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및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사회적 대화 결과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상의)
[뉴스웍스=채윤정 기자] SK그룹이 창립 73주년을 맞아 고(故) 최종건 창업회장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되새긴다. 중동 전쟁 후폭풍에 대내외 경제 여건이 악화했지만, 기념식을 챙기며 SK그룹 고유의 SKMS(SK Management System) 정신을 다시 새긴 것이다.
SK는 8일 서울 종로구 선혜원에서 창업회장과 선대회장을 기리는 '메모리얼 데이'를 비공개로 연다. 이 자리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등 SK 오너 일가와 일부 경영진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열리는 선혜원은 최종건 창업회장의 사저이자 연구소로 사용된 공간이다. 현재는 인재 육성의 상징적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SK그룹은 해마다 창립 기념일에 선혜원에서 비공개 행사를 통해 그룹의 정체성과 경영 방향을 점검해 왔다.
SK그룹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 4월 8일,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이 설립한 선경직물(현 SK네트웍스)이 모태다. 선경직물은 나일론을 만들며 본격적인 섬유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해 SK그룹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동생 최종현 선대회장은 1973년 SK(당시 선경)를 세계 일류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기 위해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현 SK이노베이션)를 인수하고 해외 유전 개발에도 나섰다.
현 최태원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회장은 정유화학에서 멈추지 않고 통신에 눈을 돌렸다. 1992년 노태우 정부 때 제2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지만 특혜 시비로 1주일 만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이후 1994년 민영화되며 매물로 나온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경쟁 입찰에 참여해 경영권을 비로소 확보했다.
현재 SK그룹의 핵심으로 꼽히는 반도체 사업도 최종현 회장의 선경반도체가 출발점이다. 다만 당시엔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SK서린빌딩. (사진=정민서 기자)
◆극렬한 반대 속 단행한 하이닉스 인수…신의 한 수로
최종현 회장의 의지는 지난 1998년, 38세의 나이에 SK그룹을 이어받은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하면서 실현됐다. 최 회장은 2012년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30여 년 만에 반도체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지난 2012년 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최 회장은 그룹 안팎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적자에 허덕이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강행했다. 그는 당시 "업계 2위인 일본 엘피다의 파산으로 반도체 시장 경쟁자가 줄었고, 산업 특성상 신규 진입자가 뛰어들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하이닉스가 지금은 실적이 나쁘지만,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나다"면서 3조원을 투입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성과급으로 연봉 1억원 기준 1억6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업계 1위' 자리에 우뚝 섰다. 외부의 평가도 달라졌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의사·한의사·약사를 빗대 'SK하이닉사'로 불리며 '꿈의 직장'으로 여겨질 정도다.
그러나 최 회장은 현재의 SK하이닉스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금보다 10배 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SK하이닉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 발간된 '슈퍼모멘텀'을 통해 "몇 년 후 목표 시가총액을 1000조~2000조원 수준으로 더 높여 잡을 것"이라며 "향후 10년은 싸움의 전장을 바꾸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1980년 12월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유공(현 SK이노베이션) 인수 후 첫 출근해,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SK)
◆리벨런싱 한창…그룹 체질 새롭게 바꾼다
SK그룹의 역사는 인수합병(M&A)의 역사이기도 하다. 1980년 대한석유공사(현 SK이노베이션) 인수를 시작으로 굵직한 M&A를 통해 에너지·정보통신·반도체·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그 결과 현재 재계 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특히 14년 전 인수한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며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끌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글로벌 시장의 거친 파도를 거침없이 헤쳐 나가자"라며 '승풍파랑'의 도전정신을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은 3년 전부터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 구조를 재조정하기 위해 리밸런싱(사업 구조조정) 작업을 단행 중이다. 현재 SK실트론 매각 등 마지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리밸런싱을 통해 5조원대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지주사를 중심으로 중복되거나 수익성이 낮은 비주력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배터리 일부 해외 공장 증설을 늦추고 비핵심 자산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은 HBM과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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