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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간호사 10명 중 4명 인권침해…“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폭언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간호사 4명 중 3명 이상은 신고하거나 대응하지 않았으며, 대응한 경우에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간호사 10명 중 4명 인권침해…“신고해도 바뀌지 않는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대한간호협회 제공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10명 중 4명 이상이 최근 1년 동안 폭언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간호사 4명 중 3명 이상은 신고하거나 대응하지 않았으며, 대응한 경우에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많았다.

대한간호협회 간호노동개혁위원회는 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의료기관 내 간호사 인권침해 예방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2026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근로환경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는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105명이 참여했다. 응답자의 41.0%는 최근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인권침해 유형은 폭언이 88.9%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 67.1% △성적 폭력 17.7% △신체적 폭력 17.0% 순이었다.

피해를 경험한 간호사의 76.4%는 별다른 신고나 대응을 하지 않았다. 미대응 이유로는 ‘신고해도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83.8%로 가장 많았다. △승진이나 조직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우려 36.7% △가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 27.5% △신고 절차를 모름 14.4% 등이 뒤를 이었다.

신고하거나 대응한 경우에도 기관의 변화가 없었다는 응답이 68.1%에 달했다. 가해자와 분리됐다는 응답은 12.7%, 공식적인 조치가 이뤄졌다는 응답은 7.4%였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상황이 개선됐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간호협회는 인권침해를 개인 간 갈등이나 일부 의료기관의 조직문화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족한 교육시간, 불규칙한 근무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꼽은 가장 시급한 개선과제도 ‘간호사 인력 증원’이 80.7%로 가장 높았다. 이어 △법적 보호 강화 47.6% △조직문화 개선과 태움 근절 41.9% △폭력 예방대책 강화 39.2% △기관의 보호체계 강화 31.4% 순이었다.

토론회에서는 인권침해 발생 이후의 처벌과 대응을 넘어 근무환경과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예방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양순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의료인력지원센터 부장은 이직률 등 정량적 지표와 조직문화 자료를 활용해 인권침해 위험이 높은 기관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관계기관, 의료기관 사이의 협력체계를 강화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송유나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장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재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노사가 함께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현장에서는 동료뿐 아니라 다른 직역과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언과 폭력도 발생하는 만큼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과도한 업무와 담당 환자 수로 인한 소진, 감정노동과 극심한 스트레스,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는 신규간호사, 적절한 보상 없이 이어지는 초과근무가 구조적인 문제로 남아 있다”며 “인력 부족과 부실한 교육, 적절하지 못한 대응체계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간호협회는 의료기관 종별과 환자 중증도, 간호요구도를 반영한 최소 간호인력 기준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신고 이후 피해자 보호와 보복 방지, 조사·재발 방지·사후관리로 이어지는 대응체계 구축도 요구했다.

교육전담간호사 확대와 신규간호사 교육기간 보장, 간호법에 따른 정기적인 실태조사와 표준지표 마련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조하진 보건복지부 간호정책과장은 “적정한 근무여건과 충분한 교육, 현장 적응 지원, 상호 존중하는 조직문화, 상담·신고·피해자 보호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재훈 기자 jjho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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