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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K-기계설비'의 황금기, 사람 없으면 '신기루'일 뿐

K-성장산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조선,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산업에 요구되는 '열' 관리 기반의 환경 구축과 에너지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고효율 기계설비...

'K-기계설비'의 황금기, 사람 없으면 '신기루'일 뿐

최근 기계설비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기계설비법 시행 이후 유지관리자 선임이 의무화됐고,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계설비의 역할은 국가적 과제로 격상됐다.

시장 규모는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십조원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K-성장산업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조선, 그리고 AI 데이터센터 산업에 요구되는 ‘열’ 관리 기반의 환경 구축과 에너지비용 절감, 생산성 향상 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고효율 기계설비’ 적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기계설비 산업의 외형만 보면 그야말로 ‘황금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기업인들과 관계자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하나같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 고질병, 바로 ‘인력난’ 때문이다.

실제로 약 30개 대학에 ‘건축설비과’가 개설됐던 1990년도와 달리, 2020년대에는 ‘건축설비’ 또는 ‘기계설비’로 명칭을 이어가고 있는 학과는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설비업계 관계자는 “젊은 인력 유입이 어려워 업계의 90% 이상은 15년 이상 경력의 고령층으로 구성돼있다. 상황이 지속된다면 20년 내 업계의 대부분은 인력 부족으로 필히 문을 닫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일감은 넘쳐나는 데 반해 정작 현장을 누빌 기술자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숙련공들은 고령화로 현장을 떠나고, 그 자리를 채워야 할 청년들은 기계설비라는 단어조차 생소해하며 발길을 돌린다.

산업의 몸집은 공룡처럼 커졌는데, 이를 지탱할 근육(인력)은 갈수록 위축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기계설비는 단순 노무가 아니다. 초고층 빌딩의 공조 시스템, 데이터센터의 냉각 설비, 반도체 팹의 클린룸 등 고도의 정밀함과 공학적 지식이 요구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이런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면 기존의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정부 주도의 체계적인 육성 로드맵’이 필요하다.

먼저, 특성화고와 대학의 기계설비 관련 학과에 대한 파격적인 예산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학생들이 최신 스마트 설비와 BIM(빌딩정보모델링)을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자격증 취득과 취업이 물 흐르듯 연결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

또 중소 설비업체들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책도 강화해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싶어도 당장의 인건비와 교육비가 무서워 망설이는 업체들에게 실질적인 ‘당근’을 제공해야 한다.

기계설비 산업은 이제 국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기간산업이다. ‘사람이 없어서 설비가 멈추는’ 비극이 현실화되기 전에 정부는 기계설비 인력 양성을 단순한 고용 대책이 아닌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장의 아우성을 ‘업계의 숙원 사업’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계설비의 미래 동력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다. 정부의 과감한 결단과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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