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부실 관리’ 파장 확산
투표지 재검표 일정 싸고 공방
野, 부실 입증 정황 잇단 공개
“해외 파견 직원 보고서도 안 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3 지방선거에서 불거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투표율 조작 의혹의 후폭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여야가 올림픽공원 개표소 투표함 재검표 일정을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야당 내부에서는 ‘부정선거’ 규정을 둘러싼 시각차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선거관리위원회의 예견된 부실 관리를 입증하는 정황과 통계들이 잇따라 공개되며 파장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핵심 쟁점인 ‘송파 올림픽공원 개표소 투표지 재검표’ 일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여야가 당초 잠정 합의한 대로 오는 18일 재검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야 원내지도부가 송파 투표함 재검증을 위해 활동 기간 연장에 합의했음에도 국민의힘이 특검 연계를 핑계로 일정을 미루려 한다”며 “진실을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검표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곧 출범할 특검과 협의해 절차적 흠결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조특위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날 성명을 통해 “단순히 표 수를 세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검 수사 계획과 연계해 절차를 진행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이를 이유로 청문회를 보이콧하는 등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부정선거 프레임을 둘러싼 노선 갈등도 노출됐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투표자 수 오기입 등 전산 관리 부실과 의도적인 득표수 조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며 과도한 부정선거 주장을 선동으로 규정하고 경계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은 “부실이 쌓이면 그 자체가 부정”이라며 “조작 가능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증해야 하는데 이를 차단하는 것은 국조특위 위원장으로서 직무 포기”라고 윤 의원을 비판했다.
이처럼 재검표 대립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 부실이 이미 선관위의 안일한 조직 운영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였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선관위는 국내 1만 4천여 개 투표소의 현장 사무는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맡겨둔 채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미·일·유럽 등 선호도가 높은 해외 도시 공관에만 직원을 파견해 36억 6천7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장기 파견된 직원들은 주간·월간 보고서조차 제대로 내지 않거나 실적에 ‘오픈채팅방 관리’, 오타 투성이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외유성 파견’ 논란을 초래했다. 주 의원은 “해외 파견에 수십억 원의 혈세를 쓰는 동안 정작 국내 선거 관리에는 구멍이 뚫렸다”며 선관위의 구조적 부실을 꼬집었다.
선관위의 구조적 부실은 결국 유권자들의 선거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받아 공개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3차 유권자 의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6·3 지선이 ‘깨끗하게 치러졌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0.6%에 불과했다. 이는 2022년 8회 지선(61.7%), 2018년 7회 지선(65.0%) 직후 조사와 비교해 반 토막 난 수치이자 역대 최저치다. 반면 ‘혼탁했다’는 응답은 30.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중앙선관위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선거 직후인 6월 4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선관위는 통상 주요 선거가 끝난 지 한 달 뒤 보도자료 형태로 3차 조사 결과를 배포해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는 따로 공표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참정권 침해 사태가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치명적으로 손상시켰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수치”라고 지적했다.
김진오기자 kimj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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