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AI) 다이어트’ 시대다. 무겁고 비싼 대형언어모델(LLM) 대신 필요한 성능은 갖추되 크기와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소형언어모델(SLM) 경쟁이 다시금 뜨거워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선두 기업들은 최근 성능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은 경량화 모델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경량화 모델 중요성은 최근 더 대두되고 있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부족에 따른 인프라 비용 급증 문제가 지목된다.
또 피지컬AI가 강조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피지컬AI는 제조 산업 현장에서 AI가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 등 단말기에 내장된 칩을 기반으로 하는 AI가 필요하다. 단일 칩 수준 하드웨어에서도 구동이 되는 ‘가벼운’ AI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수요가 점차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도 앞다퉈 경량화 모델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오픈AI는 지난달 ‘GPT5.4’ 시리즈 ‘미니’와 ‘나노’를 선보였다. 지피티5.4 미니는 코딩, 추론, 멀티모달 이해, 도구 사용 전반에서 이전 모델인 ‘GPT‑5 미니’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월등히 향상된 성능을 보여줬다는 것이 오픈AI 설명이다.
GPT‑5.4나노는 속도와 비용이 중요한 작업을 위해 설계된 가장 작고 저렴한 가격의 GPT‑5.4 모델이다. 분류, 데이터 추출, 랭킹 작업과 비교적 단순한 보조 작업을 처리하는 코딩 서브에이전트에 적합한 모델이다.
저렴한 토큰 비용도 오픈AI가 내세운 강점이다. GPT‑5.4미니는 입력 토큰 100만개당 0.75달러(약 1100원) 출력 토큰 100만 개당 4.50달러(약 6600원)다. GPT‑5.4 나노는 입력 토큰 100만개당 0.20(약 300원) 출력 토큰 100만개당 1.25(약 1800원)이다.
구글은 지난 2일 전격 공개한 '젬마4' 시리즈를 통해 오픈소스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젬마4는 구글의 최신 상용 모델인 제미나이 3.1과 동일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구축됐다. 유료 상용 모델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아파치 2.0(Apache 2.0)’ 라이선스를 적용해 기업들의 자유로운 수정과 재배포를 허용한 것이 핵심이다.
젬마4의 경쟁력은 '작은 거인'다운 체급과 멀티모달 능력에 있다. 엣지 디바이스용 ‘E2B’부터 전문가용 ‘31B’ 모델까지 총 4가지 사이즈로 제공된다. 특히 소형 모델인 E4B는 네이티브 오디오·비전 처리 능력까지 갖췄다. 젬마3 시리즈에서는 없던 기능이다.
자유로운 상용 개발이 가능한 아파치2.0 라이선스로 공개된 만큼 사용 기업 입장에서도 온프레미스(구축형) 환경에서 멀티모달 AI를 구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보안이 중요한 금융·의료 분야에서 관련 모델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연구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클로드 4.5 하이쿠’를 앞세워 효율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앤트로픽의 전략은 파라미터 개수를 늘리기보다 데이터 학습 밀도를 높여 동일 체급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추론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다.
크기는 작지만 특정 작업에서는 이전 범용 모델 ‘클로드 소넷 4’를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앤트로픽 설명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 4.5 하이쿠와 함께 출시된 클로드 소넷 4.5의 복합 사용 방법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복잡한 문제는 클로드 소넷 4.5를 통해 여러 단계의 계획으로 분해한다. 이후 여러개 하이쿠 4.5로 구성된 팀을 조직해 하위 작업을 병렬로 완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이쿠 4.5의 입력 토큰 백만 개당 가격은 1달러(약 1400원), 출력 토큰 백만 개당 가격은 5달러(7300원)다.
전문가들은 이번 경량화 경쟁이 AI 산업의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거액의 인프라 비용이 들어가는 LLM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에서 효율적인 SLM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엔진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구글의 젬마4가 보여준 강력한 오픈소스 모델은 폐쇄형 모델에 의존해온 AI 시장에 큰 자극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특정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사의 데이터를 가장 잘 처리하는 모델을 선택하면 되는 입장이다.
AI 모델의 지능이 대부분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 시장 경쟁은 ‘누가 더 낮은 지연시간과 적은 비용으로 AI 기술을 제공하는가’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에이전틱AI 및 피지컬AI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 속에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경량화 2차전 경쟁 열기도 더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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