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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로봇 뉴노멀] 적자 너머 가능성 베팅…손실 감수한 셈법은?

지난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17.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4%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2023년 446억원의 대규모 손실은...

[K-로봇 뉴노멀] 적자 너머 가능성 베팅…손실 감수한 셈법은?

(AI로 제작한 이미지.)

국내 로봇 산업은 적자라는 현실과 도약이라는 기대 사이에서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을 탐색하는 중이다. 기존 기업들의 실적 부진을 초기 시장의 성장통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시장은 피지컬 AI로 대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가능성을 향해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진정한 수익 시대는 오지 않았지만 그 문턱에 서 있는 셈이다.

현재 시장은 '로봇'이라는 키워드만으로도 멀티플이 산발적으로 부여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이 아직 초입 단계인 만큼 향후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할 기업을 선별적으로 가려내는 냉철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적자가 기본값 된 K-로봇…흑자는 7곳뿐

국내 로봇 상장사는 협동로봇을 주력으로 하는 두산로보틱스와 다양한 로봇 라인업을 갖춘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물류·서비스·의료·부품 등 약 35개사에 이른다. 로봇 산업의 기대와 현실의 간극은 이들 기업의 실적에서 확인된다.

국내 로봇 상장사 중 유일한 코스피 상장사인 두산로보틱스의 영업손실은 2023년 192억원, 2024년 412억원, 2025년 595억원으로 3년 연속 확대됐고 3년 누적 영업손실은 1200억원에 육박한다. 매출마저 2023년 530억원을 정점으로 2025년 330억원으로 역성장하며 적자는 커지는데 외형까지 줄어드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5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117.6%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역시 4% 늘어나며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2023년 446억원의 대규모 손실은 파생상품 회계처리에 따른 일회성 비용으로 이후 영업손실은 2024년 30억원, 2025년 25억원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상장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적자의 그늘은 더욱 깊다. 2025년 연간 전체 매출은 2조2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257억원으로 전년(816억원) 대비 177% 확대됐다. 흑자를 낸 기업은 7개사로 전년(11개사)보다 오히려 줄었다. 협동로봇이나 서비스 로봇 영역에서 안정적 흑자를 낸 곳은 찾기 어렵다는 점은 산업 초기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다.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협동로봇 기업들이 다양한 쓰임새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작업 상당수는 기존 자동화 설비로도 구현 가능한 영역"이라며 "로봇이어야만 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수익 모델 정립을 더디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휴머노이드 가는 길, 승부처는 부품 경쟁력

주목할 점은 흑자 7개사의 공통점이다. 에스피지와 고영테크놀로지 등은 대부분 완제품이 아닌 부품과 솔루션 전문사다. 로봇 시장의 성장 여부와 무관하게 기존 사업 기반 위에서 수익을 내며 로봇 시장의 개화를 기다리는 구조로 투자금에 의존하는 신생 로봇 기업들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업체와 가격 경쟁을 하는 사이 부품사들은 공급망 재편이라는 기회를 잡고 있다. 미국 빅테크들이 휴머노이드 양산을 앞두고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정밀 제어 기술과 양산 능력을 갖춘 국내 부품사들에게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되고 있다.

휴머노이드의 핵심은 결국 인간의 근육 역할을 하는 액추에이터다. 국내 3종 정밀 감속기를 모두 양산하는 에스피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위별 액추에이터 양산 체제에 돌입했다. 로봇 전용 액추에이터 원천기술을 보유한 로보티즈는 테슬라 옵티머스 초기 모델 등에 부품이 활용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부품에서 모듈,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 수직 계열화는 초기 시장의 높은 원가 구조를 극복하고 수익성을 확보할 대안으로 꼽힌다.

로봇 부품사 관계자는 "부품사 입장에서는 완성품 시장이 커질수록 수요가 구조적으로 따라오는 구조라 오히려 지금이 기반을 다질 적기"라며 "전기차 시장처럼 2~3년이 지나면 말로만 앞세우는 기업과 실질적 역량을 갖춘 기업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지는 로봇 IPO…진짜 관문은 수익화 증명

수익화 가능성을 향한 시장의 베팅이 이어지면서 국내 로봇 업계의 IPO 대기열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선발 상장사들이 아직 실적으로 가능성을 증명하지 못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수익화 해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웨어러블 재활로봇 기업 코스모로보틱스가 이달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고,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주관사단을 꾸려 코스피 상장을 추진 중이다. 반면 서울로보틱스는 매출 외형 부족을 이유로 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하며 상장 문턱의 높이를 실감케 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HD현대로보틱스의 몸값은 최대 8조원에 달한다. 불과 수개월 전 프리IPO 당시 평가액인 1조8000억원의 4배를 상회하는 수치다. 단기간에 기업 가치가 급등한 배경에는 대기업 캡티브 마켓과 AI 기술 결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밸류에이션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지주사 HD현대의 물적분할 자회사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른 심사 통과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빅웨이브로보틱스는 제조 중심 모델과 차별화된 서비스형 로봇(RaaS) 플랫폼을 제시한다. 로봇 서비스 구독 방식을 통해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하드웨어 판매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시도로 평가받으며 초기 산업의 적자 구조를 탈피할 해법으로 꼽힌다.

오정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 산업은 아직 초입 단계로 휴머노이드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밸류체인 부품의 경쟁력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며 "공급망 안정화 이슈와 맞물려 실질적인 제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향후 로봇 산업 투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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