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투자자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빠르게 몰리고 있다. 단순한 테마 ETF 흥행을 넘어 글로벌 자금 흐름의 축이 메모리 반도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현지시각으로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달 초 뉴욕증시에 상장한 '라운드힐 메모리 ETF'는 출시 10거래일 만에 운용자산(AUM)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자금 유입이 이어지며 12억2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다. 상장 당시 25만달러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속도의 자금 유입이다.
◆ 미국 투자자, 엔비디아 넘어 메모리 직접 베팅 전환
해당 ETF는 삼성전자(23.4%)와 SK하이닉스(26.9%) 비중이 절반을 넘는 구조로 설계됐다.
사실상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동안 미국 투자자들이 AI 열풍 속에서 엔비디아 등 자국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투자해왔다면, 최근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산업으로 투자 시야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ETF를 통해 해외 종목 접근 장벽을 낮추면서 개인 자금이 한국 반도체로 직접 유입되는 통로가 열렸다는 점도 특징이다.
◆ 실적이 만든 자금 쏠림…HBM이 판 바꿨다
이같은 자금 이동의 배경에는 압도적인 실적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고수익 구조로 전환되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HBM을 중심으로 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존 D램 중심의 사이클 산업이 아닌, 구조적 성장 산업으로 재평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월가에서도 해당 ETF에 대해 "신생 상품으로서는 이례적인 자금 유입"이라는 평가와 함께 AI 투자 내 새로운 축으로 주목하는 분위기다.
◆ 단기 과열 vs 구조적 변화…변동성 경고도 병존
다만 시장에서는 과열 신호에 대한 경계도 동시에 제기된다.
특정 두 종목 비중이 50%를 넘는 구조상 업황 변화에 따른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1조원 이상 자금이 몰린 점 역시 테마 ETF 특유의 과열 흐름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HBM 가격 흐름과 AI 투자 사이클이 꺾일 경우 자금 이탈 속도 역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번 ETF 흥행은 단순한 투자 상품 성공을 넘어 글로벌 자본이 AI 산업 내 메모리의 가치를 다시 평가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다만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에서, 상승 기대와 함께 변동성 리스크를 동시에 내포한 흐름이라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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