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 상장 공식화...15조 원 내외 추정
"사이클 벗어나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로"
美서 재평가 기대감·신주 발행 거부감도
젠슨 황(왼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에 오른 SK하이닉스가 사업 확장을 위해 "현금 100조 원을 확보하겠다"고 25일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통한 연내 미국 증시 간접 상장도 추진한다.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와 인공지능(AI) 신사업 분야 주도권 확보 취지다. 일부 주주는 투자금 조달 목적의 신주 발행으로 주식 가치가 희석될 것을 우려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와 공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 확보 목표와 조달안을 밝혔다. ADR 상장을 위한 등록신청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고 밝히며 미국 증시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곽노정 사장은 주주들에게 "순 현금을 100조 원 이상 확보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현금성 자산에서 차입금을 뺀 순 현금은 12조 6,000억 원으로, 87조 원을 추가 확보하겠다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의 90% 규모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600조 원, 청주 신규 생산시설에 39조 원을 투자하는 등 거액의 실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경기 이천시 본사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주요 조달 수단으로 SK하이닉스는 ADR을 택했다. SK하이닉스 주식을 미국 예탁 은행에 담보로 걸고 ADR을 발행해 미국 증시에 진입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SK하이닉스 매수 접근성이 용이해지면서 대규모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곽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다만, ADR의 구체적 규모와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ADR 상장 추진에 주주들과 시장에선 기대감에 우려가 혼재된 반응이 나왔다. AI 칩 시장 확장을 위한 발판 마련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거대 자본이 흐르는 미국 증시에 10조~15조 원 상장 규모로는 이도 저도 안 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왔다. 일부 주주는 이날 주총에서 "ADR 상장은 마음에 들지만, 15조 원은 회사가 필요한 투자금 대비 적은 금액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이날 "그 정도 규모는 유동성 부족으로 미국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기 어렵다"며 "전체 발행 주식 수의 10~15%를 취득해 일부 소각하고 대부분은 미국에 상장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발행 주식 20%를 ADR로 미국에 상장한 대만 대표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예시로 거론됐다.
상장 과정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인 신주 발행 시 전체 주식 수가 늘어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주주들의 거부감도 나왔다. 일부 주주는 주총에서 "이렇게 돈 잘 버는 회사가 자사주 매입으로 (ADR 상장)하면 되는데 왜 굳이 신주를 발행하려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를 대부분 소각했고, 남은 자사주는 임직원 보상용으로 남긴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대규모 현금 보유와 ADR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AI 사업 전담인 미국 법인 'AI 컴퍼니'에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출자할 예정이다. 곽 사장은 "단순 부품 공급자 이상의 AI 데이터센터 생태계의 파트너가 되려는 비전이 분명하다"며 메모리 반도체를 넘어 AI 사업을 확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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