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2006년 국내 IT산업의 최대 화두는 윈백이었다. IT 수요가 정체 현상을 보이자 업체들은 신규 시장 개척보다는 경쟁사의 텃밭을 빼앗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였다. 여기에 유닉스에서 윈도우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플랫폼이 교체되면서 업체간 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되고 있었다. 서버와 소프트 시장의 변화 모습과 업체간 경쟁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컴퓨터월드 2006년 4월호 표지
당시 서버 시장의 윈백 싸움에서는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리눅스로. 유닉스에서 윈도우 또는 리눅스로 플랫폼을 교체하는 사례가 자주 포착됐다. 플랫폼 교체는 마이그레이션 비용이나 과정에 대한 리스크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개방형 환경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관련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특히 당시에는 유닉스에서 윈도우로의 마이그레이션이 점차 가속화되던 시기였다. 2005년 8월 IDC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하드웨어 시스템 구성에서 유닉스의 비중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윈도우 플랫폼은 성장세를 보였다. 유닉스 기반 시스템에서 마이그레이션을 한 플랫폼을 살펴보면 윈도우가 전체의 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서 리눅스 37%, 기타 2% 등으로 나타났다.
가트너의 2005년 DBMS 시장 점유율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IBM 메인프레임을 제외한 전체 DBMS 플랫폼 비중에서 윈도우 기반 DBMS가 전체 시장의 점유율 51%를 차지했다.
대표적인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SAP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신규 프로젝트에서 윈도우 플랫폼을 채택하는 비중이 2005년에 무려 65%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2005년 가트너가 발표한 ‘한국 하드웨어 시장 전망’을 살펴보면 윈도우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유닉스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MS가 유닉스 기반의 오라클 DBMS를 윈도우 환경의 SQL 서버로 윈백한 사례가 2005 회계연도에 10곳, 2006 회계연도에 10곳 등 총 20곳으로 나타나 이러한 현상을 뒷받침했다.
유닉스 시장 노리는 윈도우 플랫폼
‘ES7000’ 이미지 (출처: 컴퓨터월드 2006년 4월호)
유니시스는 윈도우 플랫폼을 앞세워 유닉스 시장을 공략하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였다. 한국유니시스는 대용량 윈도우 서버인 ‘ES7000’으로 몇 년간 유닉스가 장악했던 기간계 시스템 시장에서 조홍은행, 부산대, 부경대, 에너지 관리공단 등을 윈백하며 성과를 올렸다.
당시 한국유니시스는 가격대 성능비, 사용의 용이성, 총소유비용(TCO) 및 투자대비효과(ROI) 면에서 윈도우 서버인 ES7000가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유니시스 측은 “기존 유닉스 시스템을 ES7000 서버를 통해 윈도우로 표준화하면 전체 비용을 5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S7000 서버기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솔루션은 2006년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썬 기반 BI 솔루션에 비해 320만 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통합 ES7000 서버의 경우 자원 활용률 75%만으로 1,000개의 데이터베이스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ES7000 서버 기반 애플리케이션 마이그레이션 솔루션을 사용하면 비슷한 수준의 유닉스 기반 시스템과 비교해 SAP ERP 솔루션 ‘R/3’의 실행 비용이 2-3배 가까이 줄어든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MS, 인텔 등과 공동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원하는 고객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한편 당시 인텔, 델, 오라클, 레드햇도 유닉스 서버에서 인텔/리눅스 서버로 전환하고자 하는 고객사를 선정해 무상으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에 영향받은 업체는 썬이었다. HP, IBM처럼 윈도우, 유닉스 등 다양한 플랫폼을 공급하는 업체와는 달리 유닉스 서버만 고집하고 있던 썬은 이러한 윈백 전략에 대응할만한 솔루션이 풍부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국썬은 윈도우 진영의 윈백 공세에 고객의 투자보호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당시 기준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고객이 투자한 썬의 플랫폼에서 운영되어온 고객의 애플리케이션이 썬의 신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에서 수정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이와 함께 AMD 옵테론 프로세서 기반의 x86 서버 사업에 적극 나섰다. 기존 유닉스 서버 외 솔루션의 다양화로 시장의 저변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기업 IT 환경의 변화 (출처: IDC, 2005. 09)
유닉스 진영 메인프레임 시장 공략 ‘점화’
HP, 썬 등 유닉스 진영의 메인프레임 시장 공략도 윈백 싸움의 주요 볼거리였다. 한국HP는 ‘MFA(Mainframe Alternative)’라는 프로그램을 내세워 메인프레임 시장 윈백에 앞장섰다. 당시 KT&G, 매그나칩반도체, SK텔레콤, 신한은행, 국세청 등을 윈백했다.
또 한국HP는 메인프레임 시장의 공략 전략으로 샌프란시스코 본사와 인도에 있는 STSD(System Technolory & Software division) 조직을 통해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POC(Proof Of Concept), 마이그레이션 및 트랜지션 워크샵 등을 제시했다.
한국썬 또한 철도청 메인프레임 리호스팅,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마이그레이션 등의 성과를 올렸다. 한국썬이 수행한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마이그레이션 프로젝트는 기존 메인프레임 환경의 CRM 업무를 유닉스로 마이그레이션 하는 것이 골자였다. 국민은행 고객관계관리 데이터베이스 서버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도입된 한국썬의 제품은 썬파이어 E20K서버였다.
