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플 & 스타일
- 동아시아 전반에 ‘무속 소비 트렌드’ 번져
中선 행운의 염주 사려 오픈런
日, 종교를 실용적 도구로 소비
취업난 등 각박한 현실에 ‘숨통’
유교와 불교문화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무속·역술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고도성장이 정체되면서 극심한 취업난에 직면한 중국 청년들은 사찰로 향하고, 장기 불황을 겪고 자란 일본 청년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한 소소한 운을 빌기 위해 신사를 찾는 모습이 일상에 자리 잡았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무렵부터 중국에서는 구직(求職) 대신 ‘구불(求佛·부처를 찾음)’이라는 유행어가 생겨났다. 베이징(北京) 시내의 티베트 불교 사찰인 융허궁은 평일 새벽부터 청년들이 입장을 기다리며 긴 줄을 만들며 ‘운의 끝판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염주 팔찌는 현지에서 청년들의 필수 아이템으로 통하며, 이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도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인근의 와불사는 사찰 이름인 ‘와불(Wofo)’이 입사 제안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오퍼(Offer)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취업준비생과 수험생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중국의 라이프스타일 앱 ‘샤오훙슈(小紅書)’에는 사찰 참배 순서와 향 피우는 법 등 이른바 ‘참배 공략법’이 수십만 건씩 공유되고 있다. 이에 당시 중국 관영 매체들이 “청년들이 분투 대신 불공에 의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처님은 구직을 도와줄 수 없다”는 비판적인 논평을 낼 정도로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비화했다.
일본에서는 종교적 행위가 ‘덕질’(광적인 팬 활동)의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최근 일본의 유명 패션업체인 ‘시부야109 랩’ 발표에 따르면 젊은 세대의 70.1%(복수 응답)가 전통 종교 시설인 신사를 방문하는 이유로 ‘라이브·이벤트 당첨 기원’이라고 답했다. 이는 같은 설문 조사에서 52.2%를 차지한 전통적인 ‘하쓰모데’(가정 평안 등 목적의 새해 첫 참배)보다 개인의 성공이 우선순위로 올라선 것이다.
도쿄(東京) 니혼바시의 후쿠토쿠 신사는 과거 복권 당첨으로 유명했던 역사를 활용해 지금은 티켓 당첨의 성지가 됐다. 인근 번화가인 아키하바라 근처에 위치한 간다묘진 신사는 아예 정보기술(IT) 부적을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성공을 빌거나, 콘서트에서 좋은 좌석을 얻게 해달라는 문구를 적은 에마(나무판)도 즐비하다. 일본 매체들은 이 같은 현상을 ‘스피활’이라고 분석한다. 정신적 영성(Spiritual)과 활동(活·Katsu)을 합친 이 신조어는 종교를 경건한 숭배의 대상이 아닌 개인의 즐거움과 목적 달성을 위한 실용적 도구로 소비하는 경향을 잘 나타낸다.
동아시아 국가 청년들의 이러한 행보는 공통적으로 노력의 가치 하락을 가리킨다. 명문대를 나오고 스펙을 쌓아도 번듯한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성실히 저축해도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해진 현실이 이들을 운의 영역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역술과 종교 시설 방문은 꽉 막힌 현실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타로로 하루 운세를 점치고, 신사에서 티켓 운을 빌며 사찰의 고요함 속에서 위로를 얻는 행위는 “어차피 안 될 거라면 운이라도 믿어보겠다”는 청년들의 속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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