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경기도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정문. 사진=SK하이닉스
[주간한국 이주선 기자]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전 세계를 강타한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초호황기)’ 구간에 진입하면서 매출은 50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40조원에 육박하는 호성적을 낸 것이다. 현재 서버·모바일 등 전방 산업에서 범용 메모리반도체 부족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은 뚜렷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3일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8% 늘었고, 영업이익은 406% 수직 상승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영업이익률 역시 72% 로 창사 이래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통상 반도체 업계에서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이 AI 관련 인프라 투자를 늘리며 반도체 수요 강세가 이어진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SK하이닉스는 설명했다.
실제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다양한 서비스 환경의 실시간 추론을 반복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하며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D램, 낸드플래시 전반으로 넓어지는 추세다. 메모리 효율화 기술 확산 역시 AI 서비스의 경제성을 높이고 전체 서비스 규모 확대로 이어져 메모리 수요를 추가로 견인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올해 D램·낸드플래시 모두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구개발(R&D)과 공급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며 다양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HBM은 성능·수율·품질·공급 안정성을 통합한 종합적인 실행 역량을 더 강화한다. D램은 세계 최초로 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저전력 제품인 ‘LPDDR6’와 같은 공정으로 양산을 시작한 192기가바이트(GB) 소캠(SOCAMM)2의 공급을 본격화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차지트랩플래시(CTF·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해 셀간 간섭 문제를 해결한 기술)’ 기반 321단 쿼드레벨셀(QLC) 기술을 적용, 일반 소비자용 SSD(cSSD)인 ‘PQC21’의 공급을 개시한 데 이어 eSSD 전 영역에 걸쳐 고성능 트리플레벨셀(TLC)과 대용량 QLC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AI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스토리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낸드플래시는 한 개의 셀에 정보(비트)를 얼마나 담는지에 따라 싱글레벨셀(SLC), 멀티레벨셀(MLC), TLC, QLC 방식 등으로 나뉜다. 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다. 이 중 TLC와 QLC 낸드플래시는 셀 한 개에 각각 3비트, 4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셀 한 개에 각각 1비트, 2비트를 저장하는 SLC와 MLC 방식보다 많은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웃도는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시대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역량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있다. 이에 올해 투자 규모는 충북 청주 M15X,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구축과 극자외선(EUV) 등 핵심 장비 확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릴 예정이다.
반도체는 웨이퍼 제조에서부터 패키징 공정에 이르기까지 8단계의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노광 공정이다. 노광은 빛을 이용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것을 말한다. 반도체의 설계도이자 반도체 그 자체가 만들어지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빛으로 새겨지는 회로의 선폭이 미세할수록 하나의 웨이퍼에 들어갈 수 있는 반도체 칩 수가 많아져 수율이 좋아지는 것은 물론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 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 역시 빨라진다.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더 미세한 반도체를 만들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2조원을 들여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기업 ASML로부터 반도체 초미세 공정의 핵심인 EUV 노광장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장비 반입은 오는 2027년 12월까지 약 2년에 걸쳐 진행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면서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이주선 기자 leesu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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