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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中과 피지컬AI 기술경쟁 승산없어… 韓, 현장 대응력으로 돌파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전통 제조 강국들까지 앞다퉈 피지컬 AI를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으로 규정하고... 권 원장은 오는 12일 ‘피지컬 AI 혁명과 테크노헤게모니’를 주제로 열리는 ‘문화산업포럼 2026’에...

“美·中과 피지컬AI 기술경쟁 승산없어… 韓, 현장 대응력으로 돌파해...

■ 문화산업포럼 2026 - 권남훈 산업연구원장

美 첨단기술 R&D분야 선두… 中은 국가차원 대규모 투자 ‘강점’

韓, ‘소재~완제품’ 밸류체인 기반 ‘제조업 유연성’ 확대가 대안

반도체 경쟁력 유지하며 ‘탈중국 공급망’ 적극적으로 활용 필요

정부 관련 부서 통합 운영하고 ‘에너지 인프라’ 병목 해소 시급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산업계 전반에 충격을 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해 들어 AI의 무게중심이 ‘피지컬 AI’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텍스트와 이미지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공장과 물류센터, 병원 등 물리적 공간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기술을 두고 국경을 넘은 경쟁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 전통 제조 강국들까지 앞다퉈 피지컬 AI를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으로 규정하고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이 ‘데이터와 알고리즘’에서 ‘제조와 현장 적용’으로 확장되면서 AI 경쟁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3일 세종국책연구단지 내 산업연구원에서 만난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은 미국·중국과 정면 승부보다 제조업 유연성과 응용 능력을 살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피지컬 AI로의 전환이 산업 구조에 미치는 근본적 변화는.

“AI는 본질적으로 생산성을 바꾸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기술이다. 그런 점에서 생성형 AI는 하나의 전환점이었고 이후 에이전트,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흐름은 단절이 아니라 연속적인 진화 과정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변화가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불과 2∼3년 사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등장하고 산업에 적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면 지금은 기술과 산업 변화가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콘텐츠를 생성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물리적 세계에서 작업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결국 생산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화다. 노동과 자본의 결합 방식이 달라지고 가치 창출의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공정 효율화와 규모의 경제가 핵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하고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느냐가 경쟁력이 된다.”

―피지컬 AI 확산이 실제 산업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가장 큰 변화는 ‘병목의 해소’다. 지금까지는 특정 공정이나 기술에서 병목이 발생하면서 경쟁력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AI가 이런 병목을 상당 부분 줄이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동시에 경쟁은 훨씬 치열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에 들어오기는 쉬워지지만 살아남기는 더 어려워지는 구조가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변화는 경쟁력의 기준이 바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설비 투자 규모나 생산 효율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 활용 능력, AI 적용 속도, 현장 대응력 같은 요소들이 더 중요해진다.”

―제조·물류·의료 등 산업 가운데 피지컬 AI의 영향이 가장 먼저 나타날 분야는.

“세 가지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수요가 얼마나 큰지, 기술적 난이도가 어떤지, 그리고 규제나 문화적 저항이 어느 정도인지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하면 물류 분야가 가장 빠르게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물류는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이미 높고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으며 기술 적용 난도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제조업은 잠재력이 매우 크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데이터를 확보한 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기존 시스템과의 충돌도 있다. 의료 분야는 변화 여지는 가장 크지만 규제와 사회적 수용성 문제가 크기 때문에 속도는 가장 느릴 가능성이 있다.”

―AI 확산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큰데.

“일자리 측면에서는 대체와 보완이 동시에 일어난다. 다만 현재까지 나타난 흐름을 보면 우려했던 것만큼 급격한 대체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직무가 재편되는 형태가 더 많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수행하던 업무 중 일부는 AI가 맡고, 나머지는 사람이 더 고도화된 형태로 수행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직업 자체가 사라지느냐보다, 직무의 내용이 어떻게 바뀌느냐다. 과거 엘리베이터 조작원이 사라진 사례를 보면 조작이라는 기능은 없어졌지만 안내 기능은 다른 형태로 남았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변화가 계속될 것이다. 특히 하나의 전문 영역만 수행하는 인력보다는 여러 기능을 결합해 수행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의 중요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AI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의 피지컬 AI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한국이 3위권에 있는 것은 맞다. 단순히 순위로 보면 의미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중국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격차를 어떻게 인식하느냐다.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낙관할 상황도 아니다. 특히 AI는 속도 경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현재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피지컬 AI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도 있는데.

