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팜뉴스>
가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코너 'Pharm 학술+'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연구 개발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됐다. 한국응용약물학회, 한국약제학회 등 국내 주요 약학계 학회지에서 발표된 논문 중 산업적, 학술적 가치가 뛰어난 연구를 엄선해 제약업계 독자들에게 심층적으로 소개한다. 기초 연구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신약 개발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는 학술 교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AI로 생성한 이미지
우리나라가 고령화를 넘어 본격적인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노화'를 바라보는 의약학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노화를 단순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신체 기능이 마모되는 수동적인 퇴화 과정이 아닌, 면역 체계의 역동적인 재편 과정인 '면역 노화(Immunosenescence)'가 주도하는 생물학적 프로세스로 규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주대학교 약학대학 장선영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응용약물학회지 'Biomolecules & Therapeutics' 2026년 3월호에 게재된 리뷰 논문을 통해 면역 노화가 숙주 방어력 감퇴를 넘어 면역 조절 기능과 조직 항상성을 근본적으로 왜곡시킨다고 밝혔다
(https://doi.org/10.4062/biomolther.2025.222)
.
그 중심에는 '인플래메이징(Inflammaging)'이라 불리는 만성적인 저강도 염증 상태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감염병 취약성 및 백신 반응성 저하는 물론 암과 자가면역 질환의 치료 예후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젊은층은 균형 잡힌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지만, 고령층은 만성적인 저급 염증(low-grade inflammation) 상태에 놓인다. 노화의 핵심 기전인 흉선 위축(Thymic involution)은 T세포 구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새로운 항원에 대응하는 나이브 T세포(Naïve T cells)는 감소하고, 노화하거나 소진된 T세포가 축적되며, T세포 수용체(TCR)의 다양성도 현저히 낮아진다. 또한 조혈모세포(HSC)에서 B세포가 형질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선천 면역 세포는 과도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이러한 면역 체계의 전반적인 저하와 불균형은 감염에 대한 방어력을 약화시키고 만성 전신 염증을 유발한다.
전방위적 면역 시스템 붕괴 기전 확인
면역 노화 현상은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젊은 신체가 유지하던 정교한 면역 항상성이 고령층에 접어들며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동시다발적인 붕괴를 겪는다고 설명하며 그 기전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먼저 적응 면역 측면에서는 흉선 퇴화(Thymic involution)로 인해 신규 항원에 대응하는 Naive T세포 공급이 급감한다. 이로 인해 T세포 수용체(TCR) 다양성이 축소되고 기능이 소진된 노화 T세포가 축적되며, B세포 역시 분화 효율 저하로 양질의 항체 생산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다음으로 선천 면역 세포들은 외부 자극 없이도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양상을 보인다.
또한 노화된 면역 세포는 텔로미어 단축, DNA 메틸화 패턴 변이 등을 겪으며 특히 '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SASP)'을 통해 주변으로 염증 인자를 확산시킨다. 세포 내적으로는 p16INK4a, p21Cip1 및 cGAS-STING 신호 전달 경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DNA 손상 신호를 만성 염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정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질환까지 관통하는 공통 병리 기전
주목할 점은 이러한 세포 단위의 면역 시스템 붕괴가 신체 일부분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면역 노화가 특정 장기의 문제가 아닌 전신 질환을 관통하는 공통의 병리 기전으로 작용한다고 지목했다.
우선 류마티스 관절염(RA)의 경우, CD28 결핍 CD4+ T세포가 조기 축적돼 IFN-γ와 TNF-α를 과분비하며 조직 파괴를 가속화한다. 특히 면역을 억제해야 할 조절 T세포(CD4+FoxP3+CD28- Tregs)가 염증성인 IFN-γ, IL-4, IL-17을 분비하는 세포로 변질되는 현상이 질환 만성화의 핵심 고리로 파악됐다.
대사 및 심혈관 질환도 있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Dysbiosis)으로 인한 장벽 기능 약화가 대사성 내독소혈증(Metabolic endotoxemia)을 유발해 전신 면역 노화를 촉진한다.
