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선경실록 등 방대한 사료 학습해 시나리오부터 영상까지 전 과정 AI 제작
최태원 회장 제안으로 시작…선경직물 재건부터 이동통신 인수까지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기해 고인이 된 최종건 창업회장과 최종현 선대회장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한 영상을 제작해 전 구성원에게 공개했다. 영상의 모든 요소를 AI로만 구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SK그룹은 두 창업세대 회장의 생전 어록과 일화를 담은 5분 분량의 AI 콘텐츠가 SK서린빌딩(서울 종로구) 1층 미디어월에서 13일부터 상영 중이라고 밝혔다. 사내방송망을 통해서도 동일한 영상이 송출되고 있어 SK그룹 전체 임직원이 시청할 수 있었다. 앞서 지난 8일 종로구 선혜원(서울)에서 진행된 창립 73주년 메모리얼데이 행사에서 이 영상이 처음 공개된 바 있었다.
▲ SK그룹 창립 73주년을 맞아 제작된 영상에서 인공지능(AI)으로 재현된 최종건 창업회장(왼쪽)과 최종현 선대회장 (사진 제공-SK수펙스추구협의회)
제작의 출발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제안이었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SK그룹 창업세대가 간직한 패기와 지성의 DNA를 구성원과 나누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계기로 영상 제작이 본격화됐다. 기업 역사서인 사사(社史)와 선대회장 저서, 3000여 건의 육성 녹음 테이프를 디지털로 복원해 지난해 구성한 ‘선경실록’ 등 방대한 사료를 AI가 학습해 시나리오 구성부터 영상 제작까지 전 과정을 수행했다. 이전에도 창업주 관련 추모 영상을 제작한 적은 있었으나, 대역 배우 촬영이나 컴퓨터 그래픽 방식에 의존했었다.
영상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선경직물을 1953년 재건하는 장면에서 출발해 그룹의 성장 역정을 담아냈다. 최종건 창업회장(1926~1973)은 영상에서 "잿더미 밖에 안 남은 공장을 보고 다들 끝났다고 했어. 세상 사는데 쉬운 일이 있나? 경영도 늘 마찬가지였지. 하지만 기회 앞에서는 망설이지 않았어."라고 말했다. 최 창업회장은 1958년 나일론 생산 결단, 닭표안감 흥행, 워커힐호텔 인수 등으로 성장의 기반을 닦으며 "할 수 있고, 해야 되고, 하면 된다는 게 내 신념"이라는 말을 남겼다.
1973년 형의 타계 이후 그룹 경영을 승계한 최종현 선대회장(1929~1998)은 "선경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하며 수직계열화 추진 과정과 "끊임없이 준비하고 계획하고 도전하라"는 지침을 영상을 통해 전달했다. 특히 1994년 실시된 한국이동통신 민영화 공개입찰에서 시세의 4배를 웃도는 금액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던 결단을 회고하며, "모두가 ‘눈에 잡히지 않는다’ '미래가 먼 얘기다’라며 망설였지만, 기업가라면 1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인수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정보통신 사업의 토대가 됐다. 영상 속 최 선대회장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기업가라면 늘 10년을 내다봐야 해. 우리 안에 있는 원칙과 기준, 그걸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새로 쓰는 거야"라는 당부도 남겼다.
2022년 창립기념일에 최태원 회장이 전한 "두 분에게 물려받은 치열함과 고귀한 정신, 단단한 저력으로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하는 새 역사를 써 내려가자"라는 메시지가 영상 말미에 삽입됐다. 메모리얼데이 현장에서 영상을 직접 확인한 최 회장은 "영상과 음성의 정확도가 상당한 수준이며 1~2년 뒤면 수준이 훨씬 더 높아질 것 같다"며 AI 기술의 발전 가능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SK그룹 관계자는 "창업과 석유, 이동통신, 반도체로 이어진 그룹의 성장 역사가 AI로 이어지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업세대의 유산인 '패기’와 '지성’이라는 초심과 메시지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 나침반이자 지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비지니스코리아 허성수 기자 (pr@businesskorea.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