계시켜서 하는 것들은 정말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논란이 있더라도 공론장에서 문화 비평의 차원에서 이뤄질 일이지, 정치인들이 왜 거기에 입을 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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