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우군 품은 SKT 기습 행보
반도체 자립 vs 서비스·인프라
리벨리온 AI 반도체 아톰 칩이 적용된 kt 클라우드 신경망처리장치(NPU) 인프라 서비스. (사진=KT 제공)
SK텔레콤(이하 SKT)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자존심 ‘리벨리온’을 전면에 내세워 AI 인프라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KT의 AI 전략에서 하드웨어 핵심축을 담당해 온 리벨리온을 자사 진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국내 AI 서버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SKT는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 Arm(영국) 및 리벨리온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차세대 CPU+NPU 기반 AI 서버용 반도체 ‘리벨(REBEL)’을 공동 개발한다는 내용의 협력안을 발표했다.
SKT는 그간 KT 클라우드 인프라의 핵심이었던 리벨리온을 자사 중심의 생태계로 편입시키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이날 발표는 전날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CEO 간담회에서 표출된 ‘팽팽한 긴장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시 정재헌 SKT 대표는 환골탈태를 선언하며 공격적인 AI 선점 의지를 보인 반면, 박윤영 KT 대표는 네트워크 안정이라는 기본 가치를 강조하며 수세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행보를 SKT가 경쟁사인 KT에 날린 선제 타격이라고도 보고 있다.
부총리와 통신사 CEO 간의 상설 협의체가 출범(9일)한 바로 다음 날, SKT가 기다렸다는 듯 실질적인 혁신 답안지를 가장 먼저 내놓았다는 해석이다.
올 초 SKT의 이동통신 점유율은 38.8%로 하락하며 KT(23.7%)와 LG유플러스(19.6%)의 거센 추격 속에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40% 벽이 무너졌다.
지난해 유심 정보 유출 사고의 여파로 브랜드 신뢰도가 하락한 만큼, SKT 입장에선 기존의 틀을 깨는 근본적인 국면 전환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KT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대규모 동맹을 통해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SKT는 Arm CPU와 리벨리온 리벨카드(AI 서버용 가속기)를 결합한 하드웨어 수직 계열화라는 차별화된 노선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AI 산업의 지형도 자체를 바꾸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KT가 글로벌 파트너인 MS의 기술을 빌려 AI 서비스를 빠르게 보급하는 데
집중한다면, SKT는 AI가 방대한 정보를 처리하고 생각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체계를 자체 구축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반도체 설계부터 핵심 부품, 인프라 운영까지 직접 확보해 외산 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AI 생태계
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번 대응
은 KT가 공들여온 초거대 AI ‘믿음(Mi:dm)’의 핵심 하드웨어 엔진이었던 리벨리온을 SKT가 전격 포섭한 ‘파트너 탈환’의 행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T로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언제든 주도권을 되찾아올 수 있다는 역량을 과시한 셈이다.
특히 KT가 점유율 23.7%를 유지하며 SKT를 맹추격하던 시기에 이번 발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KT에 뼈아픈 타격이란 분석도 있다.
리벨리온이 SKT 연합군에 합류함에 따라 KT는 향후 AI 사업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가 GPU나 MS 인프라 등 외산 기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구조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KT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동맹과 데이터 주권 기반의 소버린(Sovereign) AI를 축으로 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SKT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MS의 기술을 활용해 국내 맞춤형 AI 서비스 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단 관측이 지배적이다.
리벨리온 등 국산 장비 파트너가 사라진 공백은 보안을 대폭 강화한 AI 모델과 독자적인 클라우드 서비스로 메우는 한편, AI 반도체 설계 역량의 열세는 해당 반도체를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키우는 ‘규모의 경제’로 정면 돌파해 나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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