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필자는 지난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초래한 세계 무역 질서 균열에 주목했다. 스포츠용품 시장도 혼란에서 예외가 아니라고 보고 미국 정부의 관세 정보 자료를 직접 분석했다. 흐름은 분명했다. 이전 미국의 스포츠용품 주요 수입국은 1위 중국부터 2위 베트남, 3위 인도네시아, 그리고 멕시코와 캐나다가 그 뒤를 이었었다. 관세 갈등이 본격화하자 중국·멕시코·캐나다산 수입은 줄고, 베트남·인도네시아산 수입은 늘었다. 값싼 조달을 떠받치던 공급망이 정치와 외교의 충돌 앞에서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관세정책이 촉발한 공급망 재편의 단면이다. 이는 공급망이 정치·외교 충돌에 따라 빠르게 흔들릴 수 있으며,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을수록 시장 혼란이 커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문제는 대체 수입선이 생긴다고 해도 공급 공백이 완전히 메워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공급이 줄면 조달비용이 오른다. 재고는 불안해지고 소비자 가격은 올라간다. 결국 소비 접근성이 떨어지고, 그 충격은 실물경제의 불안으로 번진다. 공급망은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무너지는 순간 사회 전체를 흔든다. 코로나19 직후 세계 공급망 붕괴가 이어졌을 때도 생산 차질과 물류 정체는 곧바로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으로 연결됐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시장 위축을 심화시켰다.
호르무즈해협에서 충돌하고 있는 이란과 미국 전쟁은 대외 에너지 및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 경제에 전방위적인 공급망 붕괴로 나타났다. 원유와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폭등했고, 항공, 운송 등 연료 의존 산업은 물론, 에틸렌 생산 비용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한 플라스틱, 섬유, 자동차 부품 등 국내 제조업 전반의 원가 상승과 연쇄적인 비용 압박,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호르무즈해협발 해상 물류 차질이 심화되고 기업의 운영자금 부담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길이 막힌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의 30% 수준을 감당하고 있다. LNG 추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서 현재로서는 대체 불가능한 자원이며, 기체 특성상 장기 비축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카타르는 우리의 핵심 수입처다. 중동전쟁으로 우리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공급망 안정은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과 산업 활력을 지키는 공공 과제다. 해법은 분명하다. 단기적으로는 특정 국가 편중을 줄이는 공급망 다변화, 즉 위험 분산 전략과 우호국 중심의 조달 확대가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국내 제조 기반을 복원·육성하는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
원자재의 다원화도 시급하다. 석유화학 산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대체 원자재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공급망은 당장의 효율만으로 설계할 수 없다. 공급망 다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효율만 좇아 만든 공급망은 위기 앞에서 가장 먼저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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