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로봇, 부품 외산 의존 커···한국, 핵심 공급망 진입 타진
반도체 부품 로봇 전체 원가 45% 비중 전망
삼성전자·SK하이닉스, LPDDR6 공급처 확대
디스플레이·센서 등 주요 부품도 휴머노이드로 기회 확장
사진=챗GPT 이미지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열리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이 로봇 시장에서 대규모와 저가 생태계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첨단 반도체, 고정밀 가속기 등 핵심부품에선 일본 등 외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13일 부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사들도 휴머노이드 로봇을 타겟으로 핵심 공급망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첨단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 중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해 디스플레이·센서 등에서도 휴머노이드용 부품 국산화를 목적으로 기술 개발과 사업화 움직임을 확대 중이다.
◇중국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성장↑···핵심부품 자립화는 숙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흐름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로봇 연간 생산량은 최대 94%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대 규모의 로봇 기업 유니트리는 올해 연간 7만 5000대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11만 5000대의 사족 로봇 생산 능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중국 아지봇 역시 지난달 자사의 1만대째 범용 로봇을 출하한 데 이어 내년말까지 10만대 출하를 목표로 제시했다.
다만, 로봇 구동에 필요한 핵심부품에선 외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실정이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 등 보고서에선 현재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용 주요 부품 국산화율이 75%에 이르렀다고 발표했지만, 핵심 반도체와 고정밀 감속기 등에선 여전히 자립화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은 현재 미국 제재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 구동에 필수적인 3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도입에 제약받고 있으며, 고정밀 감속기 등에서도 전적으로 일본산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성강 제주대학교 산학협력 교수(페러데이포티 대표이사 사장)는 “중국이 엔지니어의 국가가 되고 있다. 1년에 230만명의 공학자가 배출되고 있고, 이중 로봇공학자가 70만명에 달한다”면서도, “그러나 중국 로봇 원가의 핵심인 고정밀 감속기에선 여전히 일본산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나브데스코, 하모닉드라이브 등 일본이 장악한 정밀 부품은 70%가량으로, 전체 부품 슈퍼 사이클에 들어간다면 이들 업체가 큰 이익을 취하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삼성·SK·LG 등 주요 부품사 휴머노이드 로봇 공략 가속화
이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국내 부품업계에서도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을 타겟으로 공급 기회를 모색해야 한단 주장이 나온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가 개시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혜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양산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8년부턴 로봇 한대당 인공지능(AI) 시스템온칩(SoC) 및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차지하는 가격이 모델 사양에 따라 3000~8000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로봇 부품에서 약 15~30%에 달하는 비중이다.
아울러, 이미지센서, 메모리 등 반도체 부품을 총합하면 약 1만 3400달러(약 2000만원)로, 전체 원가의 45%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온디바이스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최적화된 차세대 저전력 D램 LPDDR6를 개발해 양산을 앞두고 있다. 향후엔 현재 AI 서버 전용으로 공급 중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도입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용 반도체 시장은 2025년 112억 3000만달러(약 16조 7000억원)에서 2030년 412억 4000만달러(약 61조 3000억원)로, 연평균 29.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로봇은 적어도 연평균 40~50%가량 급성장해 스마트폰 이상으로 갈 것으로 본다. 그러면서 전체 글로벌 칩 시장의 30%가량을 차지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메모리와 센서, 파운드리 전 영역에 걸쳐 반도체 기업들이 글로벌 로봇 밸류체인을 주도할 구조적 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에서도 HMI(인간과 로봇 간 인터페이스) 시장을 겨냥한 신제품 공급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차량용으로 공급하던 P(플라스틱)-OLED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을 공략한단 방침이다. P-OLED 패널은 얇고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 위에 탠덤 OLED 기술을 적용한 기술로, 로봇의 얼굴 형태에 맞게 커스텀 제작이 가능하단 설명이다.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는 자동차 규격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서, “차량용 시장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향후 로보틱스 신규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기·LG이노텍도 반도체 기판·카메라 모듈 등 주요 부품 사업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사 모두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대응해 기술 진입 장벽이 높은 고정밀 센싱과 카메라 모듈,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고부가 기판을 중심으로 시장 수요에 대응한단 계획이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회사 정기 주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를 비롯해 MLCC, 파워인덕터, 카메라 센서, FC-BGA, 액추에이터 등 삼성전기 전 제품이 휴머노이드와 연계돼 있으며, 일부 제품은 올 하반기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이라며, “산업용을 시작해 올 하반기나 내년부터 점차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내외 기업들과 모두 협력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일본은 고정밀 부품에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 중국은 각자도생으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데, 한국은 압도적인 메모리 공급망과 자동화된 팹 인프라, 세계 1위의 로봇 밀도를 통한 운영 데이터를 강점으로 양쪽 생태계 모두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공급자로 승부해야 한다”며, “로봇은 결국 움직이는 AI 컴퓨터이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그 성능과 한계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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