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등록 추진…골드스탠다드 인증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
제품 사용 단계 감축분 배출권화…자발적 탄소시장 수익화 시도
가전 넘어 감축 크레딧 수익화…‘솔루션 기업’ 진화
LG전자 공기 열원 히트펌프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의 모습이다. /2026.4.14 LG전자
LG전자가 고효율 히트펌프를 앞세워 탄소배출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고효율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 사용 단계에서 줄어든 탄소배출량을 크레딧으로 인정받아 수익화하는 구조를 본격화하면서 ‘가전 제조사’를 넘어 ‘탄소 금융 및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는 모습이다.
14일 LG전자는 국제 탄소배출권 인증기관인 골드스탠다드에 ‘고효율 히트펌프 기술을 활용한 연료 전환 기반 탄소감축 프로젝트’ 등록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이미 대한상공회의소 탄소인증제를 통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사업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국제 인증체계까지 연결해 감축 실적의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기존 화석연료 난방 시스템을 전기 기반의 고효율 히트펌프로 전환하는 데 있다. 히트펌프는 공기, 물, 지열 등 외부 열원을 활용해 냉난방과 급탕에 필요한 열을 공급하는 설비로, 화석연료를 직접 태우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사용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다.
LG전자는 이렇게 줄어든 배출량을 탄소감축 크레딧으로 인정받고, 확보한 배출권 일부는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에서 수익화할 계획이다. 수익은 다시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재투자해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는 LG전자의 사업 성격이 하드웨어 판매 중심에서 에너지 효율 관리와 감축 인증, 배출권 활용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품을 많이 파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이 설치된 뒤 실제 사용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감축 효과까지 사업 가치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히 히트펌프는 건물 부문의 탄소중립을 좌우할 핵심 설비로 꼽히는 만큼, LG전자가 공조(HVAC) 사업과 탄소배출권 사업을 동시에 키우는 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앞서 2013년부터 고효율 냉장고 등 가전을 통해 탄소배출권 확보에 나섰고, 지난해부터는 히트펌프를 통한 배출권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4.6%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 2024년 국내외 사업장의 직접(Scope 1)·간접(Scope 2) 온실가스 배출량은 91만톤(tCO₂eq)으로, 2030년 목표치인 87만8천톤에 근접한 상태다.
LG전자는 30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이해관계자 협의회를 열고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적용 기술, 감축 산정 방식, 예상되는 환경·사회적 영향, 골드스탠다드 인증 절차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으로 의견을 수렴해 향후 사업 계획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이번 행보는 히트펌프를 친환경 가전이 아니라 탄소감축 성과를 금융 가치로 연결하는 인프라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히트펌프 기반 냉난방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경쟁은 단순 제품 성능을 넘어 에너지 효율 인증과 친환경 규제 대응, 감축 실적의 사업화 역량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탄소감축 효과를 얼마나 정밀하고 투명하게 검증받느냐에 따라 배출권의 신뢰도와 사업성은 달라질 수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가격 변동성이 큰 데다 국제 인증 절차도 까다로워, 실제 수익화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은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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