최근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프라이밍(Primed)된 뇌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알츠하이머병(AD)에서는 β-아밀로이드에, 파킨슨병(PD)에서는 α-시뉴클레인에 과민 반응해 TLR2 및 NLRP3 인플라마좀을 활성화시켜 신경 염증을 지속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화에 따른 혈액-뇌 장벽(BBB) 붕괴 역시 말초의 염증 신호를 뇌로 유입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신경 염증은 면역 노화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베타-아밀로이드 올리고머가 노화된 미세아교세포의 TLR2를 자극하여 NLRP3 염증 조절 복합체를 활성화한다. 이때 노화된 미세아교세포는 전염증성 특성을 띠지만 포식 작용(이물질 제거 능력)은 감소하며, Th1/Th17 유사 T세포의 뇌 내 침투를 유도해 염증을 가중시킨다.파킨슨병에서는 알파-시누클레인 전섬유성 올리고머가 중뇌의 노화된 미세아교세포를 활성화하고, NF-κB 및 NLRP3 경로를 통해 T세포 침투와 IL-1β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흑질(substantia nigra)의 도파민성 신경세포에 강력한 독성을 발휘하여 세포 퇴행을 일으킨다.노화는 특정 세포 및 분자적 징후를 동반한다. 정상 세포는 긴 텔로미어와 정상적인 DNA 메틸화 패턴을 유지하며, 노화 관련 베타-갈락토시다아제(SA-β-gal) 활성이나 SASP(노화 관련 분비 표현형) 발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생물학적 '면역 시계' 구축 및 '면역 회춘' 전략 모색
이처럼 전신에 걸쳐 치명적인 질환을 유발하는 면역 노화의 속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실제 나이보다 빠른 면역 노화는 질병 발생률과 직결되는 만큼, 이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면역 나이를 정량화하는 '면역 시계' 구축이 정밀 의료의 필수 도구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주요 바이오마커로 ▲T세포의 CD28 손실 및 CD57, KLRG1 획득 등 세포 표현형 지표 ▲생물학적 수명 예측을 위한 Horvath, PhenoAge, GrimAge 등 후성유전학적 시계 ▲혈청 내 CRP, IL-6 등 전신 염증 지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연구진은 면역 노화가 불가역적인 퇴화가 아니며, 약학적 개입을 통해 되돌릴 수 있는 동적 프로세스라는 점을 강조하며 4대 '면역 회춘' 전략을 제시했다.
4대 면역 회춘 전략
ㆍ사이토카인 기반 재건: IL-7, IL-15 및 토실리주맙(Tocilizumab) 활용
ㆍ대사 조절: 라파마이신(Rapamycin)을 통한 mTOR 경로 억제
ㆍ세놀리틱(Senolytics) 투여: 다사티닙(Dasatinib), 퀘르세틴(Quercetin) 등으로 노화 세포 선택적 제거
ㆍ후성유전학적 리프로그래밍: 아자시티딘(Azacytidine) 등 활용
정밀 면역노화 관리 시대 개막, '성별' 특이성 주목해야
이러한 진단 마커와 치료 전략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치료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정밀 의료를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마지막 변수가 존재한다.
면역 노화 연구는 인공지능(AI)과 임상 의학이 융합된 '정밀 면역 노화 관리'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논문은 여기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변수로 '성별(Biological Sex) 특이적 면역 궤적'을 꼽았다.
에스트로겐(Estrogen)의 영향으로 체액성 면역이 강한 여성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같은 자가면역 질환에 더 취약한 반면, 남성은 안드로겐(Androgen)의 면역 억제 효과 등으로 인해 인플래메이징과 감염병 이환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끝으로 연구진은 "미래 보건의료 및 제약 산업은 멀티 오믹스 데이터와 AI 모델을 결합해 이러한 성별 특성까지 반영한 개인별 면역 상태를 추적하고 맞춤형으로 개입해야 한다"라며 "이것이 건강 수명 연장과 질병 부담 감소를 실현하는 최적의 경로"라고 밝혔다.
김응민 기자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