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일·조직명·시스템까지 영문화 추진…해외 고객 대응력 강화
삼성 이어 ‘영어 공용화’ 확산…반도체 업계 글로벌 체질 개선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맞춰 업무 언어를 영어 중심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고객과의 협업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내부 커뮤니케이션 체계까지 ‘글로벌 표준’에 맞추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AI 인프라 조직을 대상으로 메일 작성 시 한글과 영어를 병기하는 지침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직은 엔비디아 등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의 접점이 가장 많은 부서로, AI 메모리와 차세대 제품 기획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회사는 이와 함께 조직명을 영문으로 변경하고, 업무 시스템의 영문화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임원 회의에서는 영어 닉네임 사용도 권고하는 등 전반적인 업무 환경을 영어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영어 사용 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고객 및 글로벌 협업 접점이 많은 AI 인프라 조직에서 시범 운영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고객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의사소통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또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이달부터 연구개발(R&D)과 비즈니스 분야를 대상으로 글로벌 인턴십 모집을 진행하는 한편, 영어 사용 환경을 일상화하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함께하는 더(THE) 소통행사’에서도 영어를 일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움직임이 국내 반도체 기업 전반의 ‘영어 기반 업무 환경’ 확산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 역시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3개사가 최근 국내외 법인 간 문서를 영어로 작성하도록 하는 지침을 시행하는 등 글로벌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영어 중심 업무 환경을 확대하면서, 기술 경쟁을 넘어 조직 운영 방식까지 글로벌 기준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2023년 2월 신입사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국어 공부를 더 안 한 게 후회된다”며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사고, 가치관, 역사를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도 외국어를 더 공부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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