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31일 국내 증시에서 대형주를 대거 매도하는 동시에 일부 중형·성장주를 선별적으로 매수하는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반도체와 금융 대형주에서 자금을 빼는 대신, 개별 성장 모멘텀이 있는 종목으로 이동하는 ‘선별적 수급 재편’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 상위에는 SK스퀘어, 한미반도체, 한화비전, 대덕전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순매도 상위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더존비즈온, KB금융 등이 포함됐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강한 매도다. 삼성전자는 단일 종목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대규모 매도 대상에 포함됐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단기 불확실성과 차익 실현 욕구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같은 반도체 밸류체인 내에서도 장비·소재 기업으로는 자금이 유입됐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확대에 따른 수혜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 대덕전자 역시 고부가가치 인쇄회로기판(PCB)을 생산하며 데이터센터 및 서버용 수요 증가의 수혜주로 꼽힌다.
투자회사인 SK스퀘어에 대한 매수도 눈길을 끈다. SK스퀘어는 반도체와 정보통신 자회사 지분을 보유한 지주형 투자회사로, 자회사 가치 재평가 기대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자회사 실적 개선 기대가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산 및 영상장비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비전 역시 매수 상위에 올랐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에서 방산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와 달리 금융주와 일부 소비재 종목은 매도 압력을 받았다.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금융지주사는 금리 사이클 변화에 대한 부담이 반영되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또한 고가 소비재 기업인 LG생활건강도 매수 상위에 일부 포함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비 관련 업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차전지 관련 종목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났다. 삼성SDI는 순매도 상위에 포함된 반면, 소재 및 일부 관련 기업에는 제한적인 관심이 이어졌다.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 우려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기대가 혼재된 결과로 해석된다.
인터넷 플랫폼 기업 NAVER는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리며 기술주에 대한 일부 선호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NAVER는 인공지능과 콘텐츠 사업 확장 기대를 기반으로 외국인 수급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상위권에는 정보기술(IT) 소재·부품주인 코리아써키트와 한솔케미칼을 비롯해, 방산 분야의 강자 한화시스템과 현대글로비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전통적인 자산주이자 경기 민감주인 남선알미늄, 자동차 부품사 에스엘, 배당 매력이 부각된 한화투자증권도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 밖에도 금호석유화학, 디아이, 두산, 삼양바이오팜, 씨에스윈드, 부광약품, 현대백화점 등이 매수 상위에 포함되며 업종별 순환매 양상을 보였다.
특히 반도체 검사장비와 제약·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테마가 고르게 포진해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
반면 그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원전과 자동차, 이차전지 대형주들은 대거 차익 실현 매물의 타겟이 됐다. 두산에너빌리티를 필두로 수출 호조세를 보였던 삼양식품, 삼성전자우, 삼성중공업 등이 순매도 상위권에 자리했다.
석유화학 대장주 LG화학과 철강 대표주 POSCO홀딩스, 전력기기 테마인 효성중공업과 산일전기도 매물이 쏟아지면서 매도세가 우세했다. 조선업황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HD현대중공업은 매도 상위에 머물렀으며, 에이피알, 삼성전기, 현대차, 크래프톤, 현대로템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동반 하락 압력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이 단순한 업종 이동을 넘어 ‘테마 중심의 선별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와 금융주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대신, AI·방산·부품 소재 등 성장성이 부각되는 분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재 시장에서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고려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대형주 중심의 일방적 매수 흐름에서 벗어나 보다 정교한 종목 선택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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