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 급등한 주가, 시장의 시선은 로봇 사업으로 이동
클로이·베어로보틱스·액추에이터…LG가 쌓아온 준비의 시간
'가전 DNA'가 휴머노이드 경쟁력으로 이어질지 주목
LG전자의 인공지능 AI 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 사진 제공= LG전자
[오피니언뉴스=박정훈 기자] 최근 LG전자 주가 급등 배경으로 로봇 사업 경쟁력이 거론되고 있다. 증권가는 서비스 로봇 사업 확대와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경쟁력 가능성에 주목하며 기업가치 재평가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 이 같은 기대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검증이 필요한 단계다.
가전과 전장을 넘어 로봇 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LG전자가 축적해온 기술과 사업 기반이 시장의 기대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이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 8일 15만원대였던 LG전자 주가는 이후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며 15일 24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최근 증권가는 LG전자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했다. 기존 생활가전과 전장(VS) 사업의 안정적 실적 성장세에 더해 로봇 사업이 새로운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하면서다. 시장은 더 이상 LG전자를 전통적인 가전 제조사로만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배경에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 프로젝트 그리고 미국 로봇 스타트업 '피겨 AI'(Figure AI)의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은 산업 성장 기대를 키웠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로봇 투자 확대에 나서며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이 LG전자에 주목하는 이유는 양산 역량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승패는 혁신 기술뿐 아니라 안정적 생산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글로벌 가전 생산과 품질관리 경험을 축적한 LG전자가 상용화 단계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가 쌓아온 로봇의 시간
LG전자의 로봇 사업은 최근 등장한 신사업이 아니다. 회사는 2018년 '클로이'(CLOi) 브랜드를 공개하며 서비스 로봇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호텔과 병원, 공항, 물류센터 등 다양한 현장에 안내·배송·방역 로봇을 공급하며 운영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 경험은 단순한 실증을 넘어 실제 환경에서 하드웨어 안정성과 관제 소프트웨어 완성도를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서비스 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다양한 현장 데이터는 향후 범용 로봇 플랫폼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미국 서비스 로봇 기업 '베어 로보틱스'(Bear Robotics)와의 협력 확대도 주목받고 있다. 베어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기반 서빙 로봇 분야에서 글로벌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운영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시장 기대의 핵심은 '액추에이터'(Actuator)다. 액추에이터는 전기나 유압, 압축 공기 등을 이용해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 장치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과 구동계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로봇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인 액추에이터와 관련해 LG전자는 모터와 정밀 제어, 구동 시스템 분야에서 오랜 제조 경험을 축적해왔다. 생활가전과 전장 사업에서 확보한 기술이 로봇용 구동부로 확장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LG전자 액추에이터 이미지. 사진 제공= LG전자
최근 엔비디아와의 협업 가능성 역시 시장의 기대를 높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AI 학습 인프라와 시뮬레이션 기술이 LG전자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결합할 경우 피지컬 AI 구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홈과 산업용 자동화 영역에서 축적한 플랫폼 경험이 자율형 로봇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별도로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북미 빅테크 기업들에 AI 데이터센터용 냉각 시스템(칠러) 공급을 추진하며 AI 인프라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AI 생태계 전반에서 LG전자의 기술 접점을 넓히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LG AI 연구원의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EXAONE)까지 결합할 경우 피지컬 AI 경쟁력 확보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이는 아직 중장기적 기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로봇 산업 성패 '대중화'가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협업 기대만으로 기업가치를 단정하기보다 실제 기술 적용 범위와 상용화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제기된다. LG전자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로봇 시장의 선도 기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휴머노이드 플랫폼 경쟁에서는 테슬라와 피겨 AI,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글로벌 로봇 선두 기업과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와 로봇 전문기업들의 기술 투자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로봇 산업의 최종 승자가 최초 개발 기업일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혁신의 출발점과 대중화의 승자가 달랐듯, 로봇 역시 안정적 양산과 가격 경쟁력, 서비스 생태계를 확보한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LG전자의 강점이 부각된다. 글로벌 생산 인프라와 공급망 관리 역량, 이미 구축된 스마트홈 생태계, 구독형 서비스 모델은 향후 로봇 대중화 단계에서 유리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이주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G 홈 로봇은 2028년 전후 시점의 상용화 가능성이 거론된다"면서 "회사가 보유한 홈 환경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AI 생태계 내 하드웨어 파트너로서 영향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LG전자의 최근 주가 급등은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아직 로봇 사업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그렇지만 시장이 LG전자를 가전 기업이 아닌 '차세대 로봇 플랫폼 후보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다. 결국 시장의 재평가는 기술 시연이 아니라 상용화 속도와 수익성 입증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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