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 중부발전 조달협력처장 인터뷰
기술실증 중심으로 동반성장 전략 변화
발전소가 실험실로…협력社 AX 격차↓
피지컬 AI·국산 반도체 생태계 지원사격
공급망 대응, 해외 진출까지 역할 확대
김형남 중부발전 조달협력처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중부발전]
“협력기업의 인공지능(AI)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저희 동반성장 전략의 핵심 과제 중 하나입니다.”
김형남 중부발전 조달협력처장<사진>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구축’ 방침과 경영진의 의지 아래 동반성장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기술혁신 지원과 시장진출 확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마련을 3대 축으로 삼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AI 전환과 공급망 불안이 겹치면서 발전공기업의 동반성장 역할도 기술 검증과 현장 대응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발전공기업의 동반성장 정책은 금융지원이나 판로 확대 중심에서 기술 기반 협력으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인다. 디지털 전환(DX)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산업 환경 변화와 맞물려 협력사의 기술 실증과 사업화 지원 기능이 공기업의 새로운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처장은 “협력 중소기업이 독자적으로 넘기 어려운 기술 장벽을 해소해 주는 ‘가교’ 역할을 회사가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의 인공지능 전환(AX)을 돕고 발전소를 기술 실증 공간으로 개방하는 것은 이런 전략이 현장에서 구현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중부발전은 벤처기업 ‘위플랫’과 협력해 발전소 배관 누수 문제 해결에 나섰다. 배관에서 발생한 누수음을 분석하는 AI 기술을 세종발전본부에서 실증한 결과 누수 탐지율을 약 95% 수준까지 끌어올렸고, 이 과정에서 중부발전은 연간 13억원의 용수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지난해 말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민관 협력 우수사례’로 평가받았다.
중부발전이 협력사 4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AX 도입 의지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68.9%로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 인력(30.2%)과 자금(25.5%) 부족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지목됐다. 김 처장은 “기술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지만, 실제 현장 적용 단계에서는 여전히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며 “공기업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강화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형남 중부발전 조달협력처장
중부발전은 발전소 현장을 활용한 ‘피지컬 AI’ 실증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보령발전본부에서는 저탄장 설비를 대상으로 무인 감시 AI 로봇 실증을 진행해 낙탄과 화재 위험을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이후 설비 모니터링, 진단, 안전관리, 원격 정비 등 다양한 분야로 실증을 확대하고 있다. 김 처장은 “발전소는 위험 작업이 많은 공간인 만큼 AI 로봇을 활용한 안전관리 수요가 크다”며 “협력기업이 실제 운전 환경에서 기술을 검증하고 사업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발전공기업이 ‘피지컬 AI’ 생태계 형성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중부발전은 협력사와 AI 솔루션 벤처기업을 묶는 ‘3각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국산 AI 반도체 적용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그동안 발전소 현장에서 AI 설비의 ‘두뇌’ 역할을 하는 NPU(저전력·저비용 신경망처리장치)가 외산에 의존해 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최근에는 한국 AI·로봇산업협회,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관련 기술 발굴 연구회를 구성하고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발전소를 AI 솔루션 테스트베드로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김 처장은 “국산 AI 반도체 기업들이 현장 적용 기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발전소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것이 공기업의 역할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협력기업의 기술 실증과 사업화 기반을 동시에 마련하는 방향으로 발전공기업 동반성장의 역할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응하는 일도 발전공기업의 몫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처장은 협력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을 안내하는 등 공급망 안정 지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실제 용접봉을 생산하는 한 협력사의 경우 주요 원재료인 텅스텐 가격이 kg당 40달러에서 270달러 수준까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크게 늘었지만, 연동 계약 안내를 통해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김 처장은 “공급망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력기업의 원자재 수급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에너지 전환에 대응해 중부발전은 협력기업의 해외 동반진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의 단계적인 폐지로 사업 기반이 약해질 협력사의 ‘업의 전환’을 돕기 위한 전략이다. 인도네시아 현지 거점인 KOMIPO FACTORY 등을 통해 현지 실증과 수출을 연계하는 한편, 지난해 태국 로봇 기술로드쇼에서는 2350만달러 규모의 계약 추진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노르웨이 풍력 등 신규 거점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같은 노력은 대외 평가로도 이어졌다. 중부발전은 정부 동반성장 평가에서 10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며 공공기관 가운데 유일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끝으로 김 처장은 협력기업과 시민이 함께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으며 “동반성장은 단순 지원이 아닌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정세영 기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