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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SK 바이오 성적표①] 최태원 회장, '생산·개발' 시너지로 바이오 정복

이후 최 회장은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를 SK그룹의 3대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 최윤정, 2017년부터 SK바이오팜 근무…'오너 3세' 전면 배치 최태원 회장이 30년 걸쳐 키운 바이오 사업 지휘봉이 이제 장녀에게로...

[SK 바이오 성적표①] 최태원 회장, '생산·개발' 시너지로 바이오 정복

최윤정의 SK바이오팜, 이동훈 대표와 사상 최대 실적 합작

SK팜테코, 글로벌 CDMO 기업 도약 초읽기…Pre-IPO서 6300억 유치

SK그룹 본사 전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SK그룹>

SK그룹에서 30년 넘게 한 번도 손을 놓지 않은 사업이 있다. 바로 제약바이오다. 최태원 회장이 1993년 대덕연구원 시절부터 직접 챙겨온 바이오 사업은 장녀 최윤정 본부장이 바톤을 이어받는 분위기다.

그룹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리밸런싱에 착수하면서 비핵심·중복 사업 계열사는 매각·정리 대상에 올라갔지만, 5개 계열사가 있는 제약·바이오는 사정이 달랐다. 각 계열사별 사업 영역이 확연하게 달랐고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SK그룹 관계자 또한 “리밸런싱이 무조건 합병·매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 특성을 고려해서 진행하는 사항”이라며 “백신·신약개발·CMO 등 사업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중복되는 개념이 아니다”고 밝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은 크게 5개 계열사가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SK(주)에는 신약개발 전문기업 SK바이오팜과 글로벌 위탁생산개발(CDMO) 기업인 SK팜테코가 있다.

최창원 부회장의 SK디스커버리 산하에는 SK케미칼, SK바이오사이언스, SK플라즈마로 이어지는 제약바이오 계열사가 있다.

SK그룹의 제약 바이오 5개사 지배구조 관련 자료. <안혜완 기자>

이중 SK㈜ 라인으로 묶이는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SK바이오팜은 최태원 회장 장녀 최윤정 씨가 핵심 부서 수장 자리에 오르며 향후 승계 구도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SK의 30년 뚝심…'P프로젝트'에서 엑스코프리까지

SK의 바이오 역사는 선대인 최종현 회장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SK(당시 유공)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연구팀을 꾸리면서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그룹 내에서는 ‘P(Pharmaceutical)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 시장 진출을 택했다. 하지만 SK는 혁신신약 개발이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제약산업에 발을 내딛었다. 이는 정밀화학 강점을 차세대 먹거리인 제약바이오로 확장하려 한 최종현 회장의 구상에서 출발했다.

이 씨앗을 열매로 만든 인물이 최태원 회장이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를 지속했다.

이후 SK는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했던 첫 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때도 최 회장은 오히려 미국 연구개발(R&D) 조직을 강화했다.

SK바이오의 역사 관련 이미지. <안혜완 기자>

지난 2019년 11월 SK그룹이 수십년을 공들여 들여 투자한 결과가 나왔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며 한국 제약사 최초로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 독자 수행한 신약이 됐다. 이후 최 회장은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를 SK그룹의 3대 성장 축으로 설정했다.

최윤정, 2017년부터 SK바이오팜 근무…'오너 3세' 전면 배치

최태원 회장이 30년 걸쳐 키운 바이오 사업 지휘봉이 이제 장녀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1989년생 최윤정 본부장은 SK그룹 창업주 최종건 회장의 손녀이자 최태원 회장 장녀로 최 회장 자녀 중 유일하게 SK그룹에 재직 중인 인물이다.

그는 시카고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를 받은 바이오 전공자다. 2017년 SK바이오팜에 합류해 전략투자팀장, 사업개발본부장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전략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SK바이오팜 2026년 조직개편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전략본부 신설과 그 수장으로 낙점된 최 본부장이었다.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사업개발본부는 제품의 라이선스 인·아웃 등 개별 딜을 담당하고 전략본부는 회사 목표와 단기 및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을 설계하는 조직이다. 최 본부장이 개별 거래 실무에서 전사 방향 설계로 옮긴 셈이다.

여기에 조직개편의 또 다른 축인 방사성의약품(RPT) 본부 신설이다. 회사는 전임상개발본부 산하에 있던 RPT 조직을 본부로 격상하며 전주기 운영 체계를 강화했고 신설 RPT 본부는 김기일 본부장이 맡았다.

다만 회사는 이번 인사를 승계 구도와 연결짓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최윤정 본부장의 이번 인사는 승진이 아닌 직책 변동”이라며 “AI 기반 신약개발 접목 업무를 보고 있어 전략본부에 배속된 것이며 전문성과 커리어를 바탕으로 한 인사”라고 강조했다.

최윤정 본부장은 이미 큰 성과를 냈다. 이동훈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다. 이 대표는 2023년 1월 취임 후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올해 3월부터 두 번째 임기를 수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2025년 연간 매출 7067억원, 영업이익 2039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2% 증가했고 세노바메이트 미국 매출은 연간 63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SK바이오팜의 연간 실적과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성장세 자료. <안혜완 기자>

1분기 전망도 밝다. 하나증권은 SK바이오팜의 1분기 영업이익을 771억원(전년 동기 대비 200.5% 증가)으로 전망한다. 다올투자증권도 영업이익 740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팜테코, 미국·유럽 ‘현지화’ 승부

SK㈜의 또 다른 바이오 사업 축은 SK팜테코다. 일반 투자자에게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룹 차원에서는 원료의약품과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위탁개발생산(CDMO)을 담당하는 핵심 법인이다.

2020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설립된 SK팜테코는 SK그룹의 의약품 위탁생산(CMO)을 총괄한다.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아일랜드, 앨팩(AMPAC), 이포스케시, CBM 등 5개 법인을 통합 운영한다. 미국, 유럽 등 현지에 생산기지를 직접 구축해 CMO 사업을 전개하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그룹 차원에서 SK팜테코를 ‘글로벌 CDMO’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원료 생산도 SK팜테코가 맡는 만큼 그룹 내에서 바이오팜과 수직 계열화되는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팜테코 실적은 내리 막길이며 특히 수익성이 좋지 않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2023년 영업손실 9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2170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 초기 투자 부담이 큰 영향이다. 그럼에도 작년 매출은 8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회사는 독일 쉘링, 다국적 제약사 박스터, 글로벌 CDMO 론자를 거친 요그 알그림(Joerg Ahlgrimm) CEO가 전문경영인으로 지난 2022년 11월부터 사령탑을 맡고 있다.

SK㈜ 확장 의지는 자금 조달에서도 드러난다. SK팜테코는 브레인자산운용과 약 5억 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프리IPO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실탄을 확보했다. 자금은 미국·유럽 글로벌 사업 가속화와 CGT, 항체약물접합체(ADC), 펙타이드 CDMO 확장에 투입된다.

최태원 회장의 SK㈜ 라인에서 바이오팜과 팜테코는 각자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신약(바이오팜)과 CDMO(팜테코)는 사이클이 다른 두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신약은 신약 하나의 성공이 큰 자산을 유입시킬 수 있으나 리스크가 크고, CDMO는 안정적 매출 기반에 글로벌 증설 부담이 따른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경영전략회의에서 “바이오 사업은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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