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성장 기대감 저하
피지컬AI와 접목…게임 개발에 AI 활용하며 활로 찾아
붉은사막 공식 이미지 [사진=펄어비스]
[테크월드뉴스=김승훈 기자] 한동안 꾸준히 성장하던 게임산업은 코로나19 펜데믹을 계기로 침체 국면에 빠졌다. 여가시간에 게임을 하는 것보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통해 영상 콘텐츠 시청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게임업계는 인공지능(AI)을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다. 단순히 게임을 개발해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산업과 게임을 접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 또한, AI를 게임 개발에 적극 활용하여 개발비용도 낮추고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흥행에 성공한 것도 국내 게임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2026년이 국내 게임업계 부활의 원년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OTT에 밀려 성장동력 잃어 버린 게임업계
최근 게임 업계는 성장 동력을 상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뉴쥬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4.3% 감소한 1844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에는 기저효과 덕에 2% 증가한 2051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2024년에는 0.7% 증가한 2200억710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9% 증가하며 전 세계 평균을 상회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일례로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매출 3조3266억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으나 회사의 주가는 반년 넘게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2배 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다른 대형 게임사들의 주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만큼 시장은 게임 업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사람들이 더 이상 게임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게임산업은 90년대 까지 콘솔게임이 주를 이루다 2000년대 들어 PC게임 전성기가 열렸다. 2010년 이후로 모바일게임으로 전환되면서 전체적인 외형은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게임회사들에게 '돈이 되는' 콘솔게임이나 PC게임은 사람들이 외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펜데믹을 계기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영상 미디어가 풍부해진 것도 큰 요인이다. 소중한 여가 시간에 힘들게 게임을 하기 보다 취향에 맞는 영상을 보는 것에 훨씬 큰 만족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게임 이용률은 전년 대비 9.7%포인트(p) 감소한 50.2%를 기록했다. 팬데믹 시기의 74.4%(2022년)와 비교하면 불과 3년 만에 20%p 이상 급락했다.
성장 한계 극복카드는 'AI 신산업'
이런 시장 상황에서는 기존 처럼 수백억원의 비용을 투자해 게임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다. 이에 게임업계는 게임을 다른 산업과 접목 시키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방산 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게임 회사와 방산 기업이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미 미국 등 방산 선진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미래 전쟁은 AI가 모든 전략과 전술, 무기 사용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AI의 성능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AI를 훈련시킬 충분한 '전쟁 데이터'가 필요하다.
문제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실제 전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은 최적의 대안이 된다.
정교하게 구성된 가상현실에서 전투를 벌이는 게임 속 데이터는 현실에 적용하기에 손색이 없다. 실제 전쟁을 하지 않아도 AI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은 2020년대 초 게임 엔진 개발사 에픽게임즈와 손을 잡고 '언리얼 엔진'이라는 게임 개발 플랫폼으로 전투기 조종 훈련과 전장 환경 시뮬레이션, 자율 무기체계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크래프톤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각종 무기를 게임 환경에서 운용하여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NC AI도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를 국방 보안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디펜스테크 분야 진출을 위해 방산업계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AI, 게임 산업 체질 바꾼다
AI는 게임 산업의 체질을 바꾸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코드 생성, 디버깅(오류 수정),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션 제작 등 게임 개발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해 대작 게임의 경우 개발비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개발비가 워낙 거액이다 보니 하나의 프로젝트를 실패하면 기업이 휘청일 정도가 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게임사들은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정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혁신'은 사라지고 기존 성공 공식을 답습한 비슷한 게임이 계속 출시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AI가 개발 과정에 투입 되면서 과거 100명이 필요하던 작업을 10~20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됐고, 덕분에 개발비도 이전보다 낮아지게 됐다.
이로인해 '실패 비용'을 낮추게 됐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실패해도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게임사들이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다수의 중소형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하나의 대작 게임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으나 이제는 다양한 유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다수의 중소형 게임을 한번에 출시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AI는 게임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기존에는 대규모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지만 이제는 소규모 팀도 AI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팍시게임즈도 AI 기반 개발 체계를 바탕으로 캐주얼 게임 라인업 45종을 확보했다.
팍시게임즈는 'AI Lab'을 통해 AI 기반 워크플로우 자동화를 도입해 기존 20명 이상의 팀이 수개월간 수행하던 개발 과정을 대폭 단축했다. 이를 통해 1인 개발자가 3주 내 글로벌 출시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AI Lab 소속 데이터 분석 인력이 글로벌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트렌드와 이용자 행동 패턴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기존 대형 게임사들도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리니지로 대표되는 MMORPG가 주력이던 엔씨소프트가 캐주얼과 모바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모바일 캐주얼 센터를 신설하고 개발과 퍼블리싱, 데이터, 기술 역량을 통합한 모바일 캐주얼 에코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위해 무빙아이, 리후후, 스프링컴즈 등 유럽, 동남아, 한국의 지역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개발 스튜디오를 확보했다.
결국 핵심은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
게임업계가 다시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결국 '재미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전히 게임을 즐기기 원하는 유저들이 적지 않다보니 경쟁력 있는 게임은 충분히 파괴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넷마블이다. 넷마블은 지난해 연매출 2조8351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6.4% 증가한 수치이며 영업이익은 3525억원으로 63.5%나 늘었다.
넷마블은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신작들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후 트렌드에 부합하는 게임을 내놓으며 위기를 극복했다. 같은 해 9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키우기'는 방치형 게임 시장에서 장기간 1위를 유지했고, 이듬해 5월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로 대박을 쳤다. 첫날부터 500만 다운로드와 140억원 매출을 거두며 넷마블 사상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지난해 3월 출시한 MMORPG 'RF 온라인 넥스트'도 출시 후 몇주 동안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를 차지하며 레드오션인 MMORPG 시장에서도 성공 DNA를 새겼다.
최근에는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붉은사막은 지난 20일 출시 직후 판매량·이용자 수 모두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출시 나흘만인 24일 PC·콘솔 통합 판매량 300만장을 기록했으며 500만장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출시한 '아이온2'는 여전히 출시 초반 트래픽을 유지하며 꾸준히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달 7일 오픈한 '리니지클래식'은 동시접속자 수 32만명을 돌파했고 매일 20억원 이상의 결제액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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