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West 빌딩 전경. [사진: KT]
[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 KT가 '정통 KT맨' 박윤영 대표 체제의 막을 올렸다. 30년 넘게 회사와 동고동락한 내부 인사 출신이 수장에 오르면서 조직과 사업 전략 모두에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미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토대로 한 기업대기업(B2B) 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KT는 31일 제44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박윤영 대표 선임 안건과 사내이사 승인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박 대표는 1992년 KT의 전신인 한국통신에 입사해 30여년간 근무한 정통 KT맨이다. 기업사업부문장 사장, 미래사업개발단장, 컨버전스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그는 특히 기업사업부문장 시절 회의 핵심 성장축을 B2B로 확대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원 인사 단행…여성 최초 부사장 선임
박윤영호는 출범과 동시에 KT는 대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30년 넘게 회사에 몸담으면서 조직을 꿰뚫고 있는 박 대표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인사를 단행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앞서 KT는 최근 상무급 이상 임원 90여명 중 30여명에게 퇴임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부사장급인 최고기술책임자(CTO) 오승필 기술혁신부문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에는 신동훈 전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가 NC AI로 자리를 옮겼다.
KT는 주총 종료 이후 채 4시간도 되지 않아 CEO 직속 부서장을 전면 교체하며 대규모 인사의 신호탄을 쐈다. 1972년생인 김봉균 kt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부사장(엔터프라이즈부문장)으로 승진해 B2B 사업을 총괄한다. 또한 옥경화 IT플랫폼본부장은 여성 임원으로는 KT 최초로 부사장(IT부문장)으로 승진해 IT 기술 분야를 총괄할 예정이다.
커스터머부문장에는 박현진 부사장을 선임했다. 커스터머 부문 주요 본부장을 거쳐 밀리의 서재 대표 등 그룹 내 핵심 콘텐츠 사업 그룹사 대표를 맡아온 B2C 분야 전문가다. 박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KT로 복귀했다. 네트워크부문장에는 김영인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보임했다.
내부 출신 대표가 수장에 오르면서 성골 중심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내외부 인재를 균형 있게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현진 커스터머부문장, 김봉균 엔터프라이즈부문장, 김영인 네트워크부문장, 옥경화 IT부문장 등 부사장 4명이 내부 승진 인사다. 송종규 법무실장(부사장), 이상운 정보보안실장(CISO·전무), 박상원 AX사업부문장(전무)은 외부 영입 인사다.
조직 슬림화도 핵심 키워드다. KT는 이날 7개 광역본부 체계 4개 권역(수도권강북·수도권강남·동부·서부)으로 광역화하고 B2C·B2B·네트워크 등 유관 사업부문 직속으로 편입했다. 본사와 현장 간 정렬성을 높여 보고 라인을 단순화하는 취지다. 기존 광역본부에서 B2C 사업을 담당해온 7개 고객본부는 커스터머 부문의 4개 본부로 편입되고, 법인고객본부는 엔터프라이즈부문, NW운용본부는 네트워크부문으로 편입된다.
KT는 기존 임원급 조직을 약 30% 수준으로 대폭 축소해 조직을 효율화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KT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기능이 중복된 조직이 많고 보고 라인도 복잡한 경향이 있었다"며 "소통을 빠르게 하기 위한 취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조직 개편의 또 다른 축은 '토탈 영업 태스크포스(TF)' 해체다. 해당 TF는 2024년 김영섭 대표 시절 구조조정을 거부한 인력들이 배치된 조직이다. 현재 약 2300명의 TF 구성원들은 인력이 부족한 현장으로 전면 재배치한다.
KT 관계자는 "B2C, B2B, 네트워크 등 전사차원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한 영역에서 현장 지원이 강화되고 실질적인 시장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윤영 KT 대표. [사진 : KT]
◆해킹 사고 회복 총력…B2B AX로 기업 시장 공략
KT는 지난해 불법 펨토셀(소형 기지국)을 악용한 무단 소액결제 사고 수습에도 총력을 기울인다. 가입자 368명의 정보가 유출되고 2억4000만원 상당의 금전 피해가 발생한 사고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발생했다. 박 대표는 선임 직후 임직원 대상 서한을 통해 "빈틈없는 정보보안은 KT의 존재 이유"라며 "어떠한 타협도 없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B2B 영역에서는 'B2B AX' 전략을 내세운다. 'AX사업부문'을 신설한 KT는 컨설팅부터 운영까지 책임지는 사업 모델로 기업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KT는 지난달 MWC26에서 기업형 AI 운영체제 '에이전틱 패브릭'과 피지컬 AI 로봇 플랫폼 'K RaaS(KT Robot as a Service)'를 선보이며 B2B 시장 공략 방침을 공고히 한 바 있다.
B2C 영역에서는 기존 커스터머부문에 미디어부문을 통합했다. 유무선 통신과 미디어를 연계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신임 박 대표가 반복되는 거버넌스 잔혹사도 끊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겸직 논란으로 퇴임한 조승아 전 사외이사 논란이나 청탁 의혹이 불거진 이승훈 사외이사 등 거버넌스 리스크에 대한 주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미영 KT 새노조 위원장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KT는 이사회 전횡으로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며 "이사회가 이권 카르텔의 본거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KT는 이번 주총에서 박현진 KT밀리의서재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미래기술 분야에 김영한 숭실대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경영 분야에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 회계 분야에 서진석 OCI홀딩스·부광약품 비상근 고문을 선임했다. 단 임기가 끝난 사외이사 중 유일하게 연임됐던 윤종수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하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부문 사외이사 자리는 현재 공석으로 남았다.
박 대표는 모든 변화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회사 핵심 가치를 'KT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정의하고, 모든 의사 결정과 행동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게 박 대표 전언이다.
그는 "통신 본연의 경쟁력인 '단단한 본질'을 다지는 것이 고객 신뢰 회복과 혁신의 출발점"이라며 "초개인화와 산업특화 AX 역량을 극대화하는 '확실한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대한민국 1등 AX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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