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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NGO 현장]관리에서 권리로 리모델링하자

PL 사랑방을 최근 리모델링했다. 묵은 짐을 버리고, 장판과 벽지를 새롭게 교체했다.

[NGO 현장]관리에서 권리로 리모델링하자

PL 사랑방을 최근 리모델링했다. 묵은 짐을 버리고, 장판과 벽지를 새롭게 교체했다. 작은 방 2개, 거실 겸 주방, 오래된 빌라의 반지하 공간이라 볼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공간을 자기 집처럼 아끼는 이들의 자발적인 기부 덕분에 큰돈 들이지 않고 깨끗한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PL은 ‘People living with HIV/AIDS’의 약자로 퇴치되어야 할 질병의 이미지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게 HIV 감염인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표현이다. 그래서 PL 사랑방의 주인은 HIV/AIDS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번듯한 간판은 없어도, 이곳에서 세상의 편견을 피해 안정감을 찾을 수 있고, 세상의 차별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 공간을 10년 넘게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공간이 단 한 곳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 HIV 감염인들의 간절함 때문이었다. PL 사랑방이 처음 생길 때 자기만의 방이 생긴 것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여전히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서로 돌보는 삶을 꿈꾸며, 신규 감염인에게는 ‘상담소’ 역할을, 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감염인에게는 일종의 ‘대피소’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질병관리청은 ‘2025년 HIV/AIDS 신고현황 연보’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되는 이 자료를 통해 신규 감염인 현황이나 감염병 역학조사 결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모든 정보를 숫자로 설명하고 있어 사람의 통계를 다룬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즉 이 자료를 통해서 신규 감염인 수는 알 수 있어도 감염 이후 경험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알 수 없고, 수술이나 입원 과정에서 실시한 검사로 몇명이 HIV에 감염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이후 제대로 치료를 받았는지 아니면 의료 차별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번 연보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신규 감염인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과 달리, 생존 감염인(1만7557명) 중에서 60세 이상의 감염인 비율이 21.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HIV 감염 통보를 마치 사형 선고처럼 여기고 치료제 부작용으로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던 시대는 지나갔지만, 삶의 시간을 연장해 준 고마움보다 죽음과도 같은 고립된 삶이 길어지게 되면서 돌봄의 필요를 더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진료 거부 사례는 물론 인간관계를 상실한 채 지역에서의 돌봄보다 요양병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는 정부의 대책이 과거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감염인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정책으로 리모델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도 개선은 변화를 만드는 시작점이다. 감염인이 불과 10명 남짓이었던 1987년 제정된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은 여전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에 HIV 감염인을 포함하지 않고 있고, 권리 주체라는 인식보다 관리되어야 할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 치료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변화는 물론 PL 사랑방을 오랜 시간 운영하며 누적되어 온 간절한 바람마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골격만 남기고 싹 바꾸는 것이다. 숫자 뒤에 가려진 감염인의 삶이 법과 제도에 잘 담길 수 있도록 더 혁신적인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정민석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대표

영문번역(English Trans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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