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삼성SDI는 스마트폰과 전동공구에 들어가는 소형 배터리 시장의 절대 강자였다. 삼성전자라는 안정적인 그룹사 판로를 등에 업고 알짜 수익을 내던 삼성SDI. ‘전기차’라는 시대적 흐름에 대형 2차전지 쪽으로 영토를 확장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삼성SDI 기흥 본사. /삼성SDI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의 '캐즘'(Chasm)이라는 유령이 시장을 덮치자, 화려했던 확장은 거대한 부메랑으로 되돌아 왔다. SK온이나 LG에너지솔루션보다 훨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가졌던 과거를 가장 뼈저리게 그리워하지 않을까 싶다.
그 후회의 깊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5가지 객관적 숫자를 재무제표에서 꺼내 보자.
▲2025년 삼성SDI 연결 손익계산서. /DART
최근 3년간 삼성SDI 매출액은 21조4000억원→ 16조5000원 → 13조2000억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감소폭도 크다. 2022년 1조8000원을 찍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7000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4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매출액의 93%를 차지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적자 탓이다. 과거 전자재료와 소형 배터리의 균형 잡힌 구조는 사라졌고,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에너지솔루션에 삼성SDI의 운명이 매여있다. 전자재료 부문 영업이익이 1295억원이지만 이것으로는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올인(All-in)에 가까운 집중 투자가 1조7224억원의 영업적자라는 성적표를 만들었다.
▲2025년 삼성SDI 현금흐름표. /DART
삼성SDI 현금흐름표를 보면 경영진의 속 타는 심정이 그대로 읽힌다. 지난 3년간 공장을 짓고 설비를 사들이는 데 쓴 돈(CAPEX)은 무려 13조4463억원에 달한다. 그에 반해 3년 누적 영업현금흐름이 2조7000억원이다. 단순히 비교해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보다 투자로 나간 돈이 약 5배나 많다. '쏟아부으면 나올 줄 알았던' 현금이 캐즘에 막혀 고이면서, 투자의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무너졌다.
손익계산서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면 금융비용이 1조원이다. 그 중에 은행이지만 3133억원. 투자를 멈출 수 없었던 삼성SDI의 장·단기차입금은 약 10조원에 육박한다. 2025년 단행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주주들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삼성SDI의 절박한 재무적 '막다른 골목'을 상징한다.
재무제표에는 '유휴설비 손상차손'이라는 잔인한 항목이 있다. 이미 배터리 사업에 투하된 자산만 수십조원이다. 매년 감가상각비만 1조9000억원이 든다. 손상차손은 공장을 돌리지 못해 가치가 깎여 나가는 기계들 비용을 상징한다. 게다가 그나마 적자 폭을 줄여준 것은 미국 IRA 세액공제(AMPC) 2751억원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보조금은 '실력'보다는 '정책'에 기댄 수익이다.
▲2025년 삼성SDI 영업부문 정보. /DART
이를 제외하면 실질 영업손실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정책 변화 하나에 기업의 생존이 휘청거릴 수 있다는 불확실성은, 과거 안정적인 내수와 그룹사 물량에 의존하던 시절의 평온함을 더욱 그리워하게 만든다.
결론적으로 가장 냉정한 숫자는 투하자본이익률(ROIC) -4.5%다. 삼성SDI의 에너지솔루션 부문을 추정하면 41조원의 자산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지만, 돌아온 것은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삼성SDI가 걷고 있는 이 길은 단순한 불황이 아니라, 거대한 산업 전환기에 치르는 '비싼 수업료'로 볼 수 있다.
당장 받아 보는 성적표 -1.7조 원의 숫자야 말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 전환이 얼마나 험난한 경로를 걷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준다.
이승환 재무제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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