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향후 3년간 공급 부족..AI 확산에 수요 폭증”
가격보다 물량 확보…거래 방식도 장기계약으로 전환
HBM4E 2027년 양산…차세대 기술 경쟁 본격화
용인 클러스터 앞당겨 가동…AI 공급망 재편 가속
SK하이닉스 분기 실적 추이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으로 향후 최소 3년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역시 과거와 달리 가격 중심에서 공급 안정성 중심으로 재편되며, 구조적 변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제시됐다.
23일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향후 3년간 HBM 수요는 당사 생산능력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의 수급 상황은 일시적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라며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메모리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HBM 수요 급증의 배경에는 AI 기술 진화가 있다.
대형 모델 학습 중심이던 AI는 이제 실시간 추론과 자율형 AI(에이전틱 AI) 단계로 진입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따라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등 전반적인 메모리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는 구조가 형성됐다.
AI 반도체에서 HBM은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으며 사실상 ‘병목 자원’으로 부상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의 핵심 자원은 연산이 아니라 메모리”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SK하이닉스 역시 “메모리 중요성이 크게 높아졌고, 수요 기반이 전 제품군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과거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던 메모리 산업의 전형적인 사이클 구조가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HBM 개발을 통해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2026년 HBM4E 샘플 공급을 시작하고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4E는 기존 HBM3E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이 크게 개선된 제품으로,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10나노급 6세대(1c) 공정 D램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1c 공정은 이미 양산 안정성과 수율 측면에서 성숙 단계에 진입했다”며 기술 완성도에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차세대 HBM 개발을 추진 중이어서, 향후 기술 완성도와 양산 시점이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번 변화는 단순한 수요 증가를 넘어 거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객사들의 중장기 물량 확보 요청이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메모리 산업은 가격 변동성이 커 단기 계약 중심이었지만, AI 시대에는 안정적 공급이 더 중요해지면서 장기공급계약(LTA)이 확대되는 흐름이다.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고객 맞춤형 설계가 필수적인 만큼, 장기간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이는 메모리 산업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유사한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회사 측은 “다년 계약이 정착되면 산업 변동성도 완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 폭증에도 불구하고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다.
SK하이닉스는 “투자 둔화와 공장 제약으로 단기간 내 의미 있는 증산은 어렵다”며 공급 부족 장기화를 예고했다.
신규 팹 투자 역시 실제 생산능력 확보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단기 해법이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회사는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중장기 생산 기반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공장 클린룸 가동 시점을 기존 계획보다 3개월 앞당긴 2027년 2월로 조정했다.
이는 AI 메모리 수요 폭증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이 같은 시장 변화는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05%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72%에 달하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실적 성장은 단순 출하량 확대가 아니라 가격 상승과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기존 ‘메모리 사이클 기업’에서 벗어나 ‘AI 인프라 핵심 공급자’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HBM을 중심으로 한 기술 리더십과 장기 계약 구조, 생산 인프라 확대 전략이 맞물리며 중장기 경쟁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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