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급망 진입 성과...현금 흐름은 악화
'차입금 확대·특허 분쟁' 변수로 부상
기업 실적은 늘어나고 있지만 그 흐름은 제각각이다. 같은 매출과 이익을 기록해도 자금의 움직임과 회전 구조에 따라 기업의 상태는 다르게 나타난다.
‘Re:기업’은 공시와 재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을 다시 읽는 기획이다. 외형과 내부 흐름의 차이를 짚어 기업의 실제 구조와 방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김동선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 부사장./ChatGPT 생성 이미지.
| 서울=한스경제 고예인 기자 | 김동선 한화그룹 부회장이 주도하는 반도체 장비 사업이 고대역폭메모리 HBM 시장 진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들어섰지만 재무·특허 리스크가 변수로 떠올랐다.
한화그룹의 반도체장비 계열사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 공급망 진입이라는 성과를 이루며 성장 기반을 마련했지만 현금 흐름과 차입금 구조 그리고 특허 분쟁까지 복합적인 변수가 동시에 부각되며 반도체 사업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 HBM 올라탄 한화...공급망 틈새 시장 공략
한화세미텍은 최근 SK하이닉스 HBM 장비 공급망에 진입하며 TC본더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 한미반도체 중심 구조에서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나타나며 후발주자인 한화세미텍에도 기회가 열렸다.
HBM이 AI 반도체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메모리로 평가되면서 적층 공정 장비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동선 부회장이 반도체 장비를 그룹의 신성장 축으로 설정한 전략은 이러한 산업 흐름과 맞닿아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공급망 진입을 두고 장비 시장 경쟁 구도 변화의 신호로 해석한다. 단일 공급 중심 구조에서 복수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흐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수주 늘었지만 수익은 ‘글쎄’
문제는 외형 성장과 다른 실제 돈의 흐름이다. 한화세미텍은 2025년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마이너스를 이어갔다. 장비 산업 특성상 수주 이후 납품과 검수 과정을 거쳐 매출과 현금이 인식되는 구조적 시차가 존재한다.
다만 현금 유출 흐름이 반복될 경우 운전자금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주목하고 있다.
재무 구조 역시 부담 요인을 보여준다. 단기차입금은 약 19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됐고 금융비용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차입을 기반으로 성장 속도를 끌어올린 구조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계획된 투자를 집행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금흐름과 차입 확대가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인 만큼 수익 전환 시점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장기매입채무 확대…해석 엇갈린다
장기매입채무 증가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한화세미텍의 장기매입채무는 2024년 약 241억원에서 2025년 약 7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장기매입채무는 외상 거래 성격을 띠며 현금 지급 시점이 뒤로 미뤄진 구조를 의미한다.
즉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계속 미뤄지거나 지연될 경우 제품의 납기 지연이나 협력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계열분리 이후 첨단 제조산업에 뛰어든 김동선 부사장에게도 경영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다.
이 경우 단기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향후 지급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도 해석된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장기매입채무 및 기타채무 대부분은 임직원 보상과 관련해 회계기준에 따라 지급 예정 금액을 충당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미반도체와 특허 공방…기술권리 법적 판단 국면
여기에 기술 특허를 둘러싼 법적 리스크도 더해졌다. 한화세미텍은 TC본더 장비를 둘러싸고 한미반도체와 특허권 분쟁을 진행 중이다. 최근 재판이 진행되며 양사 간 기술 권리 충돌이 본격적인 판단 국면에 들어갔다.
TC본더는 HBM 생산 공정의 핵심 장비다. 해당 기술을 둘러싼 권리 분쟁은 단순한 법적 갈등을 넘어 사업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현재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한 제품 공급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서는 소송 결과에 따라 장비 판매 제한이나 로열티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화세미텍이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 기회를 확보한건 부명하다. 공급망 진입이라는 성과는 분명 긍정적 신호다. 다만 현금흐름과 차입금 구조 그리고 장기매입채무에 대한 해석과 특허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며 전략 실행 과정에서 관리해야 할 변수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성장 스토리는 확보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재무 체력은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즉 김동선 부사장의 HBM 베팅은 의미 있는 선택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성패는 결국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고 수익이 창출되는 시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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