“반도체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바로 피지컬 AI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는 일종의 핵심 부품이지만 피지컬 AI의 본질은 아니다. 실제 경쟁력은 데이터를 얼마나 확보하고, 소프트웨어를 얼마나 잘 만들고, 이를 산업 현장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적용하느냐에서 나온다. 물론 반도체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공급망 측면에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일부 기술 영역에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핵심은 활용이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를 어떻게 봐야 하나.

“미국은 여전히 첨단 기술과 연구·개발(R&D)에서 가장 앞서 있다. 이른바 ‘프런티어’를 주도하는 국가다. 반면 중국은 접근 방식이 다르다. 국가 주도의 투자와 대규모 시장,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특히 피지컬 AI로 넘어갈수록 중국의 강점이 더 부각된다. 다만 중국의 발전을 평가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성과는 과장된 측면도 있고 실제 산업 현장에서 완전히 구현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속도와 규모는 분명히 위협적인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현실적인 전략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의 방향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원천 기술 경쟁에서 정면 승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신 한국은 제조업 기반과 현장 적용 능력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AI와 결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다. 특히 한국은 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온 경험이 있다. 이런 구조는 피지컬 AI 시대에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결국 어디에서 AI를 가장 잘 쓰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미·중 갈등 속 ‘디커플링’과 ‘협력’ 사이에서 한국의 바람직한 선택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는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해야 한다. 반도체처럼 우리가 경쟁력을 가진 분야에서는 격차를 유지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는 탈중국 흐름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협력도 필요하다. 한국 경제는 중국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과의 협력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제3국 시장에서 역할을 분담하거나, 고령화 대응과 같은 공통 과제에서 협력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대체 불가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은.

“결국 제조업 경쟁력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산업 구조를 바꾸며 대응해 온 경험이 있다. 이 유연성이 가장 큰 자산이다. 여기에 더해 과감한 선제 투자가 필요하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모두 앞선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해 왔다. AI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따라가는 전략으로는 한계가 있다. 한발 앞서 투자하고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은데.

“기술 종속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볼 필요는 없다. 모든 기술을 자체적으로 확보하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과거에도 글로벌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사례는 많다. 다만 최소한의 기술 역량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야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특정 국가나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결국 자립과 협력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피지컬 AI 경쟁이 산업을 넘어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미 그런 단계에 들어섰다. AI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 요소다. 특히 에너지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AI가 확산될수록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는 인프라다.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에너지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그 위에서 환경이나 다른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시급한 정부 정책 과제를 꼽는다면.

“거버넌스 문제다. AI는 산업, 에너지, 금융, 안보가 모두 연결된 영역인데 현재는 부처별로 나눠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구조로는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 국가 차원의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인프라 측면에서 병목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문제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이런 기본 인프라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제조업 고도화·공급망 재편 집중… 한국산업 혁신 방안 논의

■ 12일 문화산업포럼 토론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산업경제와 기술정책을 연구해 온 대표적인 정책 전문가다. 특히 제조업 경쟁력과 산업 구조 전환 분야에서 오랜 연구를 이어 온 학자다. 그가 원장으로 있는 산업연구원은 1976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산업정책 전문 국책연구기관으로, 우리 경제와 산업의 미래 비전 수립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싱크탱크다.

권 원장은 산업 현장과 정책을 연결하는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제조업 구조 고도화, 신산업 육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굵직한 이슈마다 정부와 산업계에 정책 대안을 제시해 왔으며, 산업정책을 ‘기술 중심’에서 ‘현장 적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권 원장은 오는 12일 ‘피지컬 AI 혁명과 테크노헤게모니’를 주제로 열리는 ‘문화산업포럼 2026’에 토론자로 참여해 피지컬 AI와 관련한 한국 경제의 대응 전략과 산업 혁신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 갈 예정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스탠퍼드대 경제학 박사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보통신정책학회장 △경제사회연구원장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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