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외국인 숙박수 29% 급증
골프장·온천 등 선택 기준 부상
숙박을 결정하는 기준이 ‘어디서 잘 것인가’에서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골프와 온천, 워터파크 같은 레저시설부터 K-팝 공연과 프로야구까지 숙소 밖에서 즐길 수 있는 경험이 새로운 ‘1박의 이유’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숙박 증가와 맞물리며 지역 관광에서도 체류와 소비를 늘릴 핵심 요소로 주목된다.
한국관광공사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의 이동통신·신용카드·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2026 숙박 트렌드 분석’을 31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최근 3년간 국내 총숙박 박수는 5.1% 증가했다. 내국인 숙박은 1.9% 늘어난 반면 외국인은 29.0% 증가해 증가율이 내국인의 15배에 달했다.
최근 1년(2025년 6월~2026년 5월) 전체 숙박 박수 가운데 내국인 비중은 85.4%로 여전히 절대적이지만 성장세는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다. 지역별 외국인 숙박 비중은 인천 27.3%, 서울 26.3%, 제주 25.9%, 부산 20.7%로 전국 평균인 14.6%를 웃돌았다.
숙박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숙박 예약 비중은 강원 평창군이 116.9%, 경북 안동시 106.4%, 부산 기장군은 78.5% 증가했다. 안동은 철도 등 교통 여건 개선과 고택 민박·야경 투어 등 체류형 관광 콘텐츠 확대가 영향을 미쳤다. 평창과 기장은 호텔·리조트와 대형 레저시설을 함께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점이 숙박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의 숙박도 수도권 밖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외국인 숙박에서 비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근 3년간 39.5%에서 43.0%로 높아졌다. 부산·제주·경북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숙박 선택의 기준도 달라졌다. 숙소 자체의 시설보다 주변에서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3년간 골프장 테마 숙소의 예약 비중은 199.3% 증가했다. 온천은 98.9%, 워터파크는 56.5% 늘었다. 반면 스파나 풀빌라처럼 숙소 내부 시설을 강조한 유형은 감소했다. 공항 셔틀이나 개인 사물함 등을 갖춘 숙소 예약도 크게 늘면서 이동 편의성 역시 숙박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부상했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최근 열린 관광 데이터 세미나에서 “스파나 풀빌라처럼 숙소 안에서 즐기는 여행보다 골프장, 온천, 워터파크 등 주변 경험과 연결된 예약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K-팝 공연과 프로야구도 지역에 하루 더 머물게 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공연이 열리는 주의 숙박 예약은 비공연 주보다 16.4% 많았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팝 공연에서는 외국인 숙박 예약 증가율이 내국인의 6.1배에 달했다.
프로야구도 반복되는 경기 일정을 기반으로 숙박 수요를 만들었다. 박 사장은 “프로야구의 경우 숙박 예약 증가 폭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의 4.2배에 달하는 데이터를 확인했다”며 “이런 체험·경험 상품과 연결돼 지역 관광이 활성화될 때 더 의미 있는 관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이나 스포츠 콘텐츠의 숙박 유발 효과가 지역에서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숙소 밖의 다양한 경험을 지역 체류와 소비로 연결해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지역별 숙박 전략에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경기는 연중 숙박 수요가 비교적 고르게 나타났지만 강원·전남·전북·경북 등은 계절에 따른 수요 편차가 전국 평균보다 컸다. 이에 따라 외국인 수요가 크고 연중 방문이 이어지는 지역은 기존 시설의 숙박시설 전환 등을 검토하고, 계절 편차가 큰 지역은 비수기와 주중 방문을 유도할 콘텐츠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영미 한국관광공사 관광AI혁신본부장은 “이번 분석은 숙박 경쟁력이 객실 수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여행객이 하루 더 머물고 싶게 만드는 지역의 경험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공연·스포츠·레저시설을 숙박·교통·지역 상권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동 편의까지 세심하게 보완해 지역마다 차별화된 ‘1박의 이유’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그 방문을 체류로 바꾸는 일”이라며 “방한객의 지역 체류와 소비를 늘리고 지속적인 관광 수요를 만드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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