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연합]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금속 파생 제품과 의약품에 대한 전례 없는 고율의 관세 카드를 꺼내 들면서 수출 주도형 한국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금속재 비중이 높은 국내 가전업계는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졌지만, 제약·바이오 업계는 새로운 무역 장벽 속에서도 경쟁국 대비 상대적 우위를 점할 기회를 맞이하며 극명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률적 25% 관세 철퇴…가전업계 수익성 훼손·현지화 압박 심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서명한 관세 조정 포고문에 따르면 오는 6일부터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전체 중량의 15%를 초과하는 파생 제품은 가격을 기준으로 일률적인 25%의 관세를 맞게 된다.
기존 미국은 완제품에 포함된 금속 비중만을 분리해 50%의 관세를 매기고 나머지 부품에는 일반 관세율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절차 간소화를 명분 삼아 금속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완제품 '전체 가격'에 25%의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러한 부과 방식의 변화는 국내 가전업계의 펀더멘털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8% 내외의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원자재가 아닌 완제품 전체 가격에 25%의 관세가 붙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만약 관세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경우 미국 현지 브랜드 대비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한국발 직수출 물량을 줄이고, 미국 현지 공장 증설이나 멕시코 등 북미 무역협정(USMCA) 권역 내 생산을 강제받는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관련 기업들의 실적 둔화와 주가 하방 압력을 키우는 핵심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일부 수입 의약품에 대해 최대 100%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출처=연합]
◆외산 의약품 100% 관세…韓 바이오 '전환 배치' 반사이익 기대
한편, 자국 제약 산업 보호를 위해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외산 의약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극단적인 포고령도 함께 발표됐으나 K-바이오 업계는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 미국과 별도의 무역 합의를 맺고 있는 한국은 일본, 유럽과 함께 15%의 예외적인 관세율을 적용받으며, 대기업은 120일, 중소기업은 180일의 유예기간까지 확보했다.
15%의 관세가 새로운 원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나, 시장 안팎에서는 이를 오히려 중장기적인 호재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무역 협정이 없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 경쟁사들이 '100% 관세'라는 사실상 미국 시장 퇴출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저가 제네릭 및 원료의약품을 무기로 삼던 신흥국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면서, 품질이 검증된 한국의 바이오시밀러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이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20~180일의 유예기간 동안 미국 바이어들의 주문이 규제 리스크가 적은 한국 등 동맹국으로 쏠리는 무역 전환 배치(Trade Diversion)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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