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영일 기자] ‘전자 산업의 쌀’로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가 지금 당장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은 아니지만, 추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SK증권은 19일 ‘MLCC 쇼티지? 아직 아니다. 그래서 더 크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MLCC 생산)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삼성전기는 최근 1분기, 5년 만에 해당 분기 가동률이 90%를 상회했다. 다이요유덴, 무라타, 삼화콘덴서 등도 가동률이 크게 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삼성전기 등 MLCC 주요 생산 기업들의 공장 가동률이 90%를 넘겼다는 것이다.
MLCC는 전자기기 내에서 전기를 담아뒀다가 필요한 만큼 일정하게 내보내는 ‘댐’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전자제품 안에서 전기가 갑자기 튀거나 흔들리지 않게 잡아주는 작은 전기 완충 장치다. 스마트폰에만 약 1000개가 들어가며, 전기차에는 최대 3만 개까지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은 “(MLCC의)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그러나 코로나 사이클에서 겪었던 동일 제품의, 모든 제품에서의, 일괄적인 단가 인상이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다”며 “현재 MLCC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이 심각한 일부 제품에 한정돼 발생한다. 과거 호황에서 연간 평균판매가격(ASP) 상승률은 +30~40%였던 반면, 2025년은 보합, 2026년 1분기는 +5%”라고 설명했다.
공장 가동률은 상승하고 있지만 특정 제품을 제외하고는 과거 호황기 때에 비해 가격 상승률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SK증권은 “아직 수동 소자(MLCC‧저항기‧인덕터 등) 기업들은 하반기 MLCC 쇼티지를 확신하지는 못한다”면서 “레거시 디바이스 수요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하반기에 스마트폰이나 PC, 가전제품 등이 잘 팔릴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제조사들도 MLCC 공급 부족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
다만, SK증권은 “AI(인공지능) 산업 관련 MLCC 수요와 주요 세트 업체들의 부품 재고 축적 전략을 고려하면, 현재 가동률에서 하반기 부품 성수기로 넘어가는 구간에 쇼티지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고객사들의 ‘멀티 부킹(다중 주문)’ 가능성을 지목했다.
SK증권은 “가동률이 95%를 상회할 하반기부터 제조사‧부품유통사들이 선제적 재고 축적에 나서고, 이게 실수요를 초과하는 오더로 이어지며, 쇼티지가 급격히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공장 가동률이 95% 이상 상회하게 되면 MLCC를 구매해야 하는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 부족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필요 이상으로 주문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SK증권은 “삼성전기의 현재 재고 일수는 4주 수준”이라며 “정상 재고가 5주이고, 일 매출이 늘어나는 현 상황에서는 재고 확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MLCC 기업들이 향후 스마트폰이나 PC 등이 아닌 AI 관련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SK증권은 “수동 소자 기업들은 향후 증설 투자와 메인터넌스(유지보수) 투자를 스마트폰, PC, 대형가전용이 아닌 AI 관련 분야에 집중시킬 것”이라며 “(스마트폰‧가전 등)세트 제조사들은 수요 차질뿐 아니라, 부품 부족도 고민해야 한다. 쇼티지 부품들의 협상력이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지금 당장 MLCC 공급 부족 상황은 아니지만, 추후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게 SK증권의 분석이다.
SK증권은 “아직 MLCC는 쇼티지가 아니다. 하반기도 100%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해당 업체들은 여전히 보수적인 스탠스에서 제한적으로 MLCC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데이터 사용량의 증가와 IT·AI·반도체의 성능향상, 전력 사용 증가는 모두 MLCC 수요로 직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도 업체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경쟁적인 무리한 투자집행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MLCC는 부족할 것”이라며 “아직 시작되지 않은 쇼티지라는 것은, 앞으로 경험할 가격 상승 싸이클이 그만큼 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더퍼블릭 / 김영일 기자 kill0127@thepub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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