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지난 14일 국회에서 ‘대구 군공항 이전,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대구 군공항 이전사업의 현행 방식인 이른바 ‘기부대양여 방식’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광주 군공항 이전처럼 국가가 전액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었다.
논쟁의 출발점은 분명하다. 대구 K2 군공항은 오랫동안 도심의 소음과 고도제한, 도시개발의 제약을 초래해 왔다. 대구시민에게 군공항 이전은 단순한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생활상의 불편과 도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하기 위한 숙원사업이다. 동시에 새로운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의 산업과 물류, 관광과 교통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적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업이 10년이 넘도록 본격적인 착공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구의 방식이 옳으냐를 따지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제 착공을 앞당길 수 있느냐이다.
전액 국비냐 기부대양여냐를 놓고 지역 정치권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시민들에게는 마치 대구와 경북의 이해가 충돌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그러나 공항 이전을 바라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구와 경북이 따로 갈 이유가 없다. 대구의 도심 군공항 이전과 경북의 새로운 통합신공항 건설은 하나의 사업 안에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대구경북의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공항은 단순히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시설이 아니다. 산업단지와 물류망, 관광과 서비스업, 기업의 투자와 인구 이동을 연결하는 거대한 경제 인프라다. 특히 대구경북이 미래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국제 물류와 항공 네트워크를 갖춘 공항은 중요한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재원과 제도를 결합하는 현실적인 해법이다. 기부대양여 방식의 취약한 고리는 법과 시행령으로 보완하고, 민간투자자의 위험을 줄이는 장치를 마련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국가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후적지 개발의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말하자면 ‘민간이 전부 책임지는 방식’과 ‘국가가 전부 책임지는 방식’ 사이에 현실적인 제3의 길이 있을 수 있다.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간단한 해법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재정의 현실과 국회에서의 입법 과정,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까지 고려한다면 그것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성사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따라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새로운 구호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법적·재정적 조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참여다. ‘TK신공항, 시도민의 힘으로’라는 구호가 정치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공항 이전의 필요성을 공유하고, 지역 기업과 금융기관, 전문가와 대학,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각자의 역할을 나누는 사회적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미래를 국가에만 맡겨 놓을 수도 없고, 지방정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도 없다.
정치권의 논쟁이 길어질수록 공항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다. 대구와 경북의 정치권, 지방정부,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미루는 동안 시간의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사회가 부담한다. 이제는 ‘누구의 방식인가’를 묻기보다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현실로 만들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기부대양여 방식의 법적 불안정성을 보완하고, 국가 지원의 범위를 확대하면서 민간투자의 위험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전액 국비 방식 역시 국가적 필요성과 재정 여건을 따져 현실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나를 정치적 명분으로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제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조기 착공에 필요한 입법과 재원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책임 있는 지원책을 내놓고, 대구경북은 지역의 역량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13년의 기다림을 더 이상 연장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합의하고, 정부는 지원하고, 지역사회는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논쟁의 연장이 아니라, 첫 삽이다.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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