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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IT큐레이션] 울트라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딜레마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최다 사전 판매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핀매가 완료된 135만대 중 95만대가 '갤럭시 S26 울트라'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0명 중 7명이 울트라를 골랐다는 뜻. 무엇이 소비자들을 울트라 한...

[IT큐레이션] 울트라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 딜레마

갤럭시 S26 시리즈의 국내 사전 판매량이 일주일 만에 135만대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전작 갤럭시 S25 시리즈가 11일간 130만대를 달성한 것을 고려하면 파괴적인 존재감이다.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최다 사전 판매 기록이라는 설명이다.

핀매가 완료된 135만대 중 95만대가 '갤럭시 S26 울트라'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0명 중 7명이 울트라를 골랐다는 뜻. 무엇이 소비자들을 울트라 한 방향으로 몰았을까. 업계는 답을 이미 알고 있다. 삼성의 딜레마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갤럭시S26 울트라. 사진=연합뉴스

칩 하나가 판을 갈랐다

갤럭시 S26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슈는 모델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이원화다. 실제로 갤럭시 S26 울트라에는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가 탑재된 반면 S26과 S26 플러스에는 삼성전자 자체 칩인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됐다. 전작 S25가 전 모델에 퀄컴 칩을 탑재해 성공을 거뒀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가 어느정도의 수준에 도달했음을 잘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다만 현장의 반응은 미묘하다. 출시 전 미국 IT 매체 폰아레나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2%가 스냅드래곤 탑재 모델을 선호한다고 답한 반면 엑시노스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9.8%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전 판매 70%가 울트라에 몰리며 스냅드래곤에 주목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최고 사양 선호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칩셋이 달라지자 소비자 선택이 뚜렷하게 갈렸다는 점에서 이번 쏠림의 핵심 변수는 퀄컴 스냅드래곤에 대한 소비자 신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사서 오래 사용하는 방향으로 구매 패턴이 바뀌었다"며 "그 기준이 되는 척도 중 하나가 AP 성능과 발열 관리, 장기 사용 시 성능 저하 여부"라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약 11억3500만대로 전년 대비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프리미엄폰 시장은 견조한 수요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파이는 줄어들어도 프리미엄 소비자는 버티고 그들의 선택은 더 까다로워졌다. 그 끝에서 이제는 칩셋 브랜드까지 확인하고 구매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 사진=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 무엇이 다른가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는 퀄컴이 삼성전자만을 위해 별도 최적화한 독점 제품이다. 퀄컴이 특정 제조사를 위해 전용 버전을 운영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퀄컴은 2023년부터 '스냅드래곤8 엘리트 2세대'부터 '갤럭시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왔다. 시스템온칩(SoC)의 CPU, GPU, NPU, 센싱, 카메라, 연결성 등을 삼성전자 '원 UI(사용자환경)'에 맞춰 통합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함께 설계하는 구조다.

이번 세대의 핵심은 지속 성능이다. 단기 최고 속도가 아니라 장시간 부하 환경에서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한 것이 전작과 다른 점이다.

아키텍처부터 눈길을 끈다. '3세대 퀄컴 오라이온 CPU'를 탑재했으며 프라임 코어 2개와 퍼포먼스 코어 6개로 구성된 2+6 옥타코어 구조를 채택했다. 최대 클록은 각각 4.74GHz와 3.62GHz로, 전작 대비 연산 성능이 약 19% 향상됐다. 3나노미터(nm) 공정으로 생산해 고사양 게임과 고해상도 영상 촬영 환경에서도 발열과 소비전력을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새로운 냉각 솔루션 '베이퍼 챔버'와 결합하면서 발열 제어 능력이 한층 강화됐다.

그래픽 성능도 세대를 뛰어넘는다. 새로 설계된 아드레노 840 GPU는 연산 유닛을 병렬로 활용하는 구조로 전작 대비 그래픽 성능과 전력 효율을 각각 24% 향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GPU 전용 18MB 초고속 캐시 메모리 '아드레노 HPM(High Performance Memory)'을 새로 탑재해 메모리 대역폭 처리 속도를 최대 38% 끌어올렸다. 끊김 없는 고사양 게임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AI도 압도적이다.

