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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PSK칼럼] 제약산업 산책 - 한미 FTA

한미FTA가 체결될 당시, IT나 가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은 우리가 유리하고, 손해가 될 부분은 의료기기, 의약품, 방송통신 분야라고 예측됐다. 우리의 전통을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미국...

[PSK칼럼] 제약산업 산책 - 한미 FTA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

제약산업 산책 - <8> 한미 FTA

트럼프 2기 들어 미국으로 수입되는 의약품에 25% 이상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연기되고, 지난 2월 연방대법원 판결로 근거가 약화되었다 한다.

처음에는 26년 15%, 27년 150% 28년 250%를 제시했다는데, 이쯤 되면 외국에서 만든 약은 미국으로 들여올 생각하지 말라는 신호에 가깝다.

미국도 고부가가치 약품은 자국에서, 저부가가치 대량제조(제네릭)는 중국, 인도로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모양이다. 고율관세와 투자압박을 수단 삼아 제네릭도 국내에서 만들라는 건데, 제약을 단순히 제조산업으로서가 아니라 미국의 전략자산으로 경쟁국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속내를 비친 셈이다. 이대로라면 코로나 백신과 같이 긴급한 의약품의 제조도 송도에서 미국으로 이사 가서 미국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야 할 판이다.

한미FTA가 맺어지고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원래 협정의 목적은 이랬다. 대한민국은 무역 의존도가 70%나 되는 상황에서, 세계 1위 경제대국이고 GDP가 우리의 14배에 달하고, 제2의 수출 상대국인 미국과 관세, 국적, 시장의 차별 없이 자유무역을 통해, 교역을 증대하고, 경제 규모를 확대하고, 산업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그 취지였다.

한미FTA가 체결될 당시, IT나 가전,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은 우리가 유리하고, 손해가 될 부분은 의료기기, 의약품, 방송통신 분야라고 예측됐다. 우리의 전통을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미국 자본의 OTT로 제작된 것이나, BTS의 광화문 공연을 넥플릭스(Netflix)를 통해 봐야 하는 현재, 그리 틀린 예측은 아니었던 듯하다.

트럼프 당시 공화당 의원은 한미 FTA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때 발언은 이러했다.

"한미FTA는 미국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끔찍한 협정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더 얻어 내겠다며 2010년 11월 오바마 대통령 방한 당시 추가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하고 나서 갑자기 미국과의 혈맹을 운운하며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을 체결한 미국 관리들은 멍청이(moron)다. 한국이 우리 일자리를 뺏어 가는데 왜 조지워싱턴호를 보내 지켜줘야 하나? 항공모함이 움직이는데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아나? 한국에게 이 돈 내라고 해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미국은 허가-특허 연계, 지식재산권 분쟁, 보험약가, 관세 등 우리나라에 의약품 허가나 보험정책에 깊은 영향을 줬다.

전호에 잠시 말했지만 미국의 의약품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Cheaper drug today, better drug tomorrow"이다. "제네릭은 더 싸게, 새로 개발되는 약은 더 우수하게" 정도로 번역될 듯하다.

미국 정책의 지향점이 이렇다 보니, 제약협회도 'Cheaper Drug Today'를 열심히 만들겠다는 회사들의 협회인 GPhA (Generic Pharmaceutical Association)와, 'Better Drug Tomorrow'를 지향하는 PhRMA (Pharmaceutical Research & Manufacturing Association)로 나눠져 있다.

PhRMA에는 Pfizer, Novartis, Sanofi, Merck, GSK, Astra-Zeneca 등 연구개발 중심의 유수 기업이 있지만, 이들도 주요 품목의 물질 특허가 만료될 때마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반복하거나, 대리 회사를 내세워 Authorized Generic 전략을 써서 하루라도 독점권을 더 연명하려는 걸 봐서는 혁신 약물만의 포트폴리오로는 먹고 살기는 힘든 듯하다.

문제는 GPhA인데 Hospira, Mylan, Hexal, Stada, Teva 같은 회사들이다. 아마 인도, 중국산과의 가격 경쟁으로 고전 중이겠지만, 외국산 약품에 대한 관세 부과 카드가 꺼내진다면 판도는 어떻게 뒤집히게 될 지 모를 일이다.

한미 FTA는 국가간 체결된 협정이다. 우리 허가제도나 건강보험 정책에 합의 내용이 이미 반영돼 있고, 그에 맞춰 굴러가고 있는 상황인데, 그건 오바마 정부 때 일이라며 헌신짝처럼 약속을 저버리고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한다면, 우리도 미국약에 보복적 상호관세를 부과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질 법한데 관련된 보도는 본 기억이 없다.

대외적인 대응은 그렇다 쳐도, 분명한 사실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제네릭 산업은 국가 공공보험을 지탱하는 커다란 전략 자산이라는 점이다. '연구개발에 혁신성이 부족하다', '유통이 왜곡된다'고 홀대만 해서는 안된다.

남의 나라 회사의 손을 빌리지 않더라도, 지재권이 만료된 약품의 빠른 시장 진입을 유도해서 보험 재정을 절감해야 한다. 또 적정한 이윤을 보장해서 단순 모방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기술개발로 나아갈 수 있는 회사가 되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산업이다.

|기고| 정원태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약학박사)

-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학/석/박사

- 전) 일본 국립공중위생원(NIPH) 연구원

- 전) 일본 시즈오카대학 강사

- 전) 한미약품 개발 상무

- 현) 유나이티드제약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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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고는 메디파나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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