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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파나뉴스 = 최인환 기자] 한미약품 최인영 R&D센터장이 K-바이오의 다음 경쟁력으로 '통합 실행 역량'을 제시했다. 좋은 타깃이나 기전 하나를 먼저 찾는 데서 끝나는 시대가 아니라, 연구개발부터 임상, 생산, 특허, 상업화까지 전 주기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설계·실행하느냐가 신약개발 성패를 가르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다.
최인영 센터장은 1일 열린 메디파나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신약개발 전략, 그리고 K바이오가 나아가야 할 길'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이제는 신약개발 경쟁이 단순한 아이디어 경쟁이 아니라 연구개발부터 임상, 생산, IP, 상업화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먼저 K-바이오의 현실을 강점과 한계가 공존하는 구조로 짚었다. 최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 산업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고, 바이오의약품 수출도 2021년 34억달러에서 2025년 65억달러로 확대됐다. 한국은 2024~2025년 FDA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 허가를 받은 국가군 가운데 하나다. 다만 그는 국내 의약품 허가·신고 구성에서 제네릭 등 비신약 비중이 높고, 한국의 신약 파이프라인 수와 블록버스터 신약 보유 성과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 대비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최 센터장은 특히 기술수출 구조와 관련한 문제의식도 제시했다. 그는 "조기 기술수출이 필요한 전략일 수는 있지만, 유망 후보물질이 이른 단계에서 낮은 가치로 이전되면 장기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규모 계약 발표와 실제 계약금 지급, 마일스톤 달성, 계약 유지 여부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시장에는 전체 계약 규모가 더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 센터장은 'Exit보다 Value-up'이라는 표현을 통해 질환·환자 중심의 지속가능한 혁신, 직접 개발을 통한 독자적 노하우 내재화, 전주기 개발 경험 축적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시장 변화의 대표 사례로 비만대사 치료제를 들었다. 그에 따르면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0년 10억달러 수준에서 2024년 150억달러로 커졌고, 2030년에는 839억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2021년 위고비 출시 이후 비만이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제는 단순 진입이 아니라 어떤 차별적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가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체중감량 효과뿐 아니라 체중감량의 질, 근손실 억제, 투여 편의성, 적응증 확장, 가격 접근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마글루타이드의 체중감량 효과와 함께 전체 감량의 40%가 근손실에 기인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항암제 개발 환경 변화도 함께 다뤘다. 최 센터장은 고령화에 따른 암 발생 증가, 높은 미충족 수요, 내성 문제에 더해 AI·빅데이터, 액체생검, 병용치료, 신규 모달리티, 규제 변화가 동시에 맞물리며 항암제 개발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어떤 메커니즘의 약을 만들 것인가"가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최 센터장은 '질환·환자 중심 통합 접근'을 제시했다. 질병 생물학만 볼 것이 아니라 환자 여정, 표준치료와 치료라인별 공백, 경쟁약물 파이프라인, 임상 성공·실패 사례, 특허 만료와 제네릭 진입 시점까지 함께 살펴야 차별화된 적응증 선정과 병용 전략, IP 확보 전략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질환 기전과 환자 여정, 경쟁 환경을 함께 보는 전략으로 설명했다.
타깃과 모달리티 결합 역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좋은 타깃이 있어도 적절한 모달리티가 없으면 차별화가 어렵고, 반대로 모달리티만 갖고 있어도 질환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면 실행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ADC, RLT, CGT, TPD, sdAb, mRNA 등 다양한 모달리티 역량 확대 방향도 함께 설명했다.
AI와 바이오인포매틱스도 핵심 연구 인프라로 제시했다. 최 센터장은 AI 활용의 핵심이 특정 모델 하나가 아니라 표준화된 데이터 축적, 반복 개선되는 플랫폼, 질환팀·바이오인포·AI·약리·화학·임상이 함께 움직이는 공동 의사결정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핵심 기술은 내재화하되 전략적 오픈이노베이션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 전무가 1일 열린 '메디파나뉴스 창간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연사로 나와 '신약개발 전략, 그리고 K바이오가 나아가야 할 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메디파나뉴스
이 같은 방향은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도 이어졌다. 이관순 명인제약 대표가 한미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 변화 여부를 묻자, 최 센터장은 "큰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 한미약품이 합성신약, 바이오신약 등 모달리티 중심 조직 운영에 가까웠다면, 최근에는 질환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편했다고 설명했다. 비만대사 같은 특정 질환 축 안에 서로 다른 연구자들이 함께 들어오면서 질환 전문성이 쌓이고, 내부에 없는 기술이 필요할 경우 외부 도입이나 공동연구를 자연스럽게 검토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매월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릴 정도로 외부 기술 도입에 대한 내부 태도도 달라졌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사례로는 신개념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도출과 내부 AI 플랫폼 'HARP(Hanmi AI Research Platform)' 활용이 소개됐다. 최 센터장은 메디컬 어드밴티지와 TPP(Target Product Profile)를 명확히 정의했을 때 후보물질 도출 속도를 높일 수 있었고, HARP를 통한 구조 예측과 결합 최적화가 개발 속도뿐 아니라 IP 선점과 시장 진입 시점에도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5년 걸리던 신약 과제 대비 1.5년 수준으로 후보물질 도출 기간을 단축한 사례를 소개하며 "빠른 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IP 전략의 중요성도 함께 짚었다. 최 센터장은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 한미약품이 특허 연결성과 파급력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좋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내는 것뿐 아니라 이를 정교한 특허 포트폴리오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반환 경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적응증 조정이나 개발 방향 재설계를 통해 다시 성과로 연결한 사례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발표 후반에는 '신뢰'의 중요성도 짚었다. 최 센터장은 미성숙한 데이터를 성급히 공개하거나 과도한 기대를 조성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기업 신뢰도와 연구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개발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신뢰 상실"이라고 표현했고,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개발 과정과 높은 실패 확률 속에서 실패 데이터 역시 다음 성공을 위한 학습 자산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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