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64%·코스닥 4.61% 급등…장 초반 동반 사이드카 발동
WTI 19% 급락·91달러선 붕괴 지속…환율 1470.6원으로 33.6원↓
호르무즈 유조선 7척 대기…1400만 배럴 확보 시 공급 숨통 기대
삼성 영업익 57.2조 사상 최대…반도체 호조 속 성장률 기대 확대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오른쪽)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하고 호르무즈 해협 개방에 합의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8일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되는 등 투자심리가 급속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로 증시와 환율, 국제 유가, 금리가 동반 하락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면 원유 도입, 나프타 조달 등 공급망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들썩이는 물가의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당분간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흐름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는 무엇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공격 중단 선언으로 위험 회피 심리가 진정된 데다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동시에 국내 산업의 펀더멘털이 견고함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됐다.
우리 경제는 전쟁 여파에도 반도체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1분기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우리나라 수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이날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7.56포인트(6.87%) 폭등한 5872.34에, 코스닥 지수는 53.12포인트(5.12%) 오른 1089.85로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개장 전 약 1시간 30분 전 알려진 휴전 소식에 크게 반응했다. 장이 열린 직후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서 모두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컸으나 장 마감까지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강력한 안도 랠리를 이어갔다.
특히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6분 2초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급등하자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했으며 이어 9시 13분 52초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사이드카를 발동해 투자 심리가 급속히 회복됐음을 보여줬다.
환율도 크게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33.6원 내린 1470.6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 역시 전날 3.451%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휴전 소식에 하락 전환하며 안정세를 나타냈다.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9bp(1bp=0.01%포인트) 내린 연 3.302%를 기록 중이다.
10년물 금리는 연 3.618%로 13.6bp 하락했으며 5년물과 2년물도 각각 연 3.479%, 연 3.189%에 거래되며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장기물인 20년물은 연 3.619%로 11.0bp 내렸고 30년물(연 3.534%)과 50년물(연 3.405%) 역시 각각 10.6bp씩 하락하며 시장의 안도감을 반영했다.
특히 국제 유가는 WTI 선물 가격이 8일 오전 한때 전장 대비 19% 폭락한 배럴당 91.05달러까지 밀리며 100달러 선을 밑돌았다.
이는 7일 기준 L당 2002.79원을 기록하며 3년 8개월 만에 2000원을 돌파한 서울 휘발유 가격에 강력한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부가 9일 발표하고 10일부터 정유사 공급가격에 적용할 예정인 '3차 석유 최고가격제'는 급변하는 유가 추이와 해협의 실질적 통항 상황 확인 절차로 인해 당초 계획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정유업계는 2주간의 단기 휴전 기간 내 선적과 출항을 마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휴전 종료 이후 이란의 태도 변화에 따른 나포 위험 등을 고려할 때 해협 내 선박 재진입은 쉽지 않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에너지 및 공급망 정상화는 외교적 성과로 가시화하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해 중동을 방문 중이며 홍해 지역에 국적선 5척을 파견하는 일정을 확정해 나프타 수급 대란 등 물류난 해소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와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해협 봉쇄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대체 수급 전략 마련에 나섰다.
UAE(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항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플랜 B를 본격 가동하며 중장기적인 원유 수급선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내에는 국내 정유사 관련 유조선 7척(원유 약 1400만 배럴 적재, 국적선 4척 포함)이 대기 중이다.
정부는 외교 경로를 통해 해협의 구체적인 개방 상황을 확인하는 대로 외교부·해수부와 협의해 우리 선박의 신속하고 안전한 통항을 지원할 방침이다.
현재 해협 내 우리 LNG(액화천연가스) 수송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합의로 공해상에 머물던 민간 선박들의 통행이 순차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전망됐다.
업계는 대기 중인 7척의 선박이 귀환할 경우 국내 일주일 사용분인 1400만 배럴의 원유를 즉각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에너지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물 경제 지표인 산업동향도 긍정적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28.2% 증가하며 38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LG전자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3조7330억원, 영업이익 1조6736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업계는 SK하이닉스 역시 3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이번 휴전이 조기 종전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의 올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인 2.0%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성장률 하향 분석은 기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처리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는 오는 10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대부분 상임위 예비심사를 마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휴전 합의로 긴급 편성의 주된 배경이었던 중동 리스크가 완화하면서 야당을 중심으로 전쟁 관련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예결위 심사와 10일 본회의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추경이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심사가 지연될 경우 10일 추경안 처리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시장반 회의를 열었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한 달간 2조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등을 매입했다. 변동성 확대 시 지원 규모를 즉각 확대할 방침이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휴전 합의만으로 원유 수급이 즉각 안정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완전한 종전 상황이 아닌 만큼 유조선 귀환 여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공급 차질에 대비해 수급선 다변화 등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며 국제 유가 변동이 전력 가격 등 실물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대비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추경은) 물가 상승률 등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성장 경로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정책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며 "물가 흐름을 함께 고려한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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