당시 국민은행은 이러한 마이그레이션을 통해 기존 시스템의 업무 처리 능력이 일일 70만 건에서 600만 건으로 확대됐으며, 인터넷뱅킹 업무를 비롯해 추후 확장될 CRM 업무 적용이 보다 원활해져 대고객 업무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IBM은 이러한 유닉스 진영의 공세에 대응코자 메인프레임의 기능과 성능을 개선했다. 지난 2005년 차세대 메인프레임으로 ‘IBM 시스템 z9(IBM System z9)’를 출시한 게 대표적이다. 당시 회사는 “이 제품은 협업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에 맞춰 리눅스, 자바 등 개방형 표준 기술을 적극 수용해 장기적인 TCO 관점에서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발표된 리눅스 전용 프로세서 ‘IFL’과 2004년 발표된 자바 전용 프로세서 ‘zAAP’에 이어 데이터베이스 전용 프로세서 ‘zIIP(z9 Intergrated Information Processor)’까지 적용해 사용자가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새로운 업무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한국IBM 측은 “메인프레임 윈백 바람이 2005년 말을 기점으로 잠잠해지고 있다”며 “2006년에는 새로운 기능과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IBM 본사에서 특별 마케팅 비용을 지원하는 등 메인프레임 시장 수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동일 플랫폼 내 기종 교체 활발
당시 윈백 싸움에서 동일 플랫폼 내 기종 교체 또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기존 시스템의 용량이 한계에 이르러 증설할 경우 기존 기종 대신 다른 회사의 제품으로 돌아서는 케이스가 많이 발생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유사한 시스템 환경 덕분에 데이터 및 애플리케이션 이관이 비교적 수월하다는 점과 공급업체가 제시하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플랫폼의 마이그레이션 작업이 기간이나 비용 면에서 만만치 않다는 점도 동일 기종의 교체에 그치는 이유로 꼽혔다. 실제로 플랫폼의 기종을 도입하는 비용보다 데이터나 애플리케이션의 마이그레이션 비용이 오히려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2, 3위 업체가 마이그레이션의 방안으로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이러한 윈백 전략은 고객의 시스템 운영 리스크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며 “최고의 관리 인력 운영과 경험을 갖춘 업체를 통해 고객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애플리케이션의 중단없이 마이그레이션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DBMS 플랫폼 시장 점유율 (출처: 가트너)
DBMS 시장 ‘오라클’ 타겟, 그룹웨어는 IBM·MS 경쟁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윈백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분야는 데이터베이스관리소프트웨어(DBMS)와 전사적자원관리(ERP), 그룹웨어 등이다. 소프트웨어 시장 윈백 전쟁은 오라클과 MS, IBM, SAP 등 네 개 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이 중 특히 DBMS 시장에서는 매년 신규 라이선스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오라클을 대상으로 MS와 IBM이 추격전을 벌였다.
DBMS 시장은 신규 라이선스 매출액이나 설치점유율 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오라클에 대한 MS의 한층 강화된 마이그레이션 전략이 진행되고 있었다. MS의 오라클 DB 마이그레이션 공략 포인트는 두 가지였다.
먼저 오라클 고객에게 저렴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마이그레이션 도구와 가격 정책을 구사했다. ‘SSMA(SQL Server Migration Assistant)’라는 마이그레이션 자동화 도구를 통해 오라클 고객이 안심하고 SQL 서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SQL 서버로 이전 시 범위와 기간, 비용을 산정하고, TCO를 분석해주는 마이그레이션 진단 컨설팅 서비스와 오라클 관리자 및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SQL 서버 2005 교육을 제공했는데 이 모든 과정을 무상으로 진행했다.
두 번째 전략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프로모션 제공이었다. MS는 IBM과 함께 x시리즈와 SQL 서버 2005를 통합 판매하는 이벤트를 제공했으며, 썬과도 AMD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들에 SQL 서버를 적용해 판매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당시 MS 호웅기 부장은 “오라클 고객 중 유지보수 계약을 맺지 않은 8i 사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마이그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 고객들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따른 라이선스와 유지보수료를 모두 부담해나가는 만큼 일부 업무에서 SQL 서버를 도입할 가능성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그룹웨어 시장에서는 MS와 IBM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었다. IBM은 2006년 초 열린 ‘로터스피어 2006’ 행사를 기점으로 인스턴트 메시징을 비롯한 실시간 협업 솔루션 시장에서 MS와 전면전에 나섰다. 행사기간 중 경쟁 플랫폼에서 리눅스 기반 포터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무브2로터스’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이에 MS는 로터스 노츠 및 도미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MS 익스체인지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 툴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당시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 MS가 이메일과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의 32%를 점유하고 있었으며, IBM은 24%를 확보한 상황이었다. IBM 측은 “2005년 향후 3년간 리눅스 기반의 협업 소프트웨어 활성화 방안으로 독립소프트웨어개발판매사(ISV) 지원 프로그램 및 파트너 강화 등에 1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MS 측은 “IBM의 협업 솔루션은 로터스, 티볼리, DB2, 자바 등 이질적인 시스템을 연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반면, MS는 모든 솔루션이 하나로 연계돼 윈도우 서버를 기반으로 OS에서 오피스까지 일관된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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