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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LG, AI 반도체 '뒤편 전쟁' 키운다…냉각·기판·후공정으로 승부수

AI 투자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글로벌 빅테크 투자 사이클이 흔들릴 경우 관련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LG 움직임이 단순 사업 다각화 수준을 넘어 국내...

LG, AI 반도체 '뒤편 전쟁' 키운다…냉각·기판·후공정으로 승부수

HBM·데이터센터 병목 겨냥…“메모리 대신 AI 인프라 공급망 선점”

LG이노텍 직원이 '코퍼 포스트(Cu-Post)' 기술을 적용한 RF-SiP 기판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LG이노텍]

LG가 AI 반도체 생태계 확장 국면에서 단순 완제품 제조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공급망 기업’으로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중심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영역으로 넓히면서 AI 시대 핵심 병목으로 꼽히는 발열·패키징·후공정 분야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가 메모리 반도체 자체 생산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AI 시대 수익성이 높은 인프라 지원 영역을 선점하는 방향으로 전략 축을 옮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규모 팹 투자 부담은 줄이면서도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반도체 확산 과정에서 필수적인 공급망 역할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LG이노텍이다. 기존 카메라모듈 중심 사업 구조에서 반도체 기판 비중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올해 1분기 매출 437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6% 성장했다. RF-SiP와 FC-CSP 공급 확대에 이어 FC-BGA 매출 증가까지 더해지며 고부가 반도체 기판 사업이 실질적인 성장축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이는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패키징 기술 중요성이 급격히 커진 흐름과 맞물린다. AI 서버와 고성능 GPU는 기존 반도체보다 데이터 처리량과 발열이 훨씬 크기 때문에 칩 연결 구조와 신호 전달 안정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업계가 FC-BGA와 첨단 패키징 기판 확보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 생산기술원은 HBM용 하이브리드 본딩 장비와 레이저다이렉트 이미징 노광 장비 등 후공정 장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세공정 한계가 커질수록 전공정보다 후공정 기술 중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 적층 구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하이브리드 본딩은 차세대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LG전자가 공조(HVAC) 사업을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장과 연결시키는 전략도 주목된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GPU 확산으로 전력 사용과 발열 문제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향후 AI 산업 경쟁력이 단순 연산능력보다 전력 효율과 냉각 기술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LG전자가 압축기·열교환기·인버터 기술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접근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LG화학 역시 반도체 패키징 소재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미세회로 구현용 감광성 절연재(PID) 개발을 완료하고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협업을 진행 중이다. 반도체 미세화 경쟁이 심화될수록 회로 간 간격이 좁아지기 때문에 절연재 성능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재 경쟁력이 향후 HBM과 첨단 패키징 시장 판도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LG 전략 핵심을 ‘반도체 직접 경쟁 회피’보다 ‘AI 인프라 공급망 장악’에 두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메모리 생산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AI 산업 확산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냉각·패키징·후공정·기판 영역을 선점하려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AI 산업이 커질수록 GPU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고 식히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기술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구광모 회장(사진) 체제 이후 이어진 선택과 집중 전략이 LG가 최근 AI 산업 기반을 구성하는 소부장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LG그룹]

이는 구광모 회장 체제 이후 이어진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연결된다. LG는 배터리·전장·AI·바이오 등 미래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왔는데, 최근에는 AI 산업 기반을 구성하는 소부장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외산 의존도가 높은 첨단 장비와 소재 국산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 목표주가 상향이 잇따르는 배경에는 단순 실적 개선뿐 아니라 AI 인프라 수혜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LG를 전통 제조기업이 아니라 AI 인프라 공급망 핵심 플레이어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LG전자와 LG이노텍은 최근 장중 신고가를 연이어 경신했다. 12일 LG전자는 장중 19만49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고, LG이노텍도 장중 73만원을 기록하며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다만 시장 확대 기대만으로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소부장 시장은 고객사 인증과 기술 신뢰 확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산업이다. AI 투자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되거나 글로벌 빅테크 투자 사이클이 흔들릴 경우 관련 수요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LG 움직임이 단순 사업 다각화 수준을 넘어 국내 제조업 구조 변화 흐름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완제품 중심 제조 경쟁에서 벗어나 AI 시대 핵심 인프라를 구성하는 공급망 기술 기업으로 진화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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