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거리 문화 등불 밝힌 갤러리 ‘화’
송원대 교수이자 작가인 윤해옥 대표
지난 7월 개관 후 3개월여 간 기념전
작가·관객·시민 문화향유와 성장 함께
갤러리 화는 지난 7일 ‘해양 실크로드와 말라카, 그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첫 워크숍을 진행했다. 갤러리 화 제공
전남광주 원도심 예술의거리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7월 문을 연 갤러리 ‘화’의 윤해옥 대표는 이곳을 단순히 작품을 사고파는 상업 공간을 너머, 인문학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25년 전 지하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다 쓴맛을 보고 떠났던 그가 다시 이곳을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예술가와 지역민, 그리고 아이들이 함께 문화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윤 대표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시작한 게 아닙니다. 골목의 갤러리들이 하나둘 사라져가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개관 이유를 밝혔다.
그가 새롭게 둥지를 튼 공간은 과거 동사무소로 쓰이던 70여년 된 건물이다. 리모델링을 거쳐 문을 연 갤러리 화는 1층과 2층 각각 25평 규모로 조성됐다. 3층은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대관료 역시 10일 기준으로 합리적인 선을 유지하고 있다. 단순히 대관 수입에 의존하는 상업 화랑의 틀을 깨고, 검증된 작가의 우수한 작품을 일반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차별화된 운영 방식을 고수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운영 철학은 개관 기념전에서도 잘 드러난다.
갤러리 화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지난 9월부터 ‘화;답 예술적 사유에 대하여’를 주제로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다. 한희원 작가의 ‘존재와 생명’, 박하선 작가의 ‘인간을 보다’, 오견규 작가의 ‘성찰과 비움’, 박주하 작가의 ‘화-열림’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11월 12일까지 김해성 작가의 ‘화려함 너머’전이 열린다.
윤 대표는 개관 기념전이 마무리되면 타지역의 실력 있는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초청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숲속이나 오지에 숨은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가는 수고로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향후 실험적인 시도를 위해 이길열 작가와 박현효 작가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그는 “우리 지역 작가의 그림만 계속 순회할 수는 없습니다. 타지역의 정말 좋은 작품들을 들여와 지역 작가와 주민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우리 갤러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갤러리 화는 지난 7일 ‘해양 실크로드와 말라카, 그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첫 워크숍을 진행했다. 갤러리 화 제공
갤러리 화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이 걸린 벽 너머에서 다채로운 인문학 프로그램이 함께 펼쳐진다는 점이다. 이웃한 ‘진아트 팩토리’ 최병진 대표(사진작가)와 손잡고 매달 한 차례씩 ‘문화·예술·생태 이론독해’ 워크숍을 열고 있다. 인류학과 예술의 접점을 찾고,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인문학적 담론을 나누는 자리다.
지난 7일 열린 첫 번째 워크숍은 ‘해양 실크로드와 말라카, 그 예술과 문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윤 대표는 “예술가들의 테크닉과 표현력은 훌륭하지만, 내실을 다지려면 이론적 토대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그림만 잠깐 보고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교육, 문학, 인류학이 집약돼 깊이 있게 향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갤러리 주변 풍경도 완전히 달라졌다. 야간 조명을 밤늦도록 켜두고 일요일에도 문을 열면서 어두웠던 골목길에 환한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인근 초등학교 아이들이 갤러리를 찾아와 90도로 인사를 건네고, 주민들 역시 개관 이후 골목이 한결 밝아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표의 시선은 이제 청년 작가 지원과 예술의거리 전체의 상생으로 향하고 있다. 현재 뜻을 함께하는 장학재단과 손잡고 청년 작가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을 논의 중이다. 일회성 지원에 그치기 쉬운 대학생 대상 지원보다는, 필드에서 치열하게 작업에 몰두하는 신진 청년 작가들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예술인들이 주축이 돼 작가 발굴과 전시 기회를 넓히고, 나아가 지역 상권과도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윤해옥 갤러리 화 대표.
윤 대표는 “예술의거리가 살기 위해서는 구색 맞추기식 예산을 쏟아붓기보다, 작가들이 마음껏 작품을 발표하고 전시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앞으로도 문턱을 낮추고 누구나 찾아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진짜 문화의 장을 가꿔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 대표는 전남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해 학사·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물과 꽃, 말, 나비, 새 등을 소재로 개인전 14회를 열었으며, 단체전에도 150여 회 참여했다. 전라남도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송원대 교수로 재직하며 꽃과 참새를 소재로 따뜻한 정서를 담은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