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에 유류할증료 치솟아… 3월 항공권 선구매 러시
항공업계, 승무원 무급휴직·입사 연기 등 비상경영 돌입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1분기 흑자 성적을 달성했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2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이 전망된다. / 사진=박설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1분기 대부분 흑자 성적표를 받았다. 다만 중동전쟁으로 인한 고환율, 고유가 여파가 2분기부터 반영되기 시작해 전망이 어둡다. 이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객실승무원 무급휴직과 신규 채용자 입사 연기 등 비용 절감에 온 힘을 쏟고 있다.
LCC들의 1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티웨이항공(트리니티항공) 매출 6,122억원, 영업이익 199억원 △제주항공 매출 4,982억원, 영업이익 644억원 △진에어 매출 4,230억원, 영업이익 576억원 △에어부산 매출 2,577억원, 영업이익 304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상장 LCC 4개사 모두 1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들 외에도 이스타항공과 에어로케이항공 등 비상장 항공사들도 1분기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들이 1분기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동전쟁으로 인해 유류할증료 폭등이 예고되자 지난 3월 소비자들 사이에서 올해 국제선 항공권을 미리 구매하고 나선 점이 적지 않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업계가 중동사태로 인해 치솟은 국제유가 및 달러로 인해 5월 유류할증료를 최대 수준인 33단계까지 인상했다. / 뉴시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구매 시점(발권일)을 기준으로 적용돼 3월 내에 항공권 결제를 완료하면 유류할증료는 6단계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었다. 중동전쟁 발발 전 책정된 지난 3월 LCC들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를 살펴보면 편도 기준 일본이나 가까운 중화권 노선은 9∼11달러 수준이었으며, LCC들의 최장거리 노선인 싱가포르나 발리, 알마티, 푸껫 노선은 유류할증료가 21∼22달러(약 2만9,000원∼3만2,000원)였다.
그러나 3월 중순 발표된 4월 유류할증료는 18단계가 적용됐고, 가장 가까운 일본 노선 유류할증료는 25∼29달러가 적용돼 출국 편도 항공권 기름값이 3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는 지난 3월 싱가포르나 발리 노선 유류할증료보다 비싼 수준이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돈 1만원이라도 더 저렴할 때 항공권을 서둘러 구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소비자들이 올해 여름휴가 시즌이나 가을철 항공권을 미리 구매하게 되면서 항공사들에는 현금이 유입됐고, 이는 매출 증대 및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지난 4월까지도 항공권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적지 않게 존재했다. 문제는 5월부터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5월 유류할증료는 국내 기준 최대치인 33단계가 적용됐고, 일본 노선 편도 기준 유류할증료만 10만원을 웃도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5월 유류할증료 기준인 올해 3월 16일∼4월 15일 싱가포르 항공유 평균값(MOPS)은 1갤런(약 3.79ℓ)당 511.21센트로, 유류할증료 최고 단계인 33단계 ‘1갤런당 470센트 이상’을 넘어선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이 객실승무원 무급휴직을 실시한다. / 티웨이항공
사실상 항공기를 띄울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특히 2분기는 국내 LCC 9개사가 전부 영업손실(적자)을 기록할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항공사들은 비상경영을 선포했고, 예약률·탑승률이 저조한 노선의 항공편 운항 횟수를 줄이고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5∼6월 국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감편 규모는 총 900편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기 운항을 감축한 만큼 필요한 객실승무원 수도 줄었고,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에어로케이는 객실승무원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나섰다. 진에어에서도 최근 무급휴직 대상자 수요 조사를 하고 나섰다. 또한 진에어는 올해 상반기 객실 승무원 공개채용 최종 합격자들 중 지난 11일 입사 예정이었던 50여명에게 입사 시점을 하반기로 미룬다고 최근 통보했다.
항공기 운항을 줄여 고정비 중 가장 부담이 큰 항공유 지출을 줄이고, 동시에 객실승무원 무급휴직으로 인건비를 감축해 손실을 조금이나마 줄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객실승무원 무급휴직과 함께 보잉 737-800NG 기재 3대 및 호텔 사업을 매각해 실탄을 확보했다. / 제주항공
일각에서는 자회사나 자산을 매각하며 생존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행보도 포착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2월 IT 서비스 부문을 담당하는 100% 자회사 AKIS(AK아이에스)를 지주사인 AK홀딩스에 매각해 약 433억원을 확보했다. 또한 지난 13일 제주항공은 종속회사인 퍼시픽제3호일반사모부동산투자유한회사가 보유한 호텔(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서울 홍대) 사업 관련 자산과 계약, 권리 일체를 마포애경타운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규모는 540억원이며, 양도 예정일은 다음달 30일이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3대도 매각했다. 2018년 구매 방식으로 도입한 보잉 B737-800NG 항공기 3대를 나이지리아 민간 항공사 에어피스리미티드에 총 1,447억원에 매각한다고 지난 13일 공시했다. 해당 항공기 매각은 앞서 지난해 10월쯤부터 기단 현대화(전 기종 B737-8 전환) 일환으로 확정된 사안인데, 이번에 고유가에 항공기 운항을 줄이고 나선 것과 승무원 무급휴직까지 겹친 상황에 유휴 항공기를 매각해 실탄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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