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9월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채널 '정준희의 논'에 출연한 김어준 뉴스공장 대표. 사진=뉴스공장 영상 갈무리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뉴스공장)이 시사IN 언론매체 신뢰도 조사에서 MBC ‘뉴스데스크’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TBS를 나오고 유튜브 채널을 만든 뒤 달성한 첫 1등이다. 김어준씨는 뉴스공장이 사실상 지상파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시사IN이 실시한 ‘2026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에 따르면 뉴스공장은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을 묻는 항목에 6.3%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MBC ‘뉴스데스크’가 2위(5.9%)로 떨어졌고, 그 뒤로 KBS ‘뉴스9’(4.9%), JTBC ‘뉴스룸’(2.1%), SBS ‘8뉴스’, ‘매불쇼’·‘김진의 돌직구쇼’·‘YTN24’(1.9%)가 이어졌다.
뉴스공장은 TBS라디오 시절(2022년) ‘가장 신뢰받는 방송 프로그램’ 1위(8.5%)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유튜브로 방송을 옮기고 나서 2023년 2위(4.5%), 2024년 2위(4.6%), 2025년 3위(5.1%)를 기록했다. 그러다 6년 만에 1위로 다시 복귀했다. 김어준씨는 지난 18일 자신의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겸손은힘들다’의 목표는 뭐였느냐. 이 방송을 사설 유튜브 개인 방송이 아니라 MBC ‘뉴스데스크’, KBS ‘뉴스9’과 동급의 송신탑 없는 지상파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목표였고 제가 5년 내 도달할 거라고 선언했는데 2023년 1월9일 방송을 시작해서 3년9개월 만에 달성했습니다. (중략) 오프라인의 지상파들과 겨뤄서 인식의 전쟁터에서 1위를 차지한 건 전 세계에서 ‘겸공’ 하나입니다.”
호감도 낮았던 김어준, 뉴스공장은 신뢰도 1위?
시사IN의 언론 신뢰도 조사는 주관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물으면 응답자가 ‘뉴스공장’이라고 답하는 식이다. 시사IN의 신뢰도 조사를 그대로 해석하면 뉴스공장은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이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은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다고 공인된 건 아니라는 뜻이다.
지난 6월 시사IN ‘2026 지선 사후 유권자 인식조사’에서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의 감정온도는 평균 19점으로 집계됐다. 시사IN은 0~24도를 매우 부정적, 25~49도를 약간 부정적, 50도를 중간, 51~75도를 약간 긍정적, 76~100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분류했다. 김어준씨에 대한 감정온도는 당시 ‘매우 부정적’에 해당했다.
▲ 2026년 9월18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갈무리.
뉴스공장을 신뢰도 1위 매체라고 해석할 경우, 언론 불신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언론이 뉴스공장처럼 변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는 김어준씨가 가진 호감도 수준과 비교해서 보면 혼란스러운 지점이다. 김어준씨의 감정온도는 극우 성향 전한길씨의 감정온도(평균 18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이렇게 호불호가 강한 진행자의 뉴스공장이 3개월 만에 지상파의 신뢰도를 제쳤다고 해석하는 건 통념과 어긋난다.
“신뢰도보다는 대중성, 정체성 등 다른 개념일 가능성”
신뢰도는 측정하기 어려운 개념 중 하나로 꼽힌다. 다수의 표를 얻으면 선거에서 이기는 정치인과 달리 언론의 신뢰도는 여러 기준이 혼재돼 있어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4년 발간한 ‘언론 신뢰도 향상 방안’(오세욱, 김지원, 최지향)은 “언론을 신뢰하거나 신뢰하지 않는 태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일관된 정의는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라며 “신뢰는 사회학, 심리학, 경제학의 관점에서 제각각 정의되고 있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신뢰도 측정 항목으로 사실성, 투명성, 다양성, 균형성 등 11개 가치를 꼽았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언론사에 대한 신뢰와 불신의 이유> 논문에서 “모두가 ‘언론 불신이 문제’라며 걱정하지만, 정작 신뢰(trust)를 공신력(credibility), 신뢰할만함(trustworthiness), 신빙성(believability) 등과 개념적으로 구분하지 않은 채 논의를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 신뢰도 향상 방안’(오세욱, 김지원, 최지향) 보고서에 게시된 언론사 신뢰도 기준표.
이준웅 교수는 ‘동아일보’와 ‘서울의소리’를 예로 들었다. 오랫동안 주류 언론으로 지위를 유지했기에 같은 내용을 보도한다고 하더라도 서울의소리보다 동아일보가 높은 공신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치 이념이나 문화적 성향에 따라 서울의소리를 신뢰한다고 답하는 사람의 비율이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공신력과 신뢰의 개념 차이가 벌어지게 된다. 뉴스공장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지상파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많다 하더라도, 뉴스공장에서 나오는 사실이 지상파에서 나오는 사실보다 공신력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가령 애국심을 측정한다고 하면, ‘길거리를 가다 태극기가 보이면 어떻게 한다’ 이런 식의 간접 질문을 몇 개 던져서 종합적으로 측정한다. 매체 신뢰도 역시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등의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어떤 매체를 보나’라는 식으로 간접 확인하는 것인지 신뢰하는 프로그램을 단독으로 물어서 확인할 수는 없다. 그렇게 나온 답은 신뢰도보다는 대중성, 응답자의 정체성 등 다른 개념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뢰도 높이려면 “일단 정확하고 공정해야”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최근 떠오른 건 ‘투명성 강화’다. 투명성은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과정을 뉴스 이용자들에게 투명하게 보여줌으로써 기사가 어떻게 생산되었는지, 기사와 관련한 다양한 의사결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론 신뢰도 향상 방안’ 보고서는 “투명성은 오랫동안 저널리즘의 중요한 규범으로 언급되어 온 객관성을 대체할 원칙으로 논의되고 있다. ‘투명성은 새로운 객관성’이라는 선언도 등장했을 정도”라며 “취재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기자가 임의로 취재 내용을 추가하지도 수용자를 속이지도 않는 것은 사실상 객관성을 추구하는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김어준씨가 2026년 8월31일 김어준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같은 시간대에 방송하는 민주당TV를 두고 반갑기는 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어준 뉴스공장 영상 갈무리
이준웅 교수는 <언론사에 대한 신뢰와 불신의 이유> 논문에서 언론이 자신의 논조에 동조하는 이른바 ‘집토끼’만 잡아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독자층이 아닌 ‘산토끼’를 잡기 위해선 뉴스에 대한 접근을 늘려 이용 빈도를 높이고 동시에 이용 경험이 긍정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신뢰하는 방송 프로그램’ 1위를 기록한 뉴스공장의 기조와 배치되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뉴스 이용자 쪽에서 보면, 특정 언론을 신뢰하면 안심하고, 안심하면 불신도 하게 되는 경향이 유지되지만, 언론사 쪽에서 신뢰와 불신은 뉴스에 대한 ‘신뢰할만함’ 평가에 따라서 결정된다. 따라서 언론은 일단 정확하고, 공정하고, 품격 있는 고품질 뉴스를 제작하고 뉴스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등 역무의 품질을 높임으로써 신뢰를 높이고 불신을 낮출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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