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전경.
[충청리뷰 최지영 기자] AI 반도체 경쟁이 격화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의 생산 일정을 앞당기며 공급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두 달 빠른 3월부터 두 번째 클린룸을 조기 개방하고 장비 반입에 착수한 것이다.
이런 흐름에 차세대 메모리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EUV 도입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산업 확산으로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청주 공장이 신규 D램 생산라인을 넘어 첨단 메모리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미세공정 경쟁력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후공정 시설인 P&T7이 가동될 경우 청주 생산기지의 전략적 위상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린룸 개방한 M15X, 양산 준비 본격화
M15X는 기존 M15 공장을 확장한 신규 D램 생산라인으로 현재 클린룸을 순차적으로 개방하며 장비 반입과 설치, 테스트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식각, 증착, 세정, 검사 등 수백 개 공정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하는 만큼 단순 장비 반입만으로 전체 가동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첫 번째 클린룸에서 이미 웨이퍼 투입이 시작된 데 이어 두 번째 공간까지 개방되면서 양산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클린룸이 전면 가동될 경우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최대 9만장의 D램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 내 첫 양산품 출하가 이뤄질 전망이며 M15X는 차세대 HBM 수요 대응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HBM 경쟁 심화…EUV 도입 주목
M15X 가동 시점이 앞당겨진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HBM 중심 메모리 수요 급증이 있다. 생성형 AI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메모리 공급 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 역시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는 구조인 만큼 기반이 되는 D램의 성능과 집적도가 곧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결국 차세대 HBM 경쟁은 더 많은 D램을 미세하고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극자외선(EUV) 공정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EUV는 더 미세한 회로를 보다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차세대 D램의 집적도와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EUV가 좌우하는 D램 경쟁력
극자외선(EUV)은 첨단 반도체 미세공정을 구현한 노광 기술이다. 기존 공정보다 더 정교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차세대 D램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특히 D램 미세화가 전력 효율과 성능을 좌우하는 만큼 EUV 도입 여부는 곧 HBM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SK하이닉스도 EUV 투자를 확대하며 공정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최근 11조 9496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네덜란드 ASML로부터 EUV장비를 2027년까지 순차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차세대 D램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는 만큼 시장에서는 향후 신규 생산거점에 EUV가 어떻게 배치될지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M15X의 EUV 적용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배치 시점과 규모는 시장 수요와 투자 우선순위, 생산거점별 역할 분담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주가 차세대 D램 생산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EUV 같은 첨단 공정 도입이 필수불가결이다.
P&T7 연계 땐 지역경제 효과 더 커질 수도
앞서 SK하이닉스는 청주에 후공정 패키징 시설인 P&T7 투자를 단행했다. M15X가 전공정 중심의 신규 D램 생산라인이라면 P&T7은 청주 생산기지를 후공정까지 연결하는 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두 시설이 본격 가동될 경우 청주는 D램 생산에서 패키징까지 연계되는 복합 생산거점으로 거듭난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최근 투자를 결정한 EUV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청주가 단순 생산 보조기지를 벗어나 차세대 메모리 생산의 실질적 거점으로 자리 잡으려면 생산량 확대와 그에 걸맞은 첨단 공정 경쟁력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에 P&T7 같은 후공정 투자와 맞물려 청주의 전략적 비중이 높아질수록 EUV 도입에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EUV 도입은 단순 생산라인 확대를 넘어 고용 창출과 협력업체 발주 증가, 장비·부품·물류·유지보수 수요 확대 등 연관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지자체 역시 개별 장비보다 공장 규모 확대와 후속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지원 방안을 검토에 들어갔다.
생산기지 재편 속 커지는 EUV의 존재감
청주 공장이 SK하이닉스의 기존 보조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첨단 메모리 생산 주요 거점 등 중장기 생산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EUV 같은 핵심 장비 도입이 필수적이다.
기존 단순 설비 확충을 넘어 신기술이 접목될 경우 생산기지를 재편하려는 회사의 의도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 클린룸 조기 개방을 반기긴 보다 청주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전략의 핵심 생산거점으로 자리매김할지 지역사회가 관심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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