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수펙스 홀에서 열린 제78기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김문수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본격 추진하면서 글로벌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재평가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 가시화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24일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공개 제출했다고 25일 공시했다. ADR은 국내 주식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대체증권으로 해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상장 방식이다.
이번 상장은 단순한 해외 상장을 넘어 대규모 투자 재원 확보 성격이 짙다. AI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생산시설 구축과 첨단 공정 전환이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투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ADR 상장을 통해 SK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과 유사한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50% 중반 점유율을 기록하며 20% 초반에 머문 마이크론을 크게 앞섰다. 영업이익 역시 SK하이닉스가 47조2063억원으로 마이크론 24조200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그럼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은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 상대적 저평가가 지속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시장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투자자 유입이 확대되면 이러한 괴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에서 열린 엔비디아 개발자회의 GTC 2026에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투자자에게 노출돼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상장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자사주 활용 방안이 검토됐으나, 최근 자사주 소각으로 현실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신주 발행 방식은 지분 희석이 발생하지만 기업에 직접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기존 주주가 참여하는 방식이나 예탁기관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 ADR을 발행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방식은 회사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을 계기로 SK하이닉스의 투자 여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확보된 자금은 HBM 생산능력 확대와 극자외선(EUV) 기반 선단 공정 전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특히 용인 클러스터에는 총 600조원이 투입될 예정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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