퀄컴과 삼성전자는 2024년 갤럭시 S24 시리즈를 통해 'AI 폰' 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이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3세대'의 NPU 성능이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며 업계의 큰 화제를 끌어낸 바 있다.

S26 울트라는 그 위에서 두 계단을 더 올라갔다. 실제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에 탑재된 헥사곤 NPU(신경망처리장치)는 전작 대비 성능이 39% 향상됐다.

핵심 변화는 '에이전틱(Agentic) AI'의 구현이다. 사용자가 명령을 내려야만 동작하던 기존 AI와 달리 시키지 않아도 AI가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필요한 정보를 먼저 제안하는 자율형 AI가 기기 안에서 돌아가게 됐다. 일정, 현재 위치, 메시지 내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상황에 맞는 행동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면서도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원천 차단했다. 온디바이스 AI의 정점으로 평가받는 이유다.

퀄컴은 심지어 AI 연산에서도 분업 체계를 완성했다. 대형 언어모델과 같은 무거운 연산은 NPU가, 그래픽 기반 AI 처리는 GPU가, 경량 추론은 CPU와 QMX 엔진이 맡는 이기종 컴퓨팅 구조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성능과 배터리 효율을 동시에 잡는 설계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 구조를 기반으로 파일 개요, 나이트그래피, 비디오 어시스트, 포토 어시스트, 나우 브리프 등 새로운 갤럭시 AI 기능들을 탑재했다. 카메라 역시 사진 위주에서 영상 중심으로 무게를 옮겼다.

S26 울트라는 전문가용 영상 코덱인 APV(Advanced Professional Video)를 내장해 시네마급 영상 처리를 지원하며, RAW 파일에 가까운 수준의 후보정이 가능하다. AI 기반 저조도 노이즈 감소 기능은 촬영 단계에서 화질 자체를 높인다.

김상표 퀄컴코리아 사장은 지난 20일 '스냅드래곤 엘리트 데이 기자 간담회'에서 "역대 가장 빠른 3세대 오라이언 CPU가 탑재돼 있고 온디바이스 처리 능력을 구현하고 있다"며 "헥사곤 NPU는 이전 세대 대비 40%에 가까운 성능 향상과 15% 개선된 전력 효율을 통해 사진·영상 분야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리스 패트릭 퀄컴 모바일 핸드셋 부문 본부장은 "갤럭시 S26 울트라에 들어간 갤럭시용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통해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리더, 퀄컴은 안드로이드 반도체 리더로 전체 모바일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지난 30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퀄컴과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부터 구체화까지 유기적인 한 팀 같은 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소비자들이 신경 쓰지 않던 스마트폰 내부 부품 이름이 이제는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칸타가 선정한 글로벌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순위에서 스냅드래곤은 650억 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아 38위에 올랐다. 100년 역사의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치다.

퀄컴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1 레이싱팀 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 등 글로벌 스포츠 팬덤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스냅드래곤 브랜드를 최고 퍼포먼스의 상징으로 각인시켰다. 그 결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용자 대상 조사에서 스냅드래곤 인지 소비자의 95%가 추가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평균적으로 16%의 가격 프리미엄을 감수하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칩셋이 스마트폰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는 증거다. 글로벌 IT 매체가 진행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0% 이상이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선택했다.

퀄컴의 야심은 스마트폰에 머물지 않는다. 전 세계 35억 대에 달하는 스냅드래곤 기기 생태계를 기반으로 PC, XR(확장현실), 자동차, 웨어러블까지 영토를 확장하는 중이다. 퀄컴은 삼성전자와의 PC 시장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 이어 이달 서울 송파 롯데하이마트 잠실점에 '스냅드래곤X 시리즈 PC존'을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에이수스, HP, 레노버, 에이서 등 스냅드래곤X 장착 PC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김상표 퀄컴코리아 대표는 "스냅드래곤X 시리즈는 차세대 AI PC의 표준을 제시하는 플랫폼"이라며 "더 많은 소비자가 온디바이스 AI가 선사하는 혁신을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6G 전략도 본격화됐다. 김상표 사장은 "MWC 2026에서 6G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며 "6G는 단순한 통신 진화를 넘어 AI 네이티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퀄컴은 60여 개 파트너사와 6G 연합회를 출범해 2028년 사전 상용 시연, 2029년 본격 상용화를 목표로 표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기기와 기지국, 클라우드 서버가 하나의 표준화된 언어로 소통하는 AI 네이티브 인프라를 설계하겠다는 구상이다.

갤럭시S26 울트라. 사진=연합뉴스

흥행의 이면 "9시간 26분 vs 6시간 48분"

갤럭시S26이 울트라를 중심으로 스냅드래곤과 함께 비상하는 가운데 엑시노스 2600과의 미묘한 불협화음도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엑시노스 2600도 훌륭한 모바일 AP지만, 투톱 라인업 전략의 특성상 소비자 층위에서는 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IT 전문 유튜브 채널 '안드로이드 어딕츠(Android Addicts)'가 공개한 비교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5G 네트워크 환경에서 통화, 영상 촬영, 영상 인코딩, 지도 사용, 영상 통화, 동영상 시청, 게임 벤치마크, 소셜미디어 사용 등 실제 사용 시나리오를 연속으로 진행한 결과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 탑재 모델은 9시간 26분 동안 작동한 반면 엑시노스 2600 탑재 모델은 6시간 48분 만에 배터리가 소진됐다.

차이는 2시간 38분, 비율로는 28%다.

같은 가격을 내고 구입한 스마트폰의 배터리 수명이 거주 지역에 따라 벌어진다는 사실은 '무늬만 같은 폰' 논란으로 이어졌다. 안드로이드 폴리스가 "영국 소비자로서 같은 값을 내고도 성능이 떨어지는 엑시노스 모델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소외감을 느낀다"고 직격한 이유다. 심지어 엑시노스 모델은 영상 인코딩 작업 중 기기 온도가 급격히 상승해 작업을 완료하지 못한 사례도 확인됐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은 격차의 원인을 공정 수율과 설계 역량의 복합적 차이로 분석한다.

엑시노스 2600은 세계 최초로 2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모바일 칩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갖지만, 새로운 공정 구조가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하도록 최적화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코어 CPU 구조와 고성능 중심 설계가 발열 관리와 전력 소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물론 엑시노스 2600이 일방적으로 열세인 것만은 아니다. 자체 칩셋 비중을 유지함으로써 퀄컴과의 가격 협상력을 높여 기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억제하는 완충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있다.

또 삼성전자 독자 이미지 신호 처리장치(ISP)와 결합했을 때 특정 앱 환경이나 사진 촬영에서 더 자연스러운 결과물을 내기도 한다. 일부 벤치마크에서는 일반적인 사무용 작업이나 가벼운 멀티미디어 감상 시 전력 소모 차이가 체감할 만큼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S26 시리즈 전체 공급 비율은 스냅드래곤이 약 70%, 엑시노스가 약 30%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갤럭시S26 울트라. 사진=연합뉴스

삼성의 딜레마

삼성전자는 장기적으로 모든 갤럭시 스마트폰에 자체 엑시노스를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하고 있다. 최근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수율이 60% 선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엑시노스의 경쟁력을 회복하면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퀄컴 칩 매입 비용을 절감하고 자사 파운드리 공정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전망이다.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칩 중심으로 수직 통합하겠다는 장기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배터리 수명 28% 격차가 벌어지는 등 숫자가 말하는 현재의 기술 격차는 무시못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뽑기 운'이라는 말이 갤럭시 구매 현장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것은 불안한 상황이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내가 사는 제품에 어떤 칩이 들어가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불확실한 경험'이 이어지는 한 갤럭시의 프리미엄 브랜드 신뢰는 균열을 피하기 어렵다.

물론 엑시노스 2600이 세계 최초 2나노 공정을 채택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지금의 리스크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나아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공정의 수율과 설계 최적화를 완성한다면, 엑시노스는 장기적으로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완성이 언제가 될지, 그 사이 소비자 신뢰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퀄컴과 협력하면서 파운드리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는 삼성전자의 딜레마가 더욱